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면서 방위 산업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방산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1조 원을 돌파한 대표 상품이 등장했고, 후발 운용사들의 참전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이르면 다음 달 ‘KODEX K방산 TOP10’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방산 테마의 성장성과 확장성을 중심으로 국내 대표 방산 종목 10개를 엄선해 담는 ETF로 알려졌다. ‘K-무기’ 수출을 통해 글로벌 위상과 실적을 동반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 상품으로 풀이된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은 무기 도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적고, 한국산 무기체계는 동종 무기 대비 가성비가 뛰어난 데다 납기 역시 빠르다”며 “한국산 무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유럽 방산을 테마로 한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하는 등 유럽 각국이 방위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을 투자 기회로 삼는 전략이다. 실제로 NH아문디의 지주사인 프랑스 아문디는 지난 5월 ‘아문디 스톡 유럽 방산(Amundi Stoxx Europe Defense) ETF’를 유럽 시장에 상장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아직 방산 관련 ETF를 내놓지 않은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역시 관련 국내외 방산 테마 ETF 출시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산 ETF를 보유하고 있는 운용사는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3곳 뿐이다. 이 중 한화운용의 ‘PLUS K방산’ ETF는 이날 기준 올 들어 수익률 161.45%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끌어모았다. 최근에는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하며 한화운용의 대표 ETF로 자리매김했다. PLUS K방산과 유사하게 국내 방산 기업에 투자하는 ‘SOL K방산’도 올들어 121.49% 올랐다. 미래에셋운용은 ‘TIGER K방산&우주’와 ‘TIGER 미국방산TOP10’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방산 ETF 시장에 후발 주자들이 속속 뛰어드는 건 여전히 방산 업종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내 정책적 지원과 방산 수출 증가 기대가 맞물려 긍정적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인도-파키스탄 국경 충돌, 중국의 기술 중심 군사력 확대 등으로 세계 각국이 재무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유럽은 물론 베트남, 인도, 이집트 등도 자국 및 지역 위협에 대비해 무기 조달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품 베끼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잘나가는 테마형 ETF를 뒤늦게 복제하듯 출시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공들여 내놓은 상품이 잘되면 따라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형사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