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역대 최고 포트폴리오 평가액을 경신했다.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이 오른 가운데 중국과 미국, 인도 등에 대한 직접 투자가 높은 수익률을 견인했다.
9일(현지 시간) CNBC는 테마섹홀딩스의 순 포트폴리오 가치가 4340억 싱가포르 달러(약 445조 원)로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전년대비 450억 싱가포르 달러 증가한 것으로 11%가 넘는 수익률이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재무부 산하의 투자지주회사로 싱가포르텔레콤, 싱가포르항공, 싱가포르개발은행 등 자국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에는 MBK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홈플러스를 함께 사들이기도 했다. 펀드 등을 통한 간접 출자보다 직접 투자 비중이 많으며 고위험 고수익을 지향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테마섹은 지난해부터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액은 520억 싱가포르 달러(56조 원)로 2022년 이후 가장 많았으며, 매각 규모는 420억 싱가포르 달러(46조 원)로 20여년 만에 최고치였다.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빨라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등 거시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로힛 시파히말라니 테마섹 인터내셔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향후 몇 년 동안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현재 환경에서 회복탄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무역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투자 기회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투자처는 여전히 미국이라고 밝혔다. 로힛 CIO는 "미국은 탄탄한 사업 기반과 강력한 자본 시장, 혁신적인 문화가 있어 우리 자본의 최대 투자 대상국"이라며 "미국의 세계적인 AI역량은 모든 분야에 걸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테마섹의 미국 투자 비중은 24%로 전년(22%) 대비 2%포인트 늘었다. 인도 비중도 7%에서 8%로 확대했으며 반면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각각 1%포인트씩 줄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올해 경제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국의 6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6% 급락해 거의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상태다. 로힛 CIO는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며 "소비 부진으로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부 지출이 늘어난 것과 소비 진작 정책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녹색 경제와 생명과학, 자국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에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