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의 대기업 투자 유치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IMS 설립자이자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 모 씨가 해외로 도피한 정황을 확인하고 신병 확보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나섰다. 특검이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협찬한 기업들의 대가성 여부까지 들여다보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홍주 특검보는 9일 브리핑에서 “지난달 특검 준비 기간 중 코바나컨텐츠 협찬 사건을 내사하던 과정에서 주요 피의자인 김 씨가 올해 4월 해외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으며 사무실과 가족의 주소지도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외 도피 및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최근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미 김 씨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고 여권 무효화 조치도 곧 취할 예정이다.
‘집사 게이트’는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씨가 설립한 렌터카 업체 IMS가 심각한 재무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IMS는 2023년 1월 당시 부채가 1413억 원으로 순자산(556억 원)의 두 배를 크게 웃돌 만큼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 뒤인 같은 해 6월 IMS모빌리티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그룹·한국증권금융 등 대기업과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184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IMS에 30억 원을 투자한 시기는 금융감독원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던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이후 금감원의 징계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가 감독 당국의 조치를 완화하려는 목적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HS효성 역시 경영진의 계열사 신고 누락 등 내부 비리가 폭로된 시기에 IMS에 계열사 4곳을 동원해 3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후 사법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 씨는 2010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김 여사와 인연을 맺은 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에서 감사로 재직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김 씨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의 잔액증명서 위조 사건에서 직접 문서를 조작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김 씨가 렌터카 사업 초기 도이치모터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점 역시 의혹을 키운다. 도이치모터스 전 임원은 검찰에서 “권오수 전 회장이 김 씨가 김 여사의 후배라며 잘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 연루 의혹이 불거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IMS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6월 기존 비마이카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후 본격적으로 대기업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후 심각한 재정위기 속에서도 여러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에 나서면서 IMS모빌리티는 단기간에 46억 원가량의 이익을 올렸다. 특검은 자력 회생이 어려웠던 IMS가 짧은 기간 내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에 대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혹도 수사에 착수했다. 도이치모터스와 LG전자, 대한항공, 희림, 삼성카드, 게임빌, 컴투스, 퍼시스, 일룸, 럭스나인, 신안저축은행, 한미글로벌, 노루페인트, 신라스테이, IMS, 주요 은행권 등이 ‘르코르뷔지에전(2016~2017년)’ ‘야수파 걸작전(2019년)’ 등에 협찬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2019년 6월에 열린 ‘야수파 걸작전’의 협찬 시기가 일부 기업들의 검찰 수사와 겹치면서 의구심이 제기됐다.
한편 특검은 김 여사의 삼부토건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10일 이일준 삼부토건 현 회장과 조성옥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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