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육과 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공의 복귀가 필수적이다. 의료계는 “의대생들의 복귀 결정은 국민 건강과 의료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고 용기 있는 판단”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정부의 대화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는 이른바 ‘탕핑(躺平·드러눕기)’ 전략으로 일관하던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수련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지도부가 교체되고 국무총리가 직접 의료계와 만나면서 의정 간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만 사태 해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존 전공의 7대 요구안보다 간소화한 대정부 협상안을 논의하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19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새로운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달 말 공고될 하반기 전공의 모집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대전협은 이달 초 전공의 8458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를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 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 △입대 및 입영 대기 상태의 전공의에 대한 수련의 연속성 보장 △불가항력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복귀 선결 조건으로 압축했다. 시급한 사안부터 합의점을 도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되면 의정 협의체를 꾸려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그러나 복귀를 고려하는 전공의 중 상당수가 ‘필수의료 지원 방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점은 새 정부에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복귀한 전공의가 수련을 마칠 때까지 군 입대를 연기해주는 ‘입영 특례’ 요구 역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공의 수련을 이유로 입영 특례를 적용할 경우 지역·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중보건의가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공의는 전문의 시험 추가 실시도 요구하고 있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현행 규정상 레지던트 3~4년 차는 올 9월 수련을 재개하더라도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기 어려워서다. 진료과별 전문의 시험에는 36억 원 상당의 정부 예산이 소요되는 까닭에 이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밖에 1년 반 가까이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워온 진료지원(PA) 간호사들과의 역할 재정립, 의료사고 특례법 개정 논의, 전공의 수련 시간 단축 등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문 과목에서 수련을 받던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는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와 공동성명을 통해 “전날 간담회에서 수련·교육 단절을 포함해 현재 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깊은 위기의식을 공유했다”며 “전공의 수련에는 정부의 각별한 행정·재정적 지원은 물론 국민의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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