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려는 외국 기관들이 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조달 비용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격화하는 무역 전쟁에서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1일 차이신에 따르면 BMW차이나와 파워차이나·멍뉴·중국가스·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5개 기관이 이달 중 판다본드를 발행하거나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다본드는 외국 정부나 기업이 중국 본토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이들 5곳을 포함해 이달 중 최소 11곳에서 150억 위안(약 2조 9046억 원) 규모의 판다본드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실적도 좋다. 판다본드 등록 규모는 1535억 위안(약 29조 723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5% 증가했다.
중국 당국은 외국 기관의 발행 금액과 중장기 채권 발행이 모두 증가한 점을 들어 판다본드의 체질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발행된 판다본드는 844억 위안으로, 외국 기관이 이 중 235억 위안을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늘었다. 위안화에 대한 중장기 전망도 좋은 편이다. 중국 은행 간 시장 교역상 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중장기 판다본드 발행 비중은 74%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포인트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판다본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이유로 저렴한 조달 비용을 지목했다. 중국의 저금리 환경과 판다본드 발행 수요 확대로 금리가 하락세다. 올 상반기만 해도 판다본드 평균 금리는 2.03%로 지난해 2.40%보다 떨어져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판다본드 관련 규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최근 몇 년 새 부쩍 커진 위안화의 글로벌 영향력도 주목 받고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위안화가 국경 간 거래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위안화 국제화 메커니즘의 개선으로 국내외 주체의 위안화 보유 및 사용에 대한 신뢰가 강화됐다”고 짚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해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몰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정책이 판다본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외르크 부트케 DGA-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 파트너는 “판다본드의 발행 증가로 인해 중국 은행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리스크’를 일정 부분 떠안게 된다”고 분석했다. 해외 기업들이 발행하는 판다본드 대부분을 중국 은행들이 매입하는 구조인 만큼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중국 은행들이 후폭풍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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