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총 쏘고, 잡히기는 서초구에서 잡혔던데. 왜 폭발물을 여기에 설치한 거래요?”
21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일대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화로웠다. 아파트와 빌라, 프랜차이즈 식당이 가득한 이곳은 전형적인 주거지역이지만, 반나절 전 갑작스러운 ‘사제폭발물 제거 작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주거지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들은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대부분의 동네 주민들은 폭발물이 해당 아파트에 설치됐다는 사실에 “폭발물이 터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아파트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50대 자영업자 A 씨는 “오전 5시에 출근하니 경찰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위험할 수 있다면서 1시간만 이따가 다시 출근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면서 “오전 6시에 돌아오니 폭발물을 모두 제거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인천 연수구 송도동 총격사건의 피의자 B 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 아파트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진술했다. B 씨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오후 9시 30분께 아들을 사제 총기로 쏜 뒤 달아났다 3시간 여 만인 이날 오전 12시 20분께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붙잡혔다. 이날은 피해자의 생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B 씨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아파트 주민 105명을 모두 대피시킨 뒤 폭발물을 제거하기 위해 수색에 나섰다. 현장에는 경찰특공대도 출동했다. 경찰특공대는 각종 테러, 폭발물 제거 등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된다.
실제로 경찰이 진입한 B 씨의 주거지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신나 14통과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이 발견됐다. 폭발물은 이날 낮 12시에 폭발하도록 미리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차량에서도 추가로 9정의 총신이 발견됐다.
A 씨는 “12시에 맞춰 폭발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걱정된다”면서 “장사하면서 근처에서 폭발물이 터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오래 산 사람이라면 지나가다가 한두 번쯤 마주쳤을 텐데…….”라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70대 주민 C 씨는 “인천에서 총기 사건에서 벌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하필 쌍문동에다 설치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이 아파트는 동네에 지어진 지 제법 오래된 아파트다. 실제로 터졌다면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총기 제작법을 유튜브에서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원인으로는 가정 불화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동네 주민 60대 이 모 씨는 “폭발물이 폭발할 뻔했다는 것보다 아버지가 아들을 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조용한 동네에 벼락 같은 일이 따로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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