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신체노화 인공적 치유 가능한가?

영국 캠브리지의 화창한 봄날, 석탑의 문장깃발은 휘날리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마치 17세기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오랫동안 캠브리지 대학에서 근무해 온 오브리 드 그레이를 만나려고 이글 펍(Eagle Pub)으로 들어설 때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온 느낌을 받았다.

결국 이 선술집은 제임스 와트슨(James Watson)과 프란시스 크릭( Francis Crick)이 정기적으로 점심을 같이 하면서 DNA 구조를 연구하던 장소이자 1953년2월 크릭이 마침내 엄청난 발표를 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오브리 드 그레이는 아직 승전보를 알리지는 못했지만 훨씬 더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와트슨과 크릭이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을 이용하여 노화과정을 추진하는 중요한 생화학 경로를 알아낼 계획이다.

드 그레이는 “우리는 노화방지 간섭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면밀한 계획을 세울 만큼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였기 때문에 향후 100년 내에, 아마 더 빨라질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평균수명은 5,000세가 될 것이며, 이 수치가 완벽한 불사(不死)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소수의 사람들만이 노화와 관련되지 않는 질병으로 사망할 것이며 그 외 모든 사람들은 지구에서 허락된 시간이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이동식 로켓 자동차를 앞에 두고도 걸어가는 바보 같은 짓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드 그레이의 시간개념에서,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영국과 현재의 영국과의 400년이라는 시간괴리는 단지 찰나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글 펍의 허름한 탁자에 자리를 잡고 드 그레이의 인물 됨됨이를 살펴본다. 41세의 드 그레이는 큰 키에 호리호리하며 T-셔츠에 낡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즐겨 입는다. 그는 라스푸틴과 같은 턱수염을 시종일관 쓰다듬는다.

그는 영국산 에일맥주를 즐기며 무언가를 강조하고자 할 때는 판사가 장내를 정숙 시키듯이 파인트 잔으로 탁자 위를 톡톡 치곤한다. 말투는 영국인 특유의 멋 부린 점잖은 어투에 약간 혀 짧은 느낌이 난다. “캠브리지는 별난 일들이 많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랄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나와 같은 턱수염을 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캠브리지 대학의 일부는 누군가가 자신의 여가시간에 실제로 중요한 학문연구에 매달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익숙해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아시다시피 드 그레이는 종종 잘못 알려진 대로 캠브리지 대학의 유전학 교수는 아니지만 유전학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하프타임 연구원이다.

인간노화 문제에 대한 급진적인 해법의 역사는 다양하지만 두렷한 차이는 없는 편이다. 근대의학의 여명기까지의 표준적 처방을 보면, 노인들은 “선천적 수분”을 회복하기 위해 처녀의 달콤한 호흡을 들이마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19세기 말엽에 내과의사인 찰스 브라운 세콰르(Charles E. Brown-S quard)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액체에 담가 잘게 자른 원숭이나 개의 생식선을 주입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1990년대에는, 버지니아 의과대학의 윌리엄 리겔슨(William Regelson)은 “멜라토닌 기적”을 노화방지약이자 호르몬치료제라고 선전하는 책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러한 허풍선이 약장사들과 차별을 두기 위해 주류 학계는 노화의 생물학에서 자신들이 시행하고 있는 연구에 신중을 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이 분야에서는 놀랄만한 해법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DNA의 완전한 보완물인 인간게놈이 해독되어 유전자 형성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배(胚)의 줄기세포를 조작하여 다른 종류의 조직으로 성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러한 발견이 장기적 관점에서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생물학자들에 의해 도출된 경우는 거의 없다.

생물학자들은 성격상 너무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다. 그래서 추론적 영역은 드 그레이와 같은 공론가들 손에 넘어갔다. 드 그레이는 단백질 서열 자동분석기나 DNA분석기를 잘 알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감히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바로 인간이 거의 영원히 살수 있는 해법을 거의 다 도출해낸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처럼 말이다.

이러한 장밋빛 시나리오에 대한 열쇠는드 그레이가 “탈출 속도”라고 명명한 일종의 생물학적 폰지조직(Ponzi scheme)이다. 만약 과학자들이 우리 인간의 몸에 노화를 일으키는 세포과정에 간섭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면, 중년의 사람을 추가적으로 40년을 더 살게 유지하는 것은 즉, 추가적 40년이라는 시간은 생(生)노인학자들이 다른 손상 문제가 발현하기 전에 이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인간의 몸을 물이 새는 보트라고 생각해 보자. 스며들어오는 물의 양과 동일한 만큼 퍼내기만 하면 떠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드 그레이의 말처럼, “당신은 앞으로 가지게 될 모든 것을 수리할 필요는 없다. 그저 제때에 필요한 것만 수리를 해주기만 하면 된다.”

드 그레이의 학문적 경력은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기괴하며 자기발명적인 냄새가 난다. 캠브리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해로우에서 15세였을 때 이래 한 번도 생물학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그는 독학을 하였고 생물학 교수였던 아내가 개인지도를 해 주었다.

그는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거의 이용되지 않는 캠브리지 단기과정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대학원 논문에 등록하지 않은 채 세포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에 관한 책을 펴내 캠브리지 대학교에 제출했다. 그의 책은 유전학 연구 결과인 초파리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한다.

하지만, 최근 초파리에서 등에로 옮겨가면서 거의 논스톱으로 열리는 노인학회 회의에서 분주한 선동가가 되었고 다소 과격한 계간 저널인 회춘 리서치(Rejuvenation Research) 의 편집을 맡고 있다. 편집일 외에 모든 일은 자신의 시간을 들여 무료로 하는 것이며 경비는 유료 강연회나 몇몇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는다.

드 그레이에 대해 그밖에 뭐라고 하던 간에 그는 훌륭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그의 강의 중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노화와 여우사냥을 비교하는 도표이다. 둘 다 전통이 깊고, 둘 다 개체수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며, 둘 다 “본질적으로 야만적”이다.

드 그레이가 자신의 설득력에 대해 느끼는 환희는 매우 솔직한 것이어서 반감을 갖게 하지는 않는다. “작년 내가 개최한 워크샵에서 그칠 줄 모르는 기립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그는 회상한다.

하지만 아무도 드 그레이 자신만큼 드 그레이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를 단순한 카리스마 있는 괴짜라고 치부하는 것 실수의 여지가 있다. 2년 전, 그는 장수 재단(Methuselah Foundation)을 창립하는데 기여했다. 이 재단은 현재 거금 50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민간차원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 재단은 실험실 생쥐들이 다음 두 가지 기록 중 하나를 경신할 경우 과학자들에게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록이란, 한 가지는 총수명 부문의 기록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인간수명 연장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유전자가 조작된 중년기의 생쥐에서 시작되는 간섭 이후의 수명 부문이다.

장수 재단의 고문 중 한 명은 피터 다이아먼디스(Peter Diamandis)에 못잖은 과학자이자 모험가이다. 피터는 X Prize를 통해 처음에는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생각 즉, 상용 우주왕복선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탁자 맞은편에는 존 아처(John Archer)가 있었는데 그는 캠브리지대 교수이자 생물학적 복원(bioremediation: 미생물을 이용하여 환경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것)분야의 권위자이다.

드 그레이는 Archer에게 흙속에서 박테리아의 집요한 기질을 규명하고(“박테리아 중에는 고무를 소화하는 것도 있다.”고 드 그레이는 전한다), 인간과 융화하도록 박테리아를 변형시키고, 박테리아 유전자를 인간세포에 주입하여 각막퇴화나 심장병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신진대사 쓰레기를 분해하는 끝없는 작업을 돕게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것은 일종의 인간공학이라고 아처는 말한다. “이 일은 경계를 넘나드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닳고 닳은 길을 너무 멀리 지나쳐 온 실험적 학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아처는 말한다. 그래서 드 그레이는 신중한 행보로 움직이고 있으며, 아처는 자신이 맡고 있는 연구와 어린 가족들에 대한 책임을 잠시 접어두고 적절한 보조금 신청을 위해 필요한 예비작업을 수행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드 그레이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이들이 없어 그의 프로젝트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붓고 있는 드 그레이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중점을 두는 바는 존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고 다행히 게으르지 않으면 더 좋겠다.” 라고 아처가 맞은편 탁자에 앉아서 모든 얘기를 다 듣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말한다.

“그 말에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라고 아처가 후에 필자에게 말했다. “오브리는 스뱅갈리와 말썽장이 설교가를 섞어 놓은 것 같은 사람이다. 그는 당신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그 같은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미국 노화연구 분야의 숨은 실력자인 샌프란시코 캘리포니아대학교(UCSF)의 레오나르 레오나르 헤이프릭은 사람들은 자동차와 같아서 노화과정을 보여주는 청사진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확실히 노화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어떤 시간제한을 두는 “사망 유전자”나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으며, 노화는 단지 진화를 무시한데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인간은 불멸의 유전자를 위한 필사의 전달시스템이다.

우리가 생식작용을 통해 이러한 소중한 유전자를 다음세대로 전달하고 나면 진화는 우리 인간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우리 모두는 매우 다양한 속도로 이 일을 수행할 뿐이다. 여기서 메커니즘은 자연도태(자연선택)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평균 수명을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자손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장수하는 유전자는 선택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젊었을 때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던 복구시스템을 압도해버리는 세포내 신진대사 폐기물과 유전자내의 해로운 변종들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좋지 않는 현상에 맞서 저항할 수 없다.

20세와 30세의 차이는 비교적 경미해 보일지 모르지만 30세의 세포에는 어떤 피할 수 없는 초기단계의 질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30세는 사망에 10년 더 가까이 있게 된다고 드 그레이는 지적한다.

노인학자들이 즐겨 지적하듯이, 주요 노화관련 질병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현재의 평균 수명 80세에 약 15~20년을 추가할 수 있다. 심지어 우리가 암과 심장병을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90세에는 결국에 폐렴으로 죽거나 병약하고 추한 늙은이의 모습으로 자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신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드 그레이가 제기하는 급진적인 간섭이 없다면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노쇠해진다는 것이다.

드 그레이의 설명대로, 노화문제를 다루는 데는 현재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노인병학은 손가락으로 제방을 막는 접근방법으로 삶의 마지막 장에 전형적으로 발현하는 질병과 교전하면서 좀더 많은 시간을 벌어준다, 이는 징후 레벨1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 방법에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한 관상동맥 우회수술, 골다공증을 치유하기 위한 약물요법, 악성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방사능요법 등이 있다. 이런 싸움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미 진 게임이며 그래서 죽음을 맞이한다.

확실히 백신, 항생제, 개선된 식습관, 여러 가지 치료법과 수술법 덕택에 인해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인들의 평균수명은 길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의 개선이 단지 한계수명에만 이득이 되는 수익체감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표준 접근방법은 노인학으로 노화 자체의 메커니즘을 연구한다. 질병 연구에는 수십억 달러가 쓰이지만 이 분야는 보잘것없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저명한 과학자인 UCSF의 신시아 캐년(Cynthia Kenyon), MIT의 레오나르 과렌테(Leonard Guarente), 그리고 국립노화연구소의 George Roth는 젊음을 유지시켜 주는 유전자에 대한 언론 및 대중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자신의 실험용 동물들에게 가혹한 다이어트를 시켰는데 이것은 칼로리 억제라는 방법으로 30%의 수명연장 효과를 보였다. 다른 과학자들은 누룩과 벌레와 생쥐에게서 장수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알아내고 있다.

드 그레이는 노인병학과 노인학의 중도노선을 개척했다. 그는 소위 “공학적으로 무시 가능한 노화(engineered negligible senescence)”에 도달하는 게 목표다. 또 한 잔의 맥주를 들이키며 힘주어 말하기를, 그의 방법은 실용적 접근방법인데 그 이유는 노인학자들이 세포의 신진대사의 미스터리를 밝혀낼 때쯤이면 우리 모두는 벌레의 먹이가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학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중요한 시기에 머물고 있으며, 신진대사 손상을 야기하는 유전자적 및 생화학적 과정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복구할 계획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결국, 신의 역할을 맡아 실질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기 보다는 공학자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쉽다.

노화과정의 어떤 원동력은 신진대사의 불안정하여 문제를 야기하는 분자 부산물인 “유리기”라고 가설을 세우는 과학자들과는 달리, 드 그레이는 노화를 잘 정렬된 우선순위를 거부하는 상호의존적 과정들의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보다 중요한가를 알아내려고 생각에만 잠겨있어서는 안된다.”고 그는 단언한다. “우리는 문제를 모두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는 몇 가지 문제만 고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은 인간노화에 원인이 된다고 그가 생각하는 세포 및 분자 요인에 대해 그가 공식화한 드 그레이의 노화의 7대 죄악(Seven Deadly Sins of Aging)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7대 죄악은 세포손실로 인한 조직의 위축, 자멸하지 않고 살아남은 늙은 세포에 의한 파괴, 리소좀 내부의 폐기물 축적, 우리 세포의 쓰레기 압축기, 세포 사이에 축적되는 찌꺼기, 조직의 탄력을 줄어들게 하는 당분과 단백질 분자의 부적절한 결합,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변형, 그리고 암을 유발하는 세포핵의 유전자 변형 등이다.

생물학자들은 이런 과정 모두가 노화에 기여한다고 확신하지 않지만, 드 그레이는 그렇게 믿고 있으며 각각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아래 “7대 죄악” 참조).

이러한 해법이 얼마나 실용적이거나 실질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브리는 핀의 머리에 1,000층짜리 빌딩을 세우자는 것과 같은 얘기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 기다려요, 기다려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자고요’라고 말할 수 있다고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수석세포생물학자인 쥬디스 캠피시(Judith Campisi)는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록 캠피시가 드 그레이와의 얘기로 인해 아직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 그것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면 드 그레이와 얘기를 나눈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드 그레이에게 우상이 있다면 그는 바로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社에서 근무하는 생물학자 마이크 웨스트일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다른 방법들 중에서도 배(胚)의 줄기세포의 전망을 추구하면서 노화방지 분야에서 생명공학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다. 수정난이 분화되기 시작한 후 발생하는 첫 번째 세포들은 결국 인체에 수없이 다양한 전문화된 세포들을 생성한다.

“나는 마이크의 궤적을 좇아간다.”고 드 그레이가 겸손한 어조로 말한다. 드 그레이와 마이크와 같은 실험주의자를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으며, 드 그레이는 대학 감독자나 주주들에게 어떤 성과를 보여줘야만 하는 입장도 아니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설득력 있는 사례를 도출하는 것뿐이며, 사람들로부터 ‘정말 멋진 실험이 될 거에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전부.”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나는 다음번 보조금 신청을 심사할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을 때마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될 이유가 없을 때 경우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다.”

드 그레이는 장수 쥐 상(METHUSELAH MOUSE PRIZES)을만들어내어 회의론자들의 맹공을 퍼부었다. 지금부터 10~20년 후에 우리는 2살 된 중년의 생쥐와 같은 입장이 될 것이며, 손상억제 시스템을 회복시켜 잔존 수명이 세배 확대되어 3년이 아닌 5년을 더 살도록 할 것이다. (남 일리노이대학교의 11C라는 생쥐는 2003년에 거의 5살이라는 나이에 죽었다.

이것은 드 그레이의 총수명 부문의 상을 위한 척도다. 하지만, 11C는 유전자 변형으로 태어났다. 중년의 정상적인 쥐인 경우 수명연장이 더욱 어렵다.) 드 그레이가 다음 단계는 100년 정도가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을 지라도 이러한 생쥐 수명연장 목표가 달성된 후 아마 10년 정도가 지나면 인간도 생쥐와 동일한 수명연장을 누리게 될 것이다.

즉, 60세의 사람은 80세라는 평균수명이 아닌 120세까지 살 수 있게 되어 모든 사람들이 세계 최고령자로 1997년 122세의 나이로 프랑스에서 사망한 잔 루이 칼멘(Jeanne-Louise Calment)가 될 수 있다. 그 때가 바로 성공한 시점이라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그 때부터 생물학적 수명연장의 증분적 증가는 죽음을 무한히 회피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의 핵심 수단은 거대한 유인원 농장이 될 것이다. 유인원들은 대략 사람보다 두 배 정도 빨리 노화하기 때문에 인간보다 훨씬 앞서 문제 발생의 징후가 나타나기에 훌륭한 위험 예고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에게 매우 어려운 문제가 닥치기 전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이 일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언젠가는 시작해야 할 일이다. 드 그레이가 아처와 다른 사람들에게 따라줄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은 그가 “리소좀 제고”라고 명명한 노화방지 해법이다. [맞은편 페이지의 도표 참조] 세포내에서 쓰레기 압축기 역할을 하는 리소좀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지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위험한 쓰레기들이 축적된다.

드 그레이는 토양 박테리아에서 쓰레기를 씹어 분해하는 효소를 찾아내어 그러한 효소를 생산하는 박테리아 유전자를 분리하여 이 유전자들이 인간 리소좀 내부에서 동일한 위생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 리소좀의 기능을 돕고자 한다.

이 새로운 유전자를 우리 신체에 전달하는 일은 이 유전자를 바이러스로 피드백하여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법은 유전자 요법이라 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10년 이상 동안 효과적으로 이용하려고 애써왔다.

리소좀 헬퍼(helper)가 아무리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실제로는 주효할 것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드 그레이는 말한다. 지난여름, 국립노화연구소는 메릴랜드의 베테스다에서 열린 드 그레이가 개최한 워크샵에 자금을 지원하여 이 접근방법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가졌다.

“오브리는 우리에게 이질적인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라고 국립노화연구소의 노화생물학 프로그램 집행관인 데이비드 핀켈슈타인(David Finkelstein)은 말한다. “그의 개념에는 엄청난 가정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게 바로 과학의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드 그레이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가 제안한 해결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야만 할 것이다. 만약 그가 일부 중요한 노화과정을 간과하였거나 7대 죄악이 아니라 8대 죄악이 존재한다면 애석한 일이 될 것이다.

그는 이것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가정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과학자들이 지난 20년 동안 어떤 유관한 생화학적 과정이나 그의 리스트가 완전하다는 정황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현재의 연구 상황으로부터 정확한 수명연장 스케일을 추론하려는 그의 시도는 별개의 문제다. “ 그건 마치 나에게 25년 후에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지 묻는 거와 같다.”:고 캠피시는 말한다.



“누가 알겠는가?” 누구나 기저 변수가 변하한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매우 추론적인 예측을 떠올릴 수 있다. 예컨대, 50년 후면 런던 시내가 마차 교통량의 꾸준한 증가로 인해 9피트에 달하는 말의 분뇨로 뒤덮일 것이라는 1890년대의 예측처럼 말이다. 드 그레이를 방문하고 난후 얼마 되지 않아, 필자는 맨하탄의 뉴욕과학원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여기서 미국노화연구연합은 언론에 잘 보이기 위해 미국의 저명한 노인학자들 몇몇을 배석시켰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필자는 민감한 오브리 드 그레이의 주제에 관해 NYAS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 뜰에서 소규모 심포지엄을 열었다.

필자는 레오나르 헤이플릭에게 7대 죄악의 리스트를 보여주었고 그는 드 그레이가 잘못 계산하였다고 절망스런 의견을 내비췄다. “나는 수십 년 동안 이 같은 리스트가 실패로 돌아가는 걸 목격했다.”고 그는 말한다.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필자는 일리노이대학교의 노화전문가이자 인구통계학자인 제이 올샨스키(Jay Olshansky)와 함께 제기된 수명 수치를 비교하였다. “5,000년이라는 수치를 얻기 위해서는, 태어난 지 몇 해 되지 않아 사망하는 이들을 보충하기 위해 10,000에서 15,000세의 수명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오브리는 이런 점을 수용한다고 필자는 말한다. “그런 점이 바로 오브리의 특징이다.”고 재빨리 대답했다. 이들은 오브리를 좋아한다. “그는 슈퍼가이다.”라고 헤이플릭이 말한다. “우리는 순조롭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올샨스키가 맞장구친다.

드 그레이의 편안한 안식처인 캠브리지에서 익숙한 회의론조차 이런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다. 캠브리지에 온 이틀째에, 또 하나의 성과는 바로 결혼한 지 13년차가 되는 드 그레이의 아내 아들레이드 카펜터를 만나는 것이다.

그녀는 드 그레이의 19년 선배이기도 하다. 그녀는 친절한 미국인으로, 일생동안 필터 없는 담배를 입에 물고 살아서 얼굴이 다소 거칠고 치아가 듬성듬성하였지만 그녀와 드 그레이에게는 아무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그들은 서로에게 충실하다.

이 둘의 결합은 그녀가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초파리 유전학자로서 종신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당시 안식휴가를 얻어 캠브리지에서 활력을 되찾을 만한 무언가를 찾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그런 활력을 찾지는 못했지만, 한 대학원생이 개최한 파티에서 드 그레이를 만나게 되었다.

“신분을 밝히라고 요구했던 이 잘생기고 젊은 신사에게 금방 이끌렸다.”고 그녀는 회상한다. (“그땐 거만하기까지 했죠.”라고 드 그레이가 끼어든다.) 그 날 저녁 몇 잔의 맥주를 마신 뒤 그들은 춤을 추었고, 같은 침실을 쓴 후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드 그레이는 가장 열정적인 스펀지와 같은 생물학과 학생이 되었다. 아들레이드는 캠브리지에 머물면서 그녀의 경력을 발휘하면서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유전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과정을 밝고 있다.

다음 2년의 과정을 통해, 드 그레이는 컴퓨터공학에 도전을 하였지만 소프트웨어 벤처사업에서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1992년 그 당시 아들레이드의 상관이 초파리에 관한 대규모데이터베이스의 운영을 떠맡을 컴퓨터분야와 생물학분야에 능통한 사람을 찾고 있을 때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게 된다. 아시다시피, 그것은 기관구매였고 드 그레이가 (전통적) 포트폴리오 없이 수명연장 이론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는데 필요했다.

여기 이글(Eagle)에서, 드 그레이는 술로 점심을 때우고 있다. 그가 말하기를 일상적으로 먹는 오후 간식메뉴는 마스바(Mars bar)와 칩 그리고 샌드위치라고 한다. “ (하긴, 그의 이름으로 글자 바꾸기 놀이를 해보면 “맥주사나이(Ready Beer Guy)”라고 그는 말한다)”. 드 그레이의 식사는 수명연장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그것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이에게 필요한 생명공학 접근방식의 미덕이며 나중에 적절한 세포간섭이 어떠한 손상을 복구할 수 있을 때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켜줄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우리 네 명은 캠브리지 캠퍼스를 거닌다. 드 그레이와 아들레이드와 필자 그리고 벤 질레이, 이렇게 넷이었다. 드 그레이의 조수인 벤 질레이는 19세의 생물학도로 유별난 진지함이 돋보였는데 대학원 장수학회를 발족시키려는 참이다. 우리는 드 그레이의 모교인 트리니티 홀의 뜰로 들어갔다.

거기선 나이가 지긋한 경비가 신분증을 검사한다. “오브리, 경비원이 신분을 밝히라고 하네요.”라고 아들레이드 가 말한다. 우리가 다음으로 들른 곳은 트리니티 대학의 대광장(Great Court of Trinity College)으로 더욱 웅장하다.

이곳은 1972년에 올림픽 영웅 데이비드 조지 벌리가 트리니티 시계의 24번의 차임 중 마지막 차임이 다 울리기 전에 자갈이 깔린 직사각형 400야드 코스를 전력 질주하여 대학의 역사를 세웠다 (그리고 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의 단초를 제공했다). 드 그레이가 1980년대 초 대학원에 재학할 당시 그 기준은 다소 완화되었다.

“한 때 나는 파티가 끝난 자정에 친구들의 재촉에 할 수 없이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대광장을 달린 적이 있다”고 그는 회상한다.”나는 코스의 2/3이상을 뛰었고 그다지 보기 흉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저분한 자갈위에서 잠들어버렸고 눈 주위에 커다란 멍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오브리 오버진(Aubergine:암갈색)이라고 불렸다.”

아들레이드는 그녀의 연구실을 배회하고 드 그레이와 벤과 필자는 대학교 저편에 있는 풀밭의 미나리아재비 사이에 앉는다. 대학교 깃발은 멀리서 보니 할리우드판 카멜롯처럼 흉곽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보드게임인 오셀로를 하고 있는데 드 그레이가 조수인 벤 질레이에게 완승을 거둔다.

“나는 늙어 죽는 마지막 세대가 되거나 그렇지 않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계획이다.”라는 말을 곧 잘하는 벤은 잘 해나가고 있다. 그와 드 그레이는 인터넷을 통해 만났고 둘 다 요즘 영국에서 특히 봇물을 이루고 있는 “트랜스휴머니스트(transhumanist)” 웹사이트와 블로그, 그리고 베러휴먼(Betterhumans)과 불사(不死) 연구소(The Immortality Institute)와 같은 사이트의 열성 유저다.

트랜스휴머니스트는 미래 기술이 우리 신체를 개조하여 날개를 달고 적외선 시계를 갖게 하며장수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에 도취된 과학(그리고 SF) 애호가들이다 (만약 우리 인간의 신체가 아니라면, 우리 인간의 다운로드 된 뇌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에서 일어날 것이다). 대부분의 저명한 노인학자들은 트랜스휴머니스트과 어울리지 않겠지만, 드 그레이는 전문 과학자들의 세계와 아마추어 열성가들의 세계를 통행하는 걸 즐긴다.

오래지 않아 드 그레이는 오셀로 보드위에서 결정적인 코너 자리를 차지한다 (“정말 멋진 수를 두었는걸.”하고 드 그레이가 껄껄댄다). 그 사이에 드 그레이는 아마 7대 죄악 중 가장 간악한 죄악인 암과 투쟁할 그의 계획에 대해 우리에게 말한다.

암의 약점은 염록체 말단에 존재하는 DNA 절편(strand)인 말단소립(telomere)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이 말단소립은 세포가 계속해서 분열하도록 하기 위해 유지되어야만 한다. 과학자들이 1990년대에 말단소립에 대해 철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 말단소립을 유지하는 효소 말단소립중합효소를 활성화하여 세포분열을 무한히 지속시키면 이것이 바로 불로의 분자샘물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만연했다. 그것은 아니었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부족하거나 복구되지 않는 말단소립이 인간수명에 절대적 한계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 신체에는 상당수의 예비 세포가 존재하고 뇌와 심장에 있는 가장 결정적 유형의 세포는 거의 분열하지 않거나 아예 안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번식을 위해 잘 유지된 말단소립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암은 말단소립중합효소를 활발히 생산하는 세포들인 내장, 생식계, 혈액, 피부 등의 분열이 빈번한 세포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또한 이런 이유로 마이크 웨스트와 다른 사람들이 말단소립중합효소에 기반한 항암제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다.)

드 그레이는 비록 최종 결과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의학과 동떨어져 있다고 해도 몇 단계 더 심화된 전략을 취한다. 그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암에 면역이 되도록 하기 위해 계획을 수정했다. 암에 걸리기 쉬운 기관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제거될 것이며,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는 않는 과정에 의하면 말단소립중합효소의 생산작용을 막아버리도록 수정된 후에 실험실에서 재생산될 것이다.

그런 다음 이 줄기세포들은 암을 치료하는 화학요법제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기 위한 두 번째 유전자 조작을 거친 다음 실험실에서 재생산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잠재적 암을 말살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화학요법제가 투입되지만 그들의 새로 조작된 줄기세포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서 줄기세포 “재이식(reseedings)”을 받기 때문에 (말단소립중합효소가 없으면 세포는 정상적으로 분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세포는 점차적으로 암이 성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생각.”이라고 드 그레이는 말한다. “하지만 인간들이 장수를 누리게 될 때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단기적 항암요법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될 것이다.” 드 그레이가 학술회의에서 그런 생각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의 리소좀 제고 개념보다 못했다.”하지만, 나의 주장이 입지를 안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지금가지 드 그레이는 오셀로에서는 벤을 완파했고 이론상 암을 정복했다. 그리고 시간은 영국의 멋진 봄날을 지나고 있었다. 시간은 7시10분을 알리고 있다. “이런 젠장.”하고 드 그레이가 소리를 지르며 서둘러 물건을 챙긴다. “10분이나 저녁이 늦었어. 이런 일은 없었는데 말이야!” 그는 놀란 가젤영양처럼 긴 팔과 다리를 펄럭거리며 풀밭을 지나 아들레이드가 있는 집으로 향한다.

갬브리지에서의 마지막 날, 필자는 드 그레이와 함께 배를 타고 캠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준(準) 불사의 비교적 밝은 전망에 대해 쉬지 않고 얘기할 때 캠강은 시간의 강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1910년에 설립된 스큐다모어의 펀팅社에서 바닥이 평평한 너벅선 한대를 빌린다.

그리고 드 그레이는 매우 능숙하게 삿대질을 하여 캠브리지 대학교 옆을 흐르는 캠강의 혼잡한 물길을 헤쳐 간다. 하지만, 곧 우리는 만능 생물학자가 아닌 드 그레이가 이름을 댈 수 없는 강가의 식물들과 잎이 우거진 버드나무를 지나쳐 엘리시안 필드에 다다른다.

무성한 턱수염이 순풍에 스카프처럼 어깨 뒤로 휘날리며, 한손에는 너벅선 삿대를 들고, 한 손에는 한잔의 존 스미스 맥주를 들고 있는 드 그레이의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다. 드 그레이는 속도와 잠재적 위험에 질려 운전을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시절에 너벅선 조종에는 타고난 소질이 있음을 발견했고, 심지어는 어느 여름에 자신의 중고배를 이용하여 관광객들에게 지역 역사와 건축물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내뱉으며 캠강 유람을 시켜주면서 돈을 벌기도 했다.

드 그레이가 배를 운전할 때 필자의 과제는 그가 주창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비록 과학자들이 그를 실망시키고 우리가 150년이라는 다소 부족한 수명으로 가는 길을 주저하고 있을 지라도 다음 세기 언젠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베팅은 아닌 무언가가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드 그레이가 자신의 목표에 더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몇몇 곤란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일례로, 엄청난 가격의 생명연장 기술에 누가 접근할 것인가?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될 뿐 아니라 더 장수하게 될 것인가? 우리 둘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표절한 것처럼 보이는 전망을 스쳐 지나기 때문에 드 그레이는 부자들이나 선진국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로부터의 9/11가 같은 분개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생명연장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다소 설득력 없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리고 이러한 장수에 대한 민주적인 접근방법을 위한 자금은 어디로부터 나올 것인가? 드 그레이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활기차게 노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은퇴라는 것이 없어지고 노화관련 질병치료에 사용되는 자원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장수 이익배당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런던이나 뉴욕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5,000년을 사는 아프리카의 농부가 동일한 토지에서 그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 모든 것의 거시경제학은 불가량물을 고려해 볼 때 드 그레이의 특기도 아니며 어느 누구의 특기도 아니다. 좀더 흥미로운 것은 영원히 산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측면이다. 일부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공포심을 가지고 생각하는 전망인데, 예를 들면 한 사람과 5,000년을 어떻게 살 것이며 5,000년 동안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은 어떻게 다 기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이다.

드 그레이와 다른 사람들은 장수에 대한 전망에 군침을 흘린다. 그는 위험회피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극복해야할 심리적 장벽은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한 번의 실수로 5,000년이 날아가 버리는 데 누가 소방관이 되기를 원하는가?

또 다른 난제: 만약 사람들이 5,000년을 산다고 할 경우 대규모 인구폭탄(population bomb)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새로 태어날 아기들을 위한 공간은 어떡해야 하는가? 인간수명은 연장자가 대접받고 신참자는 홀대를 받는 유니온 클로즈드 숍이나 상원 소위원회와 같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에 대해 숙고한 뒤 드 그레이가 내린 대답은 단호한 것이었다. “우리는 태어나지도 않는 뱃속의 아이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군리에 우선권을 주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없는 문화정체에 신물이 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생물학적 복원 전문가인 존 아처가 “우리가 만약 5,000년 동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를 듣는다면 우리 모두는 바보가 되어버릴 것.”이라고 말했을 때 가장 멋졌다. 필자는 유한성의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

대학 논문에 자주 등장하는 얘기처럼 좀 더 욕심을 내고 비참하게 물들어버리는 삶의 태도를 추구하다가 놓쳐버리는 것들에 의해 우리 삶은 의미를 갖게 된다. “죽음은 미(美)의 어머니.”라고 월러스 스티븐은 말했다. (후에 선택과 인간의 조건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생명윤리위원회 의장이 된 시카고대학의 교수 레온 카스(Leon Kass)에 의해 기술적으로 진일보하게 되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드 그레이는 죽음의 효용은 죽음에 가까이 있지 않는 사람들이 가지는 사치라고 주장한다. “허튼 소리, 당신은 불가피한 사태를 잘도 이용하는군.”하고 소리친다.

“탈출속도”는 아들레이드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만큼 제때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그도 인정한다. (“그녀에게 있어,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감히 단언컨대, 그에게도 확실한 보장이 없다. 그는 그 문제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고 한다.

수명연장에 대한 그의 최초 관심은 그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회피해보고자한 데서 기인하지만, 그 후 차츰 이타적인 관점으로 시각을 확대하였다. 그의 시각은 자신의 삶이 덜 중요한 사람들을 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80세인 사람을 40년 더 살게 하는 것이(이 사례에서처럼 4,000년) 정말로 생명을 구하는 것인지 되물었다. 늙어 가는 사람들의 죽음이 막대한 사회적 과학적 자원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 문제인가? “80세인 사람이 병약할 경우는 아니다,”라고 그는 답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병약해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경우는 문제가 된다. 이 경우 그 사람이 너무 나이가 많기 때문에 그를 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노령층 차별이다.”

자식이 없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소유한 드 그레이는 세상이 모래상자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세상이 왜 그렇게 남아있지 않는지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만약 다가올 수백만 나날이 이와 같을 수 있다면, 캠브리지에서 좋은 맥주를 마시며 일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밤새 일에 골몰하는 것은 천국이거나 기능적으로 천국과 동일한 것이리라.

그가 예견하는 수명은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만족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나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모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적절한 내적 역량이다.” “당신은 신종 불사인간의 프로토타입.”이라고 그에게 말한다. 그는 놀라는 기색이 없다. “ 바로 그거요.”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 7개 죄악
우리는 이 노화과정을 간섭해야만 한다고 오브리 드 그레이는 말한다.
문제는 아무도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1.세포손실
우리의 간장과 신장과 다른 기관은 상당수의 세포를 비축해 두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세포손실은 이들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드 그레이의 해법: 배(胚)의 줄기세포를 유전자 조작하여 신체의 모든 종류의 세포들의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것. 줄기세포를 인체에 주입하여 병들고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것. 다양한 세포유형을 적절한 위치로 전달하는 메커니즘이 아직 개발되지 않음.

2.세포노화
분열을 멈춘 세포는 죽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쥬디스 캠피시는 이들 세포가 이웃한 세포들을 암에 걸리게 만든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드 그레이의 해법: 쥐를 실험하여 늙은 세포들을 파괴할 방법을 모색.
한 가지 접근방법은 “자살” 유전자를 주입하여 자멸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이들 세포에 대항하는 것이다.

3.리소좀 쓰레기
세포 내부에 축적되는 쓰레기는 리소좀이라는 세포조직의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리소좀은 분해 되지 않는 물질로 남아있을 수 있다. 각막손상과 같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드 그레이의 해법: 토양 미생물로부터 유전자를 빌려와 리소좀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효소를 생산하도록 주입한다. [ “당신의 세포는 늙어 병들었나요?”를 참조]

4.세포외 쓰레기
또한 쓰레기는 세포 사이의 공간에 축적된다. 동맥 내부에 축적되는 죽은 면역시스템과 콜레스테롤 플라크는 아테롬성 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세포 주위에 축적되는 플라크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
드 그레이의 해법: 유전학적으로 면역체계를 조작하여 세포 외부에 있는 쓰레기를 삼키게 하여 이것을 세포 내부로 운반하게 하면, 리소좀이 이를 분해한다.

5.당-단백질 분자결합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포도당과 다른 당류 분자들은 단백질분자와 결합하여 딱딱한 조직층을 만들어 잠재적으로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혈관경화와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드 그레이의 해법: 한 종류의 포도당-단백질 결합을 분쇄하는 것으로 밝혀진 최근에 개발된 화학품인 ALT-711과 같은 복합물을 좀더 많이 개발한다.

6.미토콘드리아 DNA 변종
포도당이 분해 되면서 에너지를 만들 때 불안정한 분자가 생성하는 “유리기(free radicals)”는 DNA를 개조하여 잠재적으로 유해한 변종을 유발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특히나 그러한 공격에 취약하다.
드 그레이의 해법: 미토콘드리아 DNA를 세포핵으로 이동시켜 안전하게 보관한다.

7.세포핵 DNA 변종
세포핵의 DNA 변종은 암을 유발한다.
드 그레이의 해법: 환자에게서 세포를 추출한다. 세포분열을 조장하는 효소인 말단소립중합효소를 생산하는 능력을 닫아버린 다음 이것을 개조하여 강한 화학요법에 내성을 지니게 만든다.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 화학제제를 투입하여 성장하는 암세포를 죽인다. 정기적 세포 “재이식(reseedings)” 후에 세포는 암에 대한 면역성이 높아질 것이다.

▲ 당신의 세포는 늙어 병들었나요?
걱정 마시라. 여기 세포를 다시 생생하게 만드는 계획을 소개한다.

건강한 세포
건강한 세포의 경우, 리소좀 (1)은 진공청소기 역할을 하여 늙고 손상된 단백질, 핵산, 지질을 집어낸다. 리소좀은 이러한 분자를 삼킨다(2), 그런 다음 효소를 이용하여 화학성분으로 분해한다(3). 이 때 발생하는 쓰레기는 혈류를 타고 흘러들어가 제거된다(4).

노화 세포
종종 단백질과 핵산과 지질은 화학적으로 개조되어 리소좀 내의 분해효소로 소화되지 않는다. 리소좀은 부분적으로 소화되지 않는 조각과 함께 정체되어(1) 더 이상 세포에서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게 된다(2). 각막손상과 같은 질병들이 발생할 수 있다.

소생 세포
드 그레이는 토양 박테리아에서 추출할 수 있는 효소로 과중한 임무에 시달리는 리소좀을 정화하여 인체와 융화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박테리아 유전자(1)는 새로운 효소(2)를 만들어 리소좀(3)에 있는 소화되지 않는 쓰레기를 분해하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