사람의 손과 팔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제조업 관련 계열사를 둔 대기업들의 주요 협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들은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에 주목하며, 관련 부품 기업들에 잇따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업계도 장기 개발이 필요한 완성형 휴머노이드보다는 단기간 내 상용화가 가능한 로봇 부품 분야에 투자해 빠른 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분위기다.
17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인천에 위치한 로봇 그리퍼 전문기업 '테솔로'는 최근 국내 대기업 및 금융 계열 VC 등으로부터 55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협업 관계 구축에 나섰다. 테솔로는 이번 투자 유치한 자금을 활용해 로봇 그리퍼 기술 고도화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2019년 설립된 테솔로는 최근 3지 로봇 그리퍼 'DG-3F'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고, 관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G-3F는 3개의 손가락과 12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 손으로,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정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와 물류 자동화 산업 등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에는 전략적투자자(SI) 성격의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여럿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005930) 등 그룹 계열사가 주주로 있는 삼성벤처투자를 비롯해 POSCO홀딩스(005490)의 100% 자회사 포스코기술투자 등이 투자를 주도했다. 삼성벤처투자와 포스코기술투자는 그룹 내 제조업 계열사들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만큼, 향후 사업적 협력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봇 팔과 관절에 활용될 수 있는 로봇용 '토크 센서'를 개발하는 에이엘로봇도 최근 61억 원 규모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 주요 VC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세아제강(306200)그룹의 CVC인 세아기술투자가 주요 투자자로 합류했다.
에이엘로봇이 개발하는 토크 센서는 산업용 로봇에서 회전력과 힘을 측정하는 센서다. 로봇의 정밀한 제어와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협동로봇과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이엘로봇은 로봇용 토크 센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상용화에도 성공하며 설립 이후 거의 매년 흑자 경영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최근 로봇 부품 분야에서 수요가 폭증하면서 실적도 상승세다. 에이엘로봇은 지난해 매출액 151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88%, 139% 증가한 수치다.
본시스템즈도 국내 대기업이 주목한 로봇 스타트업이다. 본시스템즈는 4족 보행 로봇을 위한 액추에이터(작동기)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현대그룹 계열 VC인 현대투자파트너스로부터 투자처로 낙점받았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017800)와 현대무벡스(319400)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다.
4족 보행 로봇은 기존의 바퀴형 이동 로봇과 달리 험지 주행과 복잡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얇은 두께의 액추에이터가 필수적이인데, 본시스템즈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의 손, 팔, 발 등 각 부위에 적용되는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대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는 것은 향후 그룹 내 제조업 관련 계열사들과의 협업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향후 로봇 시장의 성장에 따라 로봇 부품 기업들은 대기업들과의 전략적 협업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해 나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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