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체거래소(ATS)의 거래 중단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ATS 거래한도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 ATS 입장에선 현행 자본시장법 위반과 수백여 종목의 거래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피난처가 마련된 셈이지만, 동시에 한국거래소(KRX) 거래시간 연장 등도 추진돼 향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3일 정례회의 보고를 거쳐 비조치의견서를 통해 ATS의 거래한도 규제를 제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ATS가 지난달 18일 총 79개 종목의 거래를 순차적으로 정지하겠다고 밝힌 지 약 2주 만이다. 비조치의견서란 금융회사의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법 집행 행위나 규제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다.
금융위는 우선 자본시장법상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KRX 6개월 평균 거래량의 30%로 규정된 ATS의 개별 종목별 한도에 대해 종목 거래량을 KRX의 10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전제로 1년 동안 비조치하기로 했다. 현행 종목별 한도 규제를 적용할 경우 무려 523개 종목(전체 거래 종목의 73%)의 출근 시간대 거래가 불가능해져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ATS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TS 거래 중단 사태를 촉발한 시장 전체 거래량 한도 제한(KRX의 15% 미만)은 정규거래소인 KRX의 가격 대표성을 위해 그대로 유지하되, 2개월의 비조치 기간을 부여했다. 이 경우 예측하지 못한 거래량 변동으로 일시적으로 한도가 초과됐다는 점을 ATS가 입증해야 한다. 이후 ATS는 2개월 내 한도 초과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하고 실제 한도 초과를 해소해야 한다.
6~8월 증시 거래가 폭증한 영향으로 시장 거래량 한도를 15% 이내로 맞추기 위해 ATS가 추가로 거래 중단 종목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ATS가 시장전체 한도 준수를 위해 비조치 기간 동안 전체 매매체결 종목 수를 700개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ATS의 6월 일평균 거래량 비중은 19%, 7월 17%, 8월 16%를 기록했다.
유관기관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다. KRX는 출근시간대 프리마켓 도입을 포함한 거래시간 연장을 업계·노조 등과 협의하기로 했다. ATS 거래 중단 사태를 해결하려면 KRX의 거래시간을 ATS와 같이 오전 8시~오후 8시로 연장해 거래량을 분산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ATS보다 비싼 KRX의 수수료 체계 개편도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현행 SOR 시스템의 주문배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최선집행의무에 적합한지 여부를 점검한다.
금융당국은 현행 한도 규제 자체도 손 볼 예정이다. 마지막 개정이 2016년이었던 만큼 적절성을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ATS의 거래한도 산출의 기준이 되는 KRX의 거래량을 일본처럼 과거 수치로 고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들이 시행에 옮겨질수록 ATS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ATS의 주요 경쟁력인 프리마켓에 거래소가 진출할 경우 성장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ATS에 투자한 증권사들도 속내가 복잡하다. ATS에 들어간 초기 투자금 회수가 필요하지만, 거래시간 연장 논의에 따라 인력 확충·시스템 개선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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