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사모펀드(PEF)의 상장사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주당 매수 단가를 동일하게 책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대 주주 지분 인수 후 그 보다 낮은 가격에 증자를 통해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낮게 사들이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경영권 인수와 동시에 공개매수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달리 적용할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새 정부가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차별을 금지한 공약과도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대주주는 재투자를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18일 VIG파트너스컨소시엄은 투자목적법인(SPC) ‘비엔나투자목적회사’를 통해 비올(335890)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존 대주주 ㈜디엠에스(이하 DMS)가 보유한 경영권 지분 약 35% 중 7%를 511억원에 인수하는 동시에 자사주를 제외한 기관과 개인주주 등에 분산된 잔여 지분 64%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공개매수 제시가는 경영권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1주당 1만 2500원으로 최대 4703억 원이 투입된다. 공개매수 기간은 이달 1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20일간이다.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 주관을 맡고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인수금융과 단기 대출(브릿지론)을 제공한다. VIG파트너스 컨소시엄에는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인 라이프(LYFE)캐피탈과 대신프라이빗에쿼티가 참여한다.
이번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VIG의 비올 보유 지분은 최소 55.52%에서 98.85%까지 늘어나게 된다. VIG는 공개매수가 최소 목표 수량인 20.76%에 미달하면 응모 물량 전부를 매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VIG 측은 “소액주주들이 시가 대비 프리미엄이 반영된 공개매수 금액으로 투자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가 이뤄지더라도 (응하지 않은) 소액주주들은 정리 매매와 상장폐지 이후 6개월 동안 매도가 가능하며 이번 공개매수와 동일한 가격에 매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DMS는 이번에 매각하는 비올 지분 7%를 제외한 28%는 VIG컨소시엄이 조성한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지분 매각에서는 소액주주와 동일한 가격을 적용했지만 더 많은 지분을 현물출자로 재투자하면서 추가 수익 확대 기회를 얻은 셈이다.
VIG파트너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공개매수가는 DMS가 보유한 비올 지분의 인수가와 같으며, 이는 소액주주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 기조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를 공약했고, 국정 기획위원회 과제에도 담은 바 있다. 또한 상장사 경영권 거래에서 의무매수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들어있다. 의무매수 비율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최소 50%+1주에서 최대 100%까지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PEF는 그동안 비상장사 거래를 선호해왔으나, 거래 기회가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상장사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경영권 거래에도 나서는 추세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 할 때 최대 주주와 동일 가격에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카이레이크의 비지니스온 인수, MBK파트너스-UC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아키메드의 제이시스메디칼 인수 등 2023년부터 최근까지 주요 거래에서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가 동일 가격에 지분을 넘겼다. 반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는 어피너티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가격보다 3배 비싼 가격에 롯데그룹으로부터 구주를 인수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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