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번거로운 선별 작업 없이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재활용률이 1%도 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소하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여러 대학과 공동 참여한 ‘플라즈마 활용 폐기물 고부가가치 기초원료화 사업단’이 다양하 종류의 폐플라스틱을 엄격한 선별 과정 없이 플라스틱 원료로 되돌리는 플라즈마 전환 공정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폐플라스틱은 재활용률이 1% 미만으로 알려져있다. 폐플라스틱은 소각을 거쳐 열회수, 물리적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거친다. 이 중 화학적 재활용 공정은 통상 여러 종류가 한데 섞여서 버려지는 플라스틱들을 엄격하게 선별해 분리하지 않으면 제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가령 450~600℃ 고온으로 녹이는 열분해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여러 종 섞여있으면 생성물 역시 100여 종이 혼합된 상태로 얻어져 에틸렌이나 벤젠 같은 유용한 산업원료를 제대로 추출해 사용할 수 없다. 이때 생성물 중 사용 가능한 물질은 20~30%에 불과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플라즈마 전환 공정은 고온 플라즈마 토치를 활용해 1000~2000℃의 초고온으로 0.01초 이내에 폐플라스틱을 분해한다. 플라즈마는 초고온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물질 상태로 고체·액체·기체와 또다른 제4의 상태로 불린다. 뜨거운 플라즈마를 통해 기존 화학적 재활용과 달리 고분자 구조를 깨뜨려 생성물들을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 전체 생성물의 70~80%를 에틸렌과 벤젠으로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학적 재활용으로는 어려웠던 또다른 산업원료 왁스도 얻을 수 있다. 플라즈마 전환 공정은 또 100% 수소 에너지로 작동해 탄소 배출도 없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정부가 내년까지 목표로 하는 10%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파일럿 운전에서 경제성도 입증됐으며 생산된 에틸렌의 단가는 기존 에틸렌 원료 가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분석됐다”며 “내년부터 국내 실증 사이트에서 장기 운전 검증을 진행해 상용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폐플라스틱의 30% 재활용 의무화가 추진되는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해 국내 관련 기술 역시 고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송영훈 사업단장은 “세계 최초로 혼합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전환하며 경제성을 갖춘 공정을 확보했다”며 “실증과 사업화를 통해 폐기물과 탄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훈 기계연 질소자원화전략연구단장은 “이번 연구과정에서 공정 기술과 함께 여러 요소기술이 확보됐다”며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온실가스 처리, 고품질 소재 생산 등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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