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약 8500억 원을 투입해 윤활유 계열사 SK엔무브 지분 30%를 매입,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자회사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내년까지 추진할 예정이었던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는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SK엔무브 지분 매입 등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음달 2일 재무적투자자(FI)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 주식 전량인 1200만 주를 8592억6000만원에 장외 취득함으로써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에코솔루션홀딩스는 IMM크레딧솔루션(ICS)이 SK엔무브 지분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주당 취득단가는 7만1605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취득 자금 조달을 위해 교환사채권을 발행하고 자기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주식은 SK이노베이션 발행주식의 2.25%에 해당하는 보통주 340만4104주이며 처분 예상 규모는 약 3767억 원이다. 관련 교환 사채 만기 일자는 2026년 12월 31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2021년 SK엔무브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내년까지 증시에 입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중복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 권익 훼손 논란 가능성이 커지면서 약속한 기간 동안 IPO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IPO가 무산되면 SK이노베이션은 FI에 재무적 보상을 해야 한다. 이에 아예 상장 계획을 접고 FI 보유 지분을 모두 되사온 뒤 내부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안 등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엔무브의 윤활유 사업은 SK이노베이션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15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윤활유 분야가 전체 사업 중 가장 큰 686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SK온이 배터리 사업에서 낸 1조 1270억 원의 적자를 절반 가까이 상쇄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SK이노베이션은 446억 원의 적자를 봤지만, 윤활유 사업은 12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악화를 방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와 회사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IPO 프로세스를 잠정 중단했다”며 “SK엔무브의 완전 자회사 편입은 SK이노베이션 전략 방향성과 SK엔무브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최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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