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당초 8~9월로 예정됐던 넥스트레이드의 대체거래소(ATS) 거래량 한도 제한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 등 증시 부양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거래량 평가 시점을 일정 부분 연기하면서 한국거래소(KRX)의 거래시간 연장과 ATS 거래량 제한 시행령 개정 등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ATS 거래량 평가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거론되는 방법은 ‘비조치 의견서’다. 비조치 의견서란 금융 당국이 관련 해석 및 제재 조치 여부를 답변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제도다. 통상 법의 적용이 불합리할 경우 또는 법 제정 당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조치 의견서가 활용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ATS의 거래량은 KRX 6개월 평균 거래량의 15%, 단일 종목의 거래량은 30%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위반 시 거래가 중단되지만 이를 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ATS 개장 전 넥스트레이드는 거래량 관리 계획으로 메인마켓(오전 9시~오후 3시 20분)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한 바 있다. ATS의 거래량이 많아질 경우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만 운영하며 거래량을 조절하겠다는 방안이다. 또 ATS의 시장 거래량이 전체 13%에 도달할 경우 거래량 하위 10% 종목의 거래를 중단하고, 14%에 도달하면 하위 10% 종목을 정지하는 방안도 정부에 보고됐다. 프리·애프터마켓은 ATS에서, 메인마켓은 KRX에서 거래하도록 해 12시간 주식 거래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이 같은 전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ATS의 프리마켓에서 체결되지 못한 주문을 KRX의 메인마켓으로 넘겨야 하는 점도 당초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이에 금융 당국은 지난달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ATS의 프리마켓에서 KRX의 메인마켓으로 주문을 넘길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은 “프리마켓에서 체결되지 못한 호가를 취소하고 KRX의 메인마켓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전산 과부하 문제가 예상된다”며 “여기에서 발생할 투자자들의 민원도 우려된다”고 답했다.
ATS의 거래 정지가 증시 활성화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거래량 제한 규정 유예의 배경이 됐다. 이 대통령이 증시 부양 의지를 적극 피력하는 가운데 출범 6개월 만에 ATS가 중단되는 것은 정책 목적에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ATS의 도입에 따른 거래 대금 증가 효과는 약 9.1%로 나타났다. 자본연은 2024년 3월부터 2025년 6월 13일까지 주식수·시가총액·지수수익률·변동성(VKOSPI)·수익률의 이동표준편차 등 주요 시장 변수를 통제해 분석했다.
정부는 ATS 거래량 제한을 상향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면서 시행령을 개정해 ATS가 중단되는 일을 없도록 하겠다는 차원이다. 또 KRX의 거래시간도 ATS와 같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ATS의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이 아닌 KRX의 거래량을 기준으로 제한돼 있다. KRX의 거래시간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증가할 경우 ATS의 거래량 상한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자본연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600개 종목이 거래량 한도에 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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