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에 들어가자 여당은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하라”며 엄호에 나섰다. 야당은 “권력형 슈퍼 갑질 정권으로 등극했다”며 맞섰지만 여당이 이날 야당의 반대에도 줄줄이 장관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며 여야 충돌이 이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내각에 참여했던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이 강 후보자에 대한 추가 갑질 폭로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여기에 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뒤 처음으로 하락하자 우상호 정무수석은 “(강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 결정에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 가장 영향을 미쳤다”며 여당에 화살을 돌리는 듯한 모습도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강 후보자는 가족학 박사로 가족·여성·아동·청년·장애인 정책을 다루는 여가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춘 후보”라며 “(국민의힘은) 더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빌미로 새 정부의 구성을 지연시키지 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 장관 임명 강행을 ‘도덕적 파산’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 상식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여론은 듣는 척, 고뇌하는 척, 소통하는 척 시늉만 내고 결국 갑질 측근을 안고 가는 답정너식 결정으로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경과 보고서를 처리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이들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야당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을 수세에 몰린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후보자를 지명하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시도가 불통 정부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 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진숙 지명 철회, 강선우 임명 강행’ 결정 배경을 묻자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 반영됐느냐’는 질문에는 “여당 지도부에 물어봐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여론 악화 속에 강 후보자의 거취는 결국 이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는 시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송부 시한(21일) 종료 이후 곧바로 재송부 요청을 하거나 10일 이내의 기간을 둘 수 있지만 1~2일로 기한을 짧게 둘 경우 임명 강행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게 된다.
반면 재송부 요청을 늦추거나 기한을 넉넉하게 잡을 경우 이 대통령이 여론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임명권자로서 현직 의원을 지명 철회하기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여론 흐름에 따라 후보자가 자연스럽게 결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가 여가부에 지역구 예산을 강요하고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면서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했다는 사실을 전날 지인에게 공유했다. 정 전 장관은 “(여가부에) 갑질하는 의원을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리얼미터가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국민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은 62.2%로 나타났다. 한 주 사이에 2.4%포인트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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