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5년 만에 내년도 나라살림을 법정 시한 내 합의 처리하면서 정부안의 총량 내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민생 예산은 늘렸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양당 실세들의 지역구를 챙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국회를 통과한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당초 정부안에 없던 서울 동작구 사자암 불교전통문화과건 건립 예산이 국회 심사 단계에서 추가됐다. 서울 동작구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불교 신자가 아니라 국회 내 카톨릭신도회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너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역구인 경북 김천 관련 예산도 대거 증액됐다. 김천 직지사 대웅전 보수정비 사업이 신설되면서 2억 2500만 원이 배정됐다. 양천~대항 국도 대체 우회도로 착공에 10억 원, 문경~김천 철도 건설에 30억 원이 새로 반영됐다. 김천 노후정수장 정비 사업에는 9억 5900만 원이 증액됐다.
양당 원내수석대표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도 늘어났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인 천안에서는 천안아산역 방음벽 설치 27억 원, 인공지능(AI) 기반 모빌리티 제조 혁신거점 조성 20억 원, 천안에코밸리산단진입도로 18억 원, 천안 성환∼평택 소사 국도건설 10억 원, 천안 동면~진천 국도건설 50억 원 등 예산이 증액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인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에서는 평창 도암호 유역 비점오염저감시설 확충 81억 8300만 원, 평창 노동~홍천 자운 국도 건설 5억 원, 홍천 자운지구 다목적 농촌 용수개발 3억 원 등이 늘었다.
국회 예결위원들의 지역구에도 증액 사례가 다수 나왔다. 예결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익산에서는 용안면 동지산리 가축분뇨 공공 처리시설 설치에 14억 원, 익산역 확장 및 선상 주차장 조성에 10억 원, 군경묘지 정비 5억 5000만 원, 익산박물관 특별전 4억 1800만 원 등의 예산이 증액됐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과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운영 등 예산 71억 6000만 원, 과천청사 중장기 개선방안 연구용역 예산 3억 원 등이 늘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경북 의성에선 국도 5호선 보행자통행로 시설 개선 예산 10억 원을 더 편성했다.
한편 공적개발원조(ODA) 같은 표심과 거리가 먼 예산들은 줄줄이 칼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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