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정책금융기관이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해 내년까지 누적 267조 원의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민간 자본을 활용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의 조성액은 기존 계획보다 2배 늘린 1조 원으로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3일 금융감독원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정책금융 기관을 모아 이 같은 내용의 금융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민간·정책금융기관이 관세 피해 기업들에게 공급한 108조 원에 더해 내년까지 159조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총 267조 원의 금융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여전히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며 “관세 피해 최소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을 보다 강화해나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정책금융 기관에서 내년까지 총 172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들 기관은 올해 들어 총 63조 원의 금융 지원을 완료했는데 여기에 109조 1000억 원을 추가로 공급한다. 이를 위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위기 대응 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확대 편성한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에 저리의 경영자금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산은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기업들에 적용하는 대출 금리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더 내리기로 했다. 원래는 산은이 제시하는 최저 금리에서 0.2%포인트를 낮춰줬는데 이 감면폭을 0.5%포인트로 확대한다. 지원 대상도 관세 피해 기업에서 수출 다변화 기업으로 늘렸다. 지원 한도도 10배 증액해 중견기업은 최대 500억 원, 중소기업은 300억 원까지 이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은 역시 신용등급 열위 기업에만 지원하던 위기 대응 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모든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5대 금융지주도 내년까지 95조 원의 금융 공급에 나선다. 지난달 말까지 관세정책 피해 기업들에 약 45조 원을 지원했는데 여기에 50조 원가량을 추가로 제공한다. 신한금융지주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을 위한 금융 지원 상품을 개발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늘린다.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의 조성 규모는 기존 계획(5000억 원)보다 2배 확대한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정책펀드다. 정부·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한 재원을 바탕으로 민간 자금을 유치하는 구조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총 5개의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조성됐다. 정부는 지난 5월 1차 추가경정예산을 수립하며 반도체·석유화학·철강·자동차·2차전지·디스플레이를 비롯한 6개 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최소 6750억 원을 6개 산업에 투자한다. 원활한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후순위 재원으로 들어가는 정부 측 출자 비율도 종전(5%)보다 2배 높은 10%로 설정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에 투자하는 은행에는 위험가중치를 기존 최대 400%에서 100%로 낮춰준다. 금융 당국은 다음달 말까지 자(子)펀드 운용사 선정을 마무리해 이듬해 초부터는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를 통한 구조조정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본지 6월 21일자 1·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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