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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당불내증, 조절 가능한 생리 반응… 우유는 여전히 중요한 영양원








배가 더부룩하거나 속이 불편해 우유를 꺼리는 ‘유당불내증’은 흔히 우유 섭취를 피해야 할 대표적인 이유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유당불내증이 반드시 우유를 회피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 3월, 일본낙농협회(J-Milk)는 유당불내증과 장 내 환경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유당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유제품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장 속의 유익균, 특히 비피더스균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우유 속 유당이 장내 유익균의 먹이 역할을 하며 프리바이오틱스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은 일부 사람들의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간다. 이때 장 내 미생물이 유당을 발효시키며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물질은 장 기능을 도와주고 신진대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아시아인의 약 90% 이상은 나이가 들면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줄어들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유당불내증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증상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유를 얼마나 마셨는지, 평소 장내 미생물 상태는 어떤지에 따라 증상의 유무와 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최근엔 유당불내증의 증상이 있는 성인이 우유를 마시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치치빈 박사팀은 히스패닉 공동체 건강연구, 라틴계 연구(HCHS/SOL) 참가자 1만 2,653명을 대상으로 락타아제 유전자형을 분석하고, 하루에 섭취한 음식과 음료를 설문조사로 2차례 조사한 뒤 평균 6년간 제2형 당뇨병 발병 등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락타아제 비지속성이 있는 사람들은 하루 우유 섭취량이 1컵씩 늘어날 때마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3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당불내증을 가진 성인이 우유를 섭취하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관성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16만 7,172명의 데이터 분석에서도 검증됐다. 락타아제 분비가 부족한 성인이 우유 섭취를 늘리면 장내 미생물 군집에서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의 종류와 숫자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유당불내증은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체내에 부족해 나타나는 증상인데, 이러한 경우에 우유는 굉장히 이로운 점이 많은 식품이기에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거나 천천히, 소량씩 먹으면서 양을 늘려나가면 체내에서 유당분해효소가 서서히 활성화돼 증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에서는 유당불내증을 섭취 방법에 따라 충분히 조절 가능한 신체 반응으로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유당이 장내 유익균 증식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유의 기능성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우유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B2, 인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다. 이들 영양소는 뼈와 근육 형성, 에너지 대사, 면역력 유지 등에 두루 관여하며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 필수적이다. 유당불내증이라는 한 가지 증상만으로 우유를 멀리하기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섭취 방법을 찾는다면, 우유는 여전히 성장기 청소년, 청년층, 중장년층 모두에게 중요한 건강식품으로 자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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