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두 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가 증시 입성을 위한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29cm’를 통해 각각 650만 명, 300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군을 기반으로 기업공개(IPO) 때 기업가치가 1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주요 재무적투자자(FI)와 목표 기업가치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고 적격 후보 선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FI는 목표 기업가치를 10조 원 이상으로 정하고 코스피 시장이나 미국 나스닥 등 국내외 시장에 입성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 주요 FI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단을 꾸리면 내년이나 내후년 상장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 사업을 감안하면 10조 원은 무리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만호 창업자가 2001년 설립한 무신사는 20여 년이 지난 현재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기업이 됐다. 핵심인 무신사 플랫폼을 비롯해 여성 패션 중심의 29cm, 해외 중심 ‘글로벌 스토어’를 합산하면 매달 플랫폼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1000만 명을 웃돈다. 국내 패션 커머스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 등 세계 14개국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한 점이 주효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하면 국내 자본시장, 스타트업 생태계에 상당한 선순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月 600만 명 사용하는 국내 최대 플랫폼…日 사업 확장에 몸값 껑충
무신사가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증시 신규 입성을 노리는 배경은 최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한 빠른 플랫폼 확장세와 ‘무신사 스탠다드’ 등 자체 브랜드(PB)의 성공에 기반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 크다. 다만 기업가치가 10조 원을 웃돌면 IPO 때 모아야 하는 공모 자금만 2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커 이를 받쳐줄 만한 국내외 증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일본 시장을 거점으로 중국 등 여타 주요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해외 사업 성장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신사는 최근 주요 FI와의 협의를 거쳐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상장에 도전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는 무신사가 2023년 하반기 투자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 약 3조 5000억 원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IB 업계에서는 무신사 상장 주관 작업을 따내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서며 예상 밸류를 4조~5조 원으로 봤는데 이보다도 유의미하게 크다. 업계 관계자는 “10조 원은 현재 무신사 플랫폼이 가진 영향력과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신사업의 성과를 모두 반영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무신사가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상장에 도전하면 공모 자금만 2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조~5조 원의 밸류로 IPO에 나선 DN솔루션즈는 약 1조 원의 공모자금을 받는 데 난항을 겪었고 기업가치 5000억 원 수준의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기관투자가 수요 부진으로 IPO 계획을 철회했다. 해외 주요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받는 것이 필수적인데 장기 투자 전략을 취하는 소위 ‘큰손’들이 변동성이 큰 국내 공모주 투자를 꺼리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무신사는 이를 감안해 국내 증시 상장과 해외 증시 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둘 계획이다. 다음 주께 배포하는 것이 유력한 상장 주관 RFP도 국내를 포함해 해외 주요 증권사에 모두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 나스닥 등 주요 시장은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경향이 있고 상장 유지 비용도 국내와 비교했을 때 많게는 10배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제 해외 상장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상장을 노린다면 코스피 입성을 추진하는 것이 유력하다.
당초 예측치보다 높은 가치로 무신사가 상장을 추진하는 요인으로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실적이 있다. 무신사 매출은 △2022년 7085억 원 △2023년 9931억 원 △2024년 1조 2427억 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86억 원 적자였지만 지난해에는 1028억 원 흑자로 돌아서는 등 내실도 다지고 있다. 올 1분기에도 2929억 원의 매출과 1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실적 개선세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추세다.
무신사는 해외를 중심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2022년 시장에 내놓은 해외 전용 플랫폼 ‘글로벌 스토어’ 거래 금액이 일본을 중심으로 연평균 260%씩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여기에 해외 현지 패션 유통 플랫폼으로 국내 브랜드를 유통하는 기업 대상(B2B) 사업도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현지 최대 패션 기업인 안타스포츠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PB 사업이 무신사 스탠다드를 중심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오프라인 사업이 순항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용자 수와 사업 규모만을 봤을 때 기업가치 10조 원은 높을 수도 있는 숫자”라며 “국내외 증시 환경이 받쳐주고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졌을 때 목표 기업가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