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반면 제약사들은 한 건도 이루지 못했다. 제약사들이 해외보다는 내수 시장에 치우친 경향 탓이 크다. “글로벌에서 승부를 보려는 회사와 내수에 집중하는 회사는 시장 트렌드 분석이나 연구개발(R&D)에 임하는 긴장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한 해외 빅파마 임원의 평가는 뼈 아프다. 국내 제약사들이 국민 보건과 산업 생태계에 기여해온 점을 고려하면 너무 야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수 중심’이라는 지적은 정확하다.
실제 올해 제약사들의 화두 중 하나는 퇴출 위기에 놓인 뇌기능개선제였다. 급여 축소가 결정된 콜린알포세레이트 계열 제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에 못 미치는 임상 결과를 내세워 “문제 없다”고 주장하기 바빴다. 반면 대체제 지위를 노리는 은행엽 제제 판매사들은 콜린과 가격을 비교하는 판촉물을 배포했다가 제재를 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해외 약가 참조국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사용되지 않는 의약품 매출 방어에 제약사들이 정신을 쏟은 사이 글로벌 트렌드를 읽은 바이오 기업들은 질적 도약에 성공했다. 콜린 논란이 촉발된 2020년 MSD에 피하주사(SC) 제형 기술을 수출한 알테오젠은 올해 아스트라제네카와 또 한 번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에이비엘바이오 또한 5년 전 빅파마와 그랩바디B 기술수출 미팅을 시작해 올해 일라이릴리 지분 투자를 받았다. 제약사들이 콜린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이던 와중에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 평균 계약 규모도 1조 원을 돌파했다.
의약품 개발·생산·판매 등에 종합적으로 역량을 투입하면서 기술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제약사들이 ‘내수용 기업’으로 서서히 고사할 것 또한 분명하다. 다행스러운 건 일부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이후 글로벌 신약을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미약품과 일동제약도 향후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종근당 또한 ‘아첼라’를 최근 출범하며 신약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제약사들에게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이제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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