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대 수출 주력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불과 5년 뒤인 2030년에는 중국 기업들에 모두 역전당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 온 국내 기업들의 ‘차이나 포비아’가 단순히 우려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17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10대 수출 주력 업종 매출액 1000대 기업 2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올해 기준 국내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미국(107.2)과 중국(102.2)은 한국을 앞선 상황이고 일본(93.5)은 우리보다 6.5포인트 낮았다. 5년 뒤인 2030년에는 미국(112.9)과 중국(112.3)의 기업 경쟁력이 대등한 수준으로 높아져 한국과의 격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95)의 기업 경쟁력은 여전히 우리보다 뒤처질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이미 5개 업종서 한국 앞서…격차 확대도 예상
한경협이 발표에 따르면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분야별 경쟁력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중국은 철강(112.7), 일반기계(108.5), 2차전지(108.4), 디스플레이(106.4), 자동차와 부품(102.4) 등 5개 업종에서 이미 한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2차전지와 한국의 간판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서도 중국에 뒤처졌다는 인식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나머지 5개 업종의 현재 경쟁력은 반도체(99.3), 전기·전자(99), 선박(96.7), 석유화학·석유제품(96.5), 바이오헬스(89.2)로 근소한 차이로 한국 기업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5년 뒤인 2030년에는 이들 모두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응답 기업들은 예상했다.
중국제조 2025 산업 고도화 이뤄 반도체도 역전
반도체 분야마저 경쟁 우위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 정책과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한국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함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중국제조 2025’ 등 정부 주도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자본집약형·고위기술산업 중심으로 산업 고도화를 빠르게 추진해왔다. 이미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2차전지 철강 자동차와부품 등 3개 업종에서는 한·중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을 보여 한국 산업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62.5%는 현재 수출 시장에서 중국을 최대 경쟁국으로 꼽았으며 2030년에도 중국(68.5%)의 영향력은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협은 “5년 뒤에는 상품 브랜드 경쟁력마저 중국에 뒤처지게 되며 나머지 요소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제고 걸림돌 ‘국내 제품 경쟁력 약화’ ‘대외 리스크’
기업들은 한국 기업 경쟁력 약화 원인을 두고 국내 제품 경쟁력 약화(21.9%)와 대외 리스크 증가(20.4%)를 꼽았다. 인구 감축 등에 따른 내수 부진(19.6%),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인력 부족(18.5%), 경쟁국 대비 낙후한 노동시장 및 기업 법제(11.3%) 등을 지적했다. 정부 지원 과제로는 대외 리스크 최소화(28.7%), 핵심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18%), 규제 완화·노동유연화(17.2%), 미래 기술 투자 지원 확대(15.9%)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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