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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가지 과학적 근거 주장 수많은 허위 상품광고 범람

6:00a.m. 1백가지 주장… 대다수 거짓
일어난 지 5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몸에서는 벌써 아침 타령이다. 치어리오스를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필자가 마시는 우유는 “자연의 의도대로 소들을 우거진 목초지에 자유로이 풀을 뜯도록 방목한” 목장에서 나온다. 콩코드 푸드사의 콩 분말은 “무지방 식품”으로 “신선한 과일의 공급원”이다. 그런 다음 이메일함을 확인해 보니 과학적으로 들리는 스팸 메일들이 몇 통 새로 와 있다. “음경 길이를 3인치 이상 키워 준다”는 기적의 알약 광고가 있다. “밤새 가슴을 키워준다”는 광고도 있다. “20년 젊게 보이게 해 준다”는 메일도 와 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복용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10월 15일 잠에서 깬 후 몇 분 동안 필자는 13가지 과학적 주장들을 적었다. 그중 단 한 가지 치어리오스만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다. 미국 국립과학위원회의 2002년 연구 “과학 및 엔지니어링 지표”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1/3만이 “무언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게 어떤 뜻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럴듯한 과학적 주장들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다. 국가적으로 미국인들은 유사과학에 잘 속는데 국립과학위원회는 이를 교육과 언론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하루에 얼마나 많은 과학을 보통 미국인들이 접하고, 얼마나 영양가가 있는 것들일까? 필자는 과학 잡지들을 자세히 뒤져 보지 않았는데 보통 미국인들이 그런 잡지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라디오나 텔레비전, 인터넷과 제품 포장지, 광고판과 일간지를 가볍게 읽으면서 눈에 띄는 과학적 주장들을 모두 적었다. 잠자리에 들 때쯤 되자 100개도 넘게 기록이 됐는데 이들 모두를 이 기사에서 다루지는 않고 대표적인 것들만 수록했다. 이 정도면 평균 10분당 한 건 꼴이다.

이 주장들 대부분은 광고사에서 나온 것들이다. 미국인들은 아마 광고사를 통해 가장 많은 과학적 내용을 접하게 되는데, 이 회사들이 원래 품질 설명을 하는 곳이고 국립과학위원회의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미국인들은 과학이라면 귀가 솔깃해 하기 때문이다. 광고를 접한 사람들 중 90퍼센트가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보통 이상의 관심을 보였다. 회사들은 진실을 말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지만 지켜지는 예는 드물다. “3인치 이상 확장” 약속은 하도 들어 지겨운 거짓말처럼 보이지만 가능한 한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할 마케팅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마케팅상의 필요성은 물론 과학적 방법과 상반된다. 과학은 느리고 고통스러우며 상당히 불확실하게 전개된다. 콜레스테롤과 심장병간의 관계는 50년이 넘게 연구되어 왔는데도 아직도 완전히 베일이 벗겨지지 않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과학은 회색인 것이다. 광고에서 과학은 화장이 필요하다. 20년 젊게 보인다거나 큰 가슴을 갖게 된다고 하면 금방 그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보고서 6:00a.m.
1. 치어리오스(CHEERIOS): 정확함. 판매도 잘 됨. 1999년 FDA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검토한 후 비정백 곡물 식품이 심장병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적극 광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편 제너럴 밀스사는 치어리오스의 구체적 연구의 자금 지원을 해왔고, 최근에는 여성이 매일 이 제품을 두 그릇씩 먹을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4퍼센트 낮출 수 있다는 2003년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모든 미국인들이 치어리오스를 권장량만큼씩 먹을 경우 연간 2만4천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림잡아 계산해 봐도 2억8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매일 두 그릇씩 365일을 먹으면 연간 2천40억 그릇이 된다. 정말 엄청난 양이다.

2. 소: 눈속임. 필자는 소를 좋아한다. 자연 덕분에 소들은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면서 풀을 뜯어 먹고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상업용 유제품 생산용 사료를 더 이상 먹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자연산“이라는 말은 마케팅에서 가장 애매한 말에 속한다. 자연은 인간이 소의 젖을 마시도록 한 적도 없고 소떼나 목초지를 뉴욕 북쪽 지역에 두도록 한 적도 없다. 소는 현재 멸종된 페르시아산 들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랜 세월동안 자라나 빽빽해진 숲을 벌목해 목초지를 만든 사람들이 번식시켜 들여왔다.

3. 소이 쉐이크: 잘못된 정보. 이 분말 제품에는 신선한 과일이 함유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바나나를 구입해야 한다. 바나나에는 많지는 않지만 지방이 함유되어 있다. 이 분말에만 지방이 없고, 쉐이크 제품에만 신선한 과일이 들어간다.

4. 3+ 풀 인치스: 가짜. 약물로는 음경의 길이를 늘릴 수 없다(단, 잠시 동안은 가능하다).

5. 가슴: 역시 가짜. 알약 복용으로 밤새 가슴이 커지지는 않는다.

6. 회춘제: 엉터리. 어떤 알약으로도 20년 젊게 보일 수는 없다. 이 알약은 정서적인 안정성을 67퍼센트 증가시켜준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이비과학적 정확도 때문에 이 주장의 허구성은 최소한 68퍼센트 더 높아진다.

7:15a.m. 복잡한 과학적 해석 단순화
뉴욕타임스의 특집 기사에 쉔조우 5호를 타고 우주비행을 한 중국 우주비행사 얘기와 100세까지 장수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콜레스테롤 운반 분자가 많아 동맥이 깨끗해 건강하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라디오에서는 듀퐁사가 “생명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1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라며 축하하는 광고가 나온다. 필자는 MSN으로부터 웹서핑을 시작해 “관절통 해결책” 플레탈이라는 배너 광고를 찾아 본다. 한 번 클릭 하자 WebMD가 클리블랜드 전문위원단의 “유방암 검사 추천”을 보도하고 있다. 모든 여성들이 40세부터 매년 유방 X선 촬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막 끄려는데 돈 이무스가 중국 우주비행사에 관해 회의적인 한 마디를 쏘아 붙인다: “저 거짓말쟁이들이 실제로 인간을 우주에 쏘아올렸는지 어떻게 알죠?”

필자가 유방암 검사 충고에 관해 검색해 찾아봤더니 신중하다고 하는 언론에서조차 조언을 하기 위해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단순화하는지 좋은 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잠깐! 조언이라는 말을 쓰면 안될 것 같다. 이 사이트에는 웹엠디사가 “의학적 조언을 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기 때문인데, “권유”와 “조언”이 동의어인지 여부가 논점이 된다.

이 경우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었다. 여성이 유방 검사 촬영을 시작해야 할 시기가 40세인지 50세인지와 관련해 웹엠디 사이트는 “모든 의료기관과 지지단체들이 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40세가 표준이라고 강조했지만 검색을 계속해도 이런 권유가 어느 정도 논란거리가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묘하게도 이무스가 중국 우주비행사를 두고 한 농담은 과학적 주장들이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세계에서 미국인들이 이득을 취하는 태도를 잘 대변해준다. 그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중국의 우주선 발사와 귀환은 기록으로 잘 작성되어 있지만 우주비행사가 안전하게 지상에 착륙할 때까지 중국 정부에서 비디오 제출을 연기했었던 것이다.

보고서 7:15a.m.
7. 100세: 제대로 된 보도.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과학적 내용은 미국의학협회지를 통해 이미 출판된 것으로 사실 여부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것이다. 타임지는 100세가 된 사람들의 자손들을 다른 60~70대 사람들과 비교한 이 연구 방법을 취재한 후 유전적 연계성과 “좋은 콜레스트롤“의 영향같은 알려져 있지 않던 사실들을 지적하면서 이 발견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8. 생명에 대한 근본적 이해: 과장됐음. 듀퐁사와 뉴욕 증권거래소를 홍보하는 이 기업 광고에서는 유전학이 우리가 생명을 이해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그렇기는 하지만 단정적인 표현은 의미가 없다. 생명 과정은 결코 해독될 수 없기 때문이다.

9. 관절염 치료제: 과다 판매. 처방약 플레탈은 노인들이 관절염으로 인해 겪는 고통을 완화시켜 준다. 하지만 플레탈은 누구에게나 효력이 있는 게 아닌데다 이 제조회사의 웹사이트에 가보면 알 수 있듯 심장발작증이 있는 환자가 복용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이 약의 치료효과”는 복잡한 치료법들이 간략한 슬로건으로 대변될 때처럼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누구나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10. 유방 X선 촬영: 불완전하고 위험하기도 함. 만약 모든 여성이 20세부터 유방 X선 촬영을 하면 훨씬 더 많은 유방암 환자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그렇게 권하지 않는 이유는 잘못된 양성 반응 진단이 많이 나와 불필요한 절개와 유방 절제건들이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 발병의 위험성이 잘못된 양성 반응 폐해를 앞지르는 때는 언제쯤이 될지 의문이 든다. 많은 의사들이 40세가 적당하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40세는 너무 젊은 나이고 50세가 적당한 평균 연령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지침은 여성쪽 가족들의 의학적 기록과 본인의 위험에 대한 내성이다.

9:30a.m. 닭은 닭일뿐 건강은 미확인
로그오프를 하려는데 필자의 신장과 체중을 적어 넣으라는 앳킨스사의 배너 광고가 MSN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여서 키 160㎝에 몸무게가 70㎏인 25세의 여자라고 거짓말로 기입했다. 엔터를 치자 이 웹사이트는 필자가 아주 건강하다고 하면서도 제품을 사도록 강요했다.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평생을 체중 문제에 신경쓰지 않으며 살 수 있습니다.”
필자는 180㎝에 90㎏의 거구에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는 가게로 향했다. 이곳은 근거없는 과학적 주장들의 향연장이다. 보통 빵에 들어 있어야 할 성분이 거의 함유되지 않은 앳킨스 저탄수화물 빵이 보인다. 빵 진열대 위에 안내판이 붙어 있다: “곡물 식품을 고르세요! 빵과 곡물 식품은 균형잡힌 식단의 토대가 됩니다.” 웨그맨사의 유명 빵에는 “무브롬산”이라고 적혀 있다.

몇 걸음 더 가자 퍼듀산 닭이 “순 천연산”이라고 되어 있고, 다이아몬드사의 호두 봉지에는 “오메가-3”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이스트 봉지에는 “무글루틴”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다. 놀랍게도 바로 옆에는 끈적거리는 코코넛유가 다이어트제로 진열되어 있다. 친절하게도 병에 붙여 놓은 2003년도 주간지 기사에는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 결과 코코넛유가 칼로리 연소력을 최대 50%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되어 있다.

“가게에 온 사람들은 제품마다 주장하는 내용들을 정부가 면밀히 검토했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붙어 있으면 분명 정확하고 중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루터스 대학 음식 정책 연구소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홀맨은 말한다. 물론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정확할 거라는 가정은 옳지만 중요할 거라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연방무역위원회와 FDA의 규정 모두 포장에 사실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닭은 그냥 닭인 것이다. 하지만 ”주장하는 바가 정확하게 맞는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건강상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라고 홀맨이 말한다.

이렇게 “실제적인 효과가 크지 않은 주장들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효과에 대해 성급하게 큰 기대를 하기 때문“이라고 홀맨은 말한다. 과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소비자들이 사소한 주장도 확대 해석해 제품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런 방법의 장점은 제조사가 제품의 효과에 대해 분명하게 주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할 필요도 없거니와 대개 그럴 수도 없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과학이 좋은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다. 국립과학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90%가 과학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지만, 15%만이 과학 지식에 자신이 있다고 대답했다. 마케팅 MBA 학위만 있으면 마음껏 사기를 칠 수 있는 것이다.

보고서 9:30a.m.
11. 저탄수화물 계획: 알수 없음. 건강한 정상 체중의 25세 여성이 평생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12. 곡물 식품: 타당함. 저탄수화물 식단에 관해 재개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확정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균형잡힌 식단과 열량 조절, 운동은 여전히 비만을 방지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FDA에서는 권장 식단표를 검토하고 있지만 육류와 지방 식단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콜로라도 대학의 외과의사이자 영양학자인 홀리 와이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건 탄수화물이고 저건 단백질이고 하는 식의 식단들 때문에 혼란이 가중됩니다. 둘 다 잘못된 겁니다. 중요한 건 칼로리입니다.”

13. 무브롬산염: 화학원소명의 남발 사례. 웨그맨사의 빵에는 정말로 브롬산염이 안 들어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반죽 개선제인 브롬산염은 다량으로 사용하면 암을 발생시킨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 논란이 많다. 구운 빵에서 위험한 수치의 브롬산염이 발견된 사례가 없다. 대부분의 제빵회사들이 브롬산염 사용을 완전 중단했기 때문이다.

14. 순수 자연산: 만능 효과를 연상시킴. “자연산”은 풍차 밑 양지바른 헛간에서 총총거리며 돌아다니는 행복한 닭들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FDA 규정에 의하면 이 단어의 의미는 고작해야 어떤 닭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게 아니라는 정도이다. “순수 자연산”이라고 라벨이 붙은 닭들은 수천 마리씩 떼지어 닭장에 넣어진 채 발톱과 부리를 고정한 채 “자연산” 헛간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항생제를 주입해 키운 것들이다.



15. 오메가-3: 신비로움. 오메가-3 지방산은 미국 식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형태의 지방이라고 영양학자들은 말한다. 모든 견과류에는 오메가-3가 함유되어 있으니까 이 주장은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내용을 암호화해 놓았다. 그리스 문자에 숫자를 더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음”을 보여 준다.

16. 무글루틴 이스트: 터무니없는 소리. 이스트는 곰팡이이고 글루틴은 식물성 단백질 제품이다. 진화론적으로도 이 둘은 소와 오렌지만큼이나 아무런 관계가 없다.

17. 코코넛유: 일시적 유행. 포화 지방산이 연소될 열량의 수를 증가시키지 않고 “열량 연소력”만 증가시킨다는 이 개념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코코넛유의 “효과”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2003년 이 제품은 날개돗힌 듯 팔렸다.

12:45Pm. 과학의 신비함은 무지의 출발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필자의 친구인 찰스가 맥주를 안 시켰다며 푸념을 했다. “알콜이 몸에 좋대”라고 그가 말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과학적으로 선정된 짝을 찾아준다는 중매 서비스사인 이하모니의 광고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출구를 빠져나가는데 광고판에 “유방암을 줄이려면 낙태를 선별해서 해야 할까요?”라는 문구가 뜬다.

집에 와 라디오를 틀자 약물중독 때문에 재활치료중인 러쉬 림보우를 대신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로저 헤지콕의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에는 멸종되고 있는 동물이 없습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필자는 곧 체육관으로 향한다. 혈압측정기로 혈압을 쟀더니 경고 수치임을 알려준다. “혈압 수치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의사 뿐입니다.” 필자는 의사가 아니니까 혈압 수치만 적어 놓고 해석은 하지 말아야겠다.

필자는 혈압기를 받았지만 측정 정보는 이용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 과학에 무지한 사람에게 과학은 신비한 힘이 있다. 로저 헤지콕은 사람들이 믿을 수 밖에 없도록 주장을 한다. 광고판에서는 낙태와 유방암을 과학적으로 들리는 “위험 인자”라는 표현으로 관련지으면서 과학 문제를 생명의 권리에 관한 윤리적 논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광고와 무책임한 미디어에 등장하는 과학적 주장들의 핵심적인 효과이다. 과학적 주장 자체는 조사해 보면 별 근거도 없으면서 그럴 듯한 포장으로 믿게 하는 것이다.

보고서 12:45P.m.
18. 알콜이 건강에 좋다: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수도 있다. 남성 외과의사 9만 명의 음주 습관을 추적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한 번씩 음주를 하는 사람의 당뇨병과 뇌졸중,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주량에 대한 논란이 아직 있긴 하지만 과다한 음주를 한 사람들이 간 질병이나 식도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

19. 이하모니: 불완전함. 치열한 웹 중매의 세계에서 이하모니사는 전통적인 중매 방식과 고객의 등급을 난폭성, 복종성 등 성격 특성에 따라 분류하는 과학적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이 회사는 “이하모니의 중매 알고리즘이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방법을 이용한 중매 결과 연구를 자체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하모니의 웹사이트를 검토해 본 뉴욕주립대 사회 심리학 교수인 아서 아론은 “적합성 여부는 측정할 수 있었지만 이들이 측정한 것은 성공적인 결혼에 이를 수 있는 소수의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말한다.

20. 낙태: 거짓. 국립 암 연구소는 많은 연구 결과들을 검토한 후 낙태로 인해 유방암 발병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21. 멸종: 졸작. 이 이야기는 아직 남아있는 하와이 파울리 새 세 마리 중 한 마리에게 해당한다. 파울리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하와이의 여러 조류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많은 미국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3:45P.m. 광고속 실험복 차림 사람은 배우
체육관의 자전거 운동기구를 통해 CNN이 방송중인데, 한 FDA 위원회에서 유방내 실리콘 삽입 금지 조치 해제를 권유하고 있다. 조금 후 샤워 도중 필자의 영양크림에 “pH 5.5 균형을 맞춰주는 필수 핵산이 함유되어 있다”는 내용이 보인다. 필자는 여행용 머그컵에 앨굿 브랜드인 소화촉진 차를 따른다. 이 차에는 소화기의 평활근 이완을 촉진시키는 회향이 함유되어 있다. 포장용기 바닥에는 다음과 같은 작은 주의 문구가 있다. “다음 문구들은 FDA의 심의를 아직 받지 않았습니다. 이 제품은 질병 진단과 치료, 예방용이 아닙니다.”건강식품점의 거의 모든 제품에 이같은 주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구성 성분입니다”라는 문구 밑의 노란 띠에도 그런 문구가 있었다. 흠. 왜 이런 말을 써 놓았을까? 글자가 단어의 구성 성분이듯 아미노산도 단백질의 구성 성분이다. FDA도 분명히 이를 알고 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들은 라디오 광고에 호기심이 생겨 코티슬림이라는 회사를 전화를 했다. 이 회사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 수치를 감소시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제품을 생산한다. 필자: “어떻게 코티슬리미 코티솔을 줄여주나요?” 판매업체: “체내의 코티솔 수치를 감소시켜 체외로 모두 배출시킵니다.” 필자: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판매업체: “코티슬림이 코티솔을 증발시켜 흡수한 다음 감소시키는 겁니다. 어쨌든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행사’가 이번주에 있습니다.”

과학적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코티슬림의 웹사이트에는 지방 찌꺼기를 MRI로 촬영한 영상이 다음과 같은 굵은 문구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체중 감량의 새로운 과학.” 하지만 이 사이트의 어느 곳에서도 FDA 주의 문구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한 번 정리해 보자: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해서 어떤 제품을 사용하면 “실질적인 효과”가 있으리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광고 사진에 나오는 실험복 차림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배우일 가능성이 있다. 과학적 연구 결과 보고된 자료라고? 고등학교 생물 낙제생이 조작해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건강에 좋다고? 글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94년에 발효된 한 연방법에 의해 코티슬림과 앨굿 차처럼 음식도 약품도 아닌 다이어트 보조식품에 관한 FDA의 규정들이 무력화되었다. FDA는 에페드라의 경우처럼 유해하다고 입증된 제품을 판매금지시키거나 제조사가 특정 질병 치료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앨굿은 변비 치료제로는 광고할 수 없지만 소화 촉진과 소화기 자극, 면역계 균형 유지와 판매촉진을 위해 의학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릴만한 용도로는 판매가 가능하다. “약초형 비아그라 대체품” 판매업자들은 집중적인 연구 후 FDA의 승인을 받은 다른 약품의 효능을 슬쩍 내비칠 수도 있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인용하지 않아도 자연산 약초 대체품의 우수성을 이용할 수도 있다. 메디큐어 같은 이름이 들어간 회사들은 “의사 승인을 받은 100% 순 자연산” 알약들이라고 판매를 하고, 비릴리티 알엑스라는 이름이 들어간 회사들의 제품은 의학적 효과는 물론 스스로 인정하듯 치료 효과도 없다.

보고서 3:45P.m.
22. 유방 이식: 사실. FDA의 연구위원단에서는 이 금지조치를 해제하라고 권고했지만 FDA는 그 이후 이 권고안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23. 첨가제: 과학적!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피부학자 제롬 릿은 “pH 5.5 균형을 맞춰주는 필수 핵산”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첨가제는 어떤 것이든 효과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모두 같거든요.”

24. 회향: 입증된 바 없음. 회향은 소화불량의 민간 치료제이다. 물론 일부 민간 요법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인정된 바 있다. 올굿사는 이런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밝혀달라는 반복되는 요청에 대응을 하지 않았다. 본지에서 펍메드(PubMed)를 조회하자 연구 결과들이 검색됐는데, 한 연구에는 회향이 기니어피그의 평활근 수축을 자극한다는 결과가 나와 있었고, 다른 연구에서는 회향이 쥐의 평활근 경련을 완화시켜 준다는 결론을 보여 주었다.

25. 코티솔 완전 배출: 사이비 제품. 코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특히 인간의 전투 및 비행 충동을 관장해 비만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코티솔을 완전히 배출하면 끔찌한 일이 생긴다”고 버지니아 대학 내분비학자인 매리 밴스는 말한다. 제조사의 웹페이지에 수록된 서분들을 훑어본 후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무 껍질을 먹는 게 나을 겁니다.” 코티슬림 판매원은 이 제품이 “코티솔 수치를 건강한 범위 이내로 유지시켜 준다”는 회사 웹사이트의 내용을 안 읽은 게 분명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을 해 살을 빼고 싶어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이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가짜 코티슬림에 주의하라는 강력한 경고문구가 눈에 띈다.

6:30Pm. 그릇된 과학적 주장은 ‘농담'
필자가 친구인 마이크와 졸린을 보려고 들렸더니 둘은 저녁 뉴스를 보며 저녁식사중이었다. 톰 브로커가 플로리다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테리 쉬아보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테리의 남편은 그녀를 안락사시키고 싶어한다. “가족 문제를 둘러싼 의학적 딜레마”라고 그가 표현한다. 한 약품 광고에서 리피토가 치어리오스처럼 콜레스테롤을 줄여준다고 하는데, 치어리오스 상자에서는 안 보였던 주의 문구가 화면에서 깜빡인다:

“리피토가 심장병이나 심장마비를 예방한 사례는 아직 없었습니다.” 홈쇼핑 채널에서는 한 여자가 스킨 크림을 바르며 이렇게 말한다. “비타민 A의 효과를 아실 거예요. 여러분 피부에 직접 사용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사실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모를뿐 더러 그녀도 결코 애기해 주지 않는다. 조금 후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하려는데 정글의 조지 2 광고가 보인다. 조지가 나무에 부딪치자 믿음직한 집사 고릴라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진화했다지.”

하루동안 그릇된 과학적 주장들을 기록했는데 106번째이자 마지막 주장은 결국 농담이었다. 아마도 고릴라 복장을 한 배우가 한 말이었을 것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홀맨은 사람들이 실제로 과학 관련 광고 문구들로부터 과학을 배운다고 말한다. 마치 자동차 공학의 기본 지식을 중고차 세일즈맨으로부터 배우는 것과 같다. “사람들에게 ‘부엌 청소를 할 때 안심하려면 얼마나 깨끗이 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손에 닿은 곳의 세균을 99.9% 제거해야 안심이 되요’라며 박테리아 제거제의 광고 문구를 그대로 말합니다.” 어쩌면 광고의 흉내를 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보고서 6:30Pm.
26. 쉬아보의 혼수상태: 불완전. 이 주요 사건 이면의 의학적 딜레마에 관해 상세한 보도가 아직 없었다. 좀더 깊은 과학적 설명이 없으면 이 논쟁을 이해하기 어렵다.

27.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사실. 리피토는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춰 심장병 발병율을 줄여 준다. 하지만 콜레스트롤 저하 약물과 리피토가 판매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인하고 있는 장기적인 심장병 발생율간의 관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이어트용 보조식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FDA지만 처방용 약품에 표시되는 내용에 관해서는 과학적으로 입증하도록 할 권한이 있다. 한 리피토 연구원은 기자회견시 이 약품내의 한 성분이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어 준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 약에 관한 의혹이 1년 내로 해소될 거라고 예측했다.

28. 비타민 A: 거짓. 레티노산은 피부 활성화용 처방약에 사용되는 형태의 비타민 A이다. 하지만 마운트 시나이피부학 교수인 수잔 버샤드에 의하면 “일반 상점에서 판매되는 크림에 사용된 비타민 A는 이같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29. 진화된: 잘못된 표현. 이런 표현이 효과를 보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진화가 진보적인 것이고 “인간이 가장 진화됐다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 대학 생물학자인 루돌프 래프는 “진화는 진보의 사다리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현재 살아남은 모든 종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똑같이 진화해 온 것이다. 인간은 지능이 더 진화됐고, 유인원은 나뭇잎을 먹을 수 있게 진화됐으며 어떤 종들은 나무를 타는 능력이 더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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