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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동관련법 개정 서두를 일 아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노란봉투법, 불법쟁의 조장 등 우려

주4.5일 근로제도 자율시행 바람직

기업인 지적 충분히 고려후 개정을


지난주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영훈 후보자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비롯해 ‘협력과 참여의 노사 관계’ 구축 의지를 피력했다. 환영한다. 다만 의욕만 앞세우기 전에 기업인들이 지적하는 다음과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 좋겠다.

먼저 노란봉투법은 법적·실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사용자 범위 확대에 대한 문제다. 법안은 기업이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면 사용자가 된다고 규정한다. 이런 추상적 표현이 법에 도입되면 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수많은 분쟁이 생긴다. 실제로 원청 기업 이하 하청 업체 등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기업까지 사업자의 단체교섭 의무가 확장될 수 있다. 자동차·조선·철강 등의 산업은 원청이 수백, 수천 개의 하도급과 협업하는데 사업자가 원청과 별도로 이들 하청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면 산업 현장이 마비될 우려가 크다.

불법 쟁의행위 조장 우려도 크다.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하면, 명찰 떼고 마스크 쓴 불법행위자를 식별하기 어려워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은 불법 파업이 더욱 빈발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노동쟁의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 전반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이 문제다. 정상적인 사업장 이전이나 투자 결정 같은 경영상 판단까지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주4.5일 근로제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 한국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다소 긴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낮은 노동생산성을 고려하면 재계·노동계·정부 모두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3위다. 중소기업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결국 대기업 위주로 제도가 시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자율 시행이 바람직하고 기업은 프로젝트형 업무의 도입 등 일의 방식 자체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포괄임금제 금지도 문제다. 업종에 따라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거나 관리하기 어렵고, 이런 업종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절대로 필요하다. 특히 정보기술(IT), 연구개발(R&D), 영업 등 유연한 근무가 필요한 직종에서는 근로시간을 일일이 산정하기 어렵다. 디지털화와 재택근무 등으로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근로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포괄임금제 금지는 시대 변화에 역행한다.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면 커피 타임, 흡연 시간, 대기 시간 등 업무 외 활동까지 세밀하게 따져야 하므로 노사 간 갈등과 분쟁이 증가할 수 있고, 근로자의 실질임금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제를 전면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나 근로조건 및 임금 산정 방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유효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판례가 충분히 쌓인 후에 판례가 법이라는 확신이 들 때 법규화하면 된다. 새 장관의 리더십을 기대하면서 기업들의 우려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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