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치 활동 중단을 권한 월가 애널리스트의 조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8일(현지시간)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X(엑스. 옛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 CEO에 대해 취해야 할 세 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아이브스는 테슬라와 머스크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해온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다.
그는 "머스크에게 25%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급여 패키지를 마련하고, 급여의 일환으로 테슬라에 할애해야 할 시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며 "머스크의 정치 활동을 감독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결권 확대는 머스크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사안이다.
머스크는 이에 "Shut up, Dan(닥쳐, 댄)"이라는 짧은 댓글로 반응했다. 별도의 해명이나 반박은 내놓지 않았다.
아이브스의 발언은 머스크가 최근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라는 이름의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직후 나왔다. 그는 투자자 메모에서도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 워싱턴 정계에 맞서는 모습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다"며 "일부 지지자는 여전히 그를 지지하겠지만, 많은 투자자 사이에서는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테슬라 주가는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양측 관계가 악화됐을 때 주가는 하루 만에 14.26% 급락했고, 이달 1일 갈등이 재점화되자 5.34% 떨어졌다. 신당 창당을 발표한 지난 7일에도 주가는 6.79% 하락한 293.94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테슬라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1500억달러(한화 약 206조 원)가 증발하며 1조 달러선 아래인 9468억 달러(한화 약 1300조3351억원)로 내려앉았다.
아이브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반응은 이해하지만, 이사회가 지금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막장 드라마는 끝나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투자자들의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테슬라의 주식 등급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로보택시 출시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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