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관세 서한에 대통령실은 급박하게 움직이며 막판까지 협상 타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 앞에 날아든 청구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3주 가까이 협상 시간을 번 만큼 기회가 남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방미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귀국하면 대통령실은 관계부처와 논의한 대책들을 토대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성과를 도출해낸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실은 8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새벽 8월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개하자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과 관계부처에서는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김 실장은 9일로 예상됐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유예됐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약 한 달간 한미 통상장관·안보실장 협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계기로 양국 간 호혜적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최종 합의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밝혔다. 특히 이달 말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하면서 수출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자동차·철강 등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도 이행할 것을 당부했다.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최대한 관세율 인하를 유도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톱다운 방식으로 한미 간 의제를 풀기 위한 양국 정상회담 성사에도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조선 산업의 경쟁력, 방위비 증액 등을 지렛대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와의 최후 담판이 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실제 이재명 정부는 7월 말에서 8월 초 정상회담 불씨를 살리기 위한 외교 총력전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이 약 3주간의 시간을 더 제시한 것 자체가 강한 협상 의지를 드러낸 것인 만큼 치밀한 물밑 협의를 통해 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을 이루는 시나리오가 최선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위 실장은 미국 현지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뛰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위 실장은 7일(현지 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협의를 열고 한미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위 실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제반 현안에서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도 “주요국 대상 관세 서한이 오늘 발송됐지만 실제 관세 부과 시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양국이 그 전까지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위 실장이 귀국하면 김 실장은 정책실·국가안보실 간 공동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8월부터 적용되는) 관세가 인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고 위 실장도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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