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글로벌 주요 반도체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액을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이 둔화됐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R&D에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2024년 R&D 투자 현황과 전년 대비 투자 성장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R&D 투자 상위 20개 기업들의 총 투자액은 986억 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지난해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한 기업은 인텔(165억4600만달러)이다. 하지만 연간 증가폭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71.3%)였다. 테크인사이츠는 “삼성전자는 선두주자인 대만 TSMC와 인텔, 라피더스 같은 경쟁자들과 최첨단 공정 노드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지난 3년간 어려움을 겪은 D램과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만 188억 달러의 손실은 낸 인텔은 18A(1.8나노) 공정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위해 R&D에 전년 대비 3.1% 증가한 165억 4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2위는 엔비디아로, 전년 대비 47% 증가한 125억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95억달러로 전년(55억달러) 대비 R&D 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다. 전년 대비 투자액 기준 순위는 7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인텔(33.6%)이 가장 많았고 브로드컴(30.3%), 퀄컴(25.9%), AMD(25.0%) 순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상위 20개 기업의 매출 대비 R&D 지출은 평균 15.8%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11.7%, 6.99%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투자액을 전년보다 32% 이상 늘렸지만 매출이 2배가량 불어나며 매출 대비 R&D 비율은 하락했다.
테크인사이츠는 내년 엔비디아가 R&D 투자 기업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텔의 지난해 매출 대비 투자 비율 33.6%에 달하는데 새로 부임한 립부 탄 CEO는 지난 3월 R&D 투자를 줄였으며 2026년에도 추가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매출 1156억 2000만달러 대비 10.8%를 R&D에 지출하며 4년 관련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