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이들은 재취업이 어려워진 점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았다. 스타트업들이 기존 인원을 감축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채용 규모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며 스타트업 채용도 위축되는 한편 인공지능 전환(AX)이 빠르게 이뤄지며 인력 수요가 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더브이씨가 스타트업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민간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112곳이 올해만 고용 인원의 30% 이상을 구조조정했다. 이들 기업 중 절반 가까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지원이나 유니콘 사업에도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다. 전체 채용 인원의 절반 이상을 감축한 기업 역시 38곳으로 집계됐다. 업황 악화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비자발적인 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이들이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한 장벽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취업 플랫폼 원티드랩 회원사의 주요 채용 지표를 살펴보면 정보기술(IT) 및 플랫폼 기업이 고용한 인원 수는 스타트업 호황기에 증가세를 보이며 2022년 5월 한 달 간 신규 채용 공고 8498건 중 합격자 수가 1596명에 달했다. 하지만 3년 만인 올해 6월에는 신규 채용 공고는 4872건, 합격자 수는 773명까지 떨어졌다. 기업이 ‘구인’은 하지만 실제 채용은 이뤄지지 않는 ‘보여주기식 공고’가 늘이난 것이다. 연도별 상반기 채용 합격자 수도 2022년 8544명에서 2025년 4672명으로 3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지원자들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13만~14만 명을 오가던 지원자 수는 2024년 20만 명을 넘어섰고 2025년 6월을 기준으로 17만 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취업 경쟁에 나서는 지원자들은 늘어나며 구직에 성공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격하게 축소되며 문을 닫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스타트업 폐업 건수는 2022년 101건에서 2024년 191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올해 7월 기준으로 이미 88곳의 스타트업이 폐업을 택했다. 통상 12월에 폐업이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역시 지난해 수준의 스타트업 폐업 건수가 집계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때 ‘꿈의 직장’으로 부상했던 스타트업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재직자의 생각’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200명 가운데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은 41.5%로 2022년 49.2%에서 8%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 직원들의 만족도는 2022년 50.4%에서 2024년 65%로 크게 상승했다. 스타트업 종사자와 대기업 종사자 간 만족도 격차가 해마다 벌어진 결과다.
한 채용 플랫폼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까지는 주요 명문대에서도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커리어 성장 등을 위해 스타트업 취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AX 확산세 등으로 채용 수요가 원천적으로 사라진 직군이 늘고 있고 과거처럼 높은 보상을 해주는 사례도 드물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이 갈수록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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