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의약품 관세에 있어 ‘최혜국 대우’를 약속하며 바이오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유럽과 일본이 의약품에 15% 관세를 부과받은 만큼 이에 준하거나 낮은 관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다. 다만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모두에 관세를 부과할 지, 복제약에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할 지 등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아 기업마다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를 25%는 15%로 낮추고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최혜국 대우)를 받도록 했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유럽과 일본이 의약품에 15% 관세가 적용된 만큼 한국산 의약품도 사실상 15%에 준하는 관세를 부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해 일정 유예기간 이후 200%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해왔다.
다만 세부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기업마다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원료의약품(DS) 생산 공장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셀트리온은 10월 본계약 등 기존에 준비한 전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원료부터 완제, 판매까지 직접 담당하는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15%의 관세도 미국 내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시장 및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관세 영향 해소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캐나다 소재 위탁생산(CMO) 업체 등을 통해 미국에 수출돼 국내 관세보다는 캐나다 관세 협상이 중요한 상황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올해 판매분은 이미 다 미국으로 보내 놓았다”며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도 생산 파트너를 확보해 이후 상황에 따라 맞춰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료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가 아직 나오지 않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미국 공장 매물을 검토하고 있으며 브라운필드 및 그린필드 방식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산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은 관세가 면제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바이오시밀러가 제네릭으로 분류될 지 여부도 관건이다. 미국에 바이오시밀러를 판매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부과될 지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PBM의 제품명을 쓰는 프라이빗 라벨 제품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조를 담당하는 만큼 한국산 의약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