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의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15개 시도가 2026년도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AI 관련 사업을 신규 또는 확대 편성하는 등 ‘AI 수도’로의 행보를 본격화하는 데다 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등 신산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다만 복지 관련 예산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방채를 늘리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이 커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18일 각 광역자치단체가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울산시는 AI 분야에 351억 원(국비 235억 원 포함)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AI 수도’를 표방하며 AI 기반 제조업 생산기술 개발에 82억 원, 인력 양성에 17억 원, 울산형 AI 산업 생태계 조성에 3억 원 등을 배정했다.
전남도는 ‘AI·에너지·첨단산업 수도 전남’을 표방하며 AI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구체적으로 AI 기반 인력 양성·스타트업 성장 지원에 10억 원, 첨단로봇 AI 활용 중소기업 제조 혁신 사업에 8억 원, 대불국가산단 및 여수국가산단 AX 실증 인프라 구축에 7억 원 등을 투입한다.
경남도 역시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93억 원)과 초거대 제조 AI 서비스 개발(87억 원) 등 제조업 AI 전환에 집중한다. 대구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된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85억 원을 편성해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로봇·바이오 산업의 AI 전환을 추진한다.
각 시도의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전통적으로 제조업 중심인 도시들이 AI를 활용한 산업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경남·대구 등은 모두 ‘AI 전환(AX·AI Transformation)’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기존 제조 공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남 등은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AI 산업을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복 투자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시도의 사업을 보면 AI 인력 양성, 스타트업 지원, 제조업 AI 전환 등 대동소이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간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지역별 특화와 차별화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단순한 예산 규모보다 전략적 집중과 실행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등 신산업 분야 투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전시는 우주항공·양자·로봇 등 6대 전략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경남도는 위성개발혁신센터 조성에 나선다. 충남도는 미래 모빌리티 열관리시스템, 대구시는 SDV 전장부품 보안평가센터 구축에 예산을 배정했다.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도 활발하다. 울산과 대전은 트램 도입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울산은 도시철도(트램) 1호선과 수소트램에 각각 400억 원과 263억 원을 배정했고,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과 무궤도 트램에 각각 2400억 원과 68억 원을 편성했다.
각 시도가 미래 산업 관련 예산을 적극 편성하면서 신산업 개척 의지를 적극 밝혔지만, 여전히 예산의 가장 많은 부분은 복지·민생 분야 차지다. 특히 내년엔 지역화폐 투자가 대폭 확대됐다. 부산이 동백전 1조 2000억 원(총 발행액)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인천 인천e음 캐시백과 경북 지역사랑상품권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역화폐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입증되면서 대부분 지자체가 발행 규모를 늘렸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방채를 늘리면서 ‘포퓰리즘’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는 채무 비율이 23.1%로 전국 최고 수준임에도 내년 4112억 원을 추가 발행한다. 제주도는 올해보다 150% 늘린 3500억 원, 대전시는 300억 원 증액한 2000억 원을 각각 발행할 계획이다. 19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한 경기도는 내년에도 5447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울산·강원·경남은 내년 지방채를 아예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울산시는 2021년 9800억 원이던 채무를 올해 7400억 원으로 2400억 원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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