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공개 메시지를 자제한 것을 두고 “(제가)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개인의 언행과 판단이 국가와 국민에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하면서 책임감을 가질 것을 당부한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은 협상 막바지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우리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이빨까지 흔들렸다”며 관세 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위해 온 신경을 쏟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 진짜 가만히 있었는 줄 안다”고 농담으로 특강을 시작했다. 야당 일각에서 이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한 부분을 반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오리도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서 얼마나 생난리인가”라며 “가까이에 있는 참모들은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젯밤까지, 오늘 새벽까지 협정 타결을 위해 애쓴 국무총리님과 장관님들, 일선 부서 여러분 모두 고생하셨다”고 격려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전 장관들과의 화상통화를 마친 뒤 "제 방으로 갑시다"라며 강 실장을 호출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강 실장님, 우리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라고 했다는 게 강 실장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장차관들이 모인 워크숍에서 관세 협상의 과정과 당시 심정을 밝힌 것은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6월 취임 직후부터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국가가 당면한 상황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상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해왔다.
이 대통령은 “좁게 보면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의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번 협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말 어려운 환경이었다.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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