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본격 시행을 앞두고 금 등에 대한 수입이 늘면서 7월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6월보다 30% 이상 커졌다.
4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는 7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783억 달러로 6월보다 192억 달러(32.5%) 확대됐다고 밝혔다. 7월 수출은 2805억 달러로 해당 기간 8억 달러(0.3%) 증가한 데 그쳤지만 수입은 3588억 달러로 200억 달러(5.9%) 늘어났다.
특히 7월 수입 증가에는 8월 국가별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비(非)통화성 금 수입이 96억 달러 늘어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애초 주요 외신들은 미국 세무 당국이 금괴에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한 줄짜리 성명을 올리고 “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Gold will not be Tariffed!)”이라고 공표했다. 이는 세계 최대 금 정제 국가인 스위스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1일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 통화를 나눈 뒤 상품수지 불균형 해소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며 격노하고 몇 시간 뒤 관세율을 31%에서 39%로 상향했다. 켈러주터 대통령은 8월 6일 황급히 미국 워싱턴DC를 찾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했다.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1.2% 오른 트로이온스당 3593.20달러로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자본재 수입은 전월 대비 47억 달러 늘어난 96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컴퓨터(15억 달러), 통신장비(9억 달러) 등의 수입이 특히 늘었다. 의약품 조제용 물질의 수입은 11억 달러, 자동차·부품·엔진 수입은 14억 달러씩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주요 금 수출국인 스위스와의 무역 적자 폭이 77억 달러로 확대됐다. 수출은 줄어든 반면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수입이 65억 달러에서 106억 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대중 무역 적자도 147억 달러로 53억 달러 확대됐다. 중국산 수입이 247억 달러로 53억 달러 더 증가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재고 축적 영향으로 3월까지 크게 확대됐다가 상호관세를 처음 발표한 4월에는 축소, 5월에는 확대, 6월에는 다시 축소되는 과정을 거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개별 상호 관세를 지난달 7일부터 발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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