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미래항공교통(AAM)을 책임진 북미 자회사인 슈퍼널의 경영 공백이 커지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신재원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널은 대규모 인력 감축도 시행해 미래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는 중단된 모습이다.
테크크런치는 7일(현지시간) “신재원 슈퍼널 사장에 이어 최근 데이비드 맥브라이드 CTO도 사임했다” 면서 “경영진 사임과 인력 감축에 따라 항공기 프로그램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신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했다. 신 사장은 2008년 동양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지냈으며 2019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AAM 본부장에 이어 슈퍼널 CEO를 겸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 CEO 교체 배경을 ‘사업화 준비’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기술 진전이 더디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실제 슈퍼널의 새 CEO를 선임하는 대신 데이비드 로트블래트 사업개발 담당을 임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고, 이같은 인사 후 기술개발 총책인 CTO마저 후임자 없이 회사를 떠났다.
경영진 교체에 앞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진 부분도 슈퍼널의 사업화 진전에 물음표를 던졌다. 슈퍼널은 올 3월 미 캘리포니아에서 첫 AAM 기체인 ‘S-A2’ 시험 비행에 성공했으나 이후 워싱턴 D.C 본사를 축소하고 수십명을 해고했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통상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면 조직을 키워 본격적인 제품화를 준비할텐데 인력을 감축했다”며 “시험비행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AAM 상용화 전망이 어둡자 현대차그룹이 사업 축소 및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에는 힘이 실린다. 기체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항공교통 부문의 규제 장벽은 높은 편이다. SK텔레콤과 도요타 등이 투자한 조비에비에이션은 미 연방항공청(FAA) 인증이 늦어져 당초 2024년으로 제시한 상용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바 있다. 슈퍼널이 개발한 S-A2도 FAA 인증을 거쳐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아왔다.
사업 개발과 기체 도입이 늦어지면서 미국내 AAM 스타트업인 ‘릴리움’과 ‘볼로콥터’는 파산을 맞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관계자는 “착륙장과 저지연 통신망 등 인프라는 물론 도심 위를 날기 때문에 절대적인 안전성이 필요하다” 며 “민간항공기 이상의 안전 기준을 갖추기가 만만치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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