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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동력차 현실화가 요원한 이유

2004 미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와 케리 후보 측에서 일치하는 공약이 나왔다. 양 진영 모두 미래의 대체 동력원으로 퓨얼 셀(Fuel Cell), 즉 연료전지를 지목한 것. 수소(Hydrogen)는 현재의 화석연료 의존 경제에서 이산화탄소 증가 및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대기오염물질 방출을 극적으로 감소시켜 줄 구원자로 주목 받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풍부한 청정 동력원인 수소를 바탕으로 하는 “수소 경제”를 통해 한층 진일보 할 것이라 예견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환경론자도 이 추세에 합류하여 미국 에너지 정책의 차기 주체는 ‘수소 연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을 들여다보면 수소동력 차량의 상용화는 가상핵융합이나 암 치료보다도 훨씬 요원한 이야기이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엔지니어와 연료전지 제조업체, 정책입안자들은 수소기술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고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fuelcell-info.com의 편집장 하워드 코프먼(Howard Coffman)이 [수소 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서 펼친 주장도 다소 과장되어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언젠가’는 수소경제가 도래할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수소와 한창 각광 받고 있는 연료전지를 둘러싼 오해와 의문들에 관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았다.

▲ 9가지 신화와 오해

1. 수소는 풍부한 연료이다?
사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다. 태양이 매 초마다 수소를 6억 톤씩 소비할 정도로 그 양은 막대하다. 그러나 지구에는 석유처럼 수소가 샘솟는 커다란 저장고가 없다.

그 대신 수소 원자는 다른 원소와 분자형태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연료전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들여 수소를 추출해야 한다. 결국 소비하는 에너지 양 만큼만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 밸러드 파워 시스템(Ballard Power Systems) 사(社)의 공동 창업자이자 연료전지 개발의 최선두주자인 조프리 밸라드(Geoffrey Ballard)에 따르면 “수소는 보충재(대체물)이지 제 1 에너지원은 될 수는 없다”라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되는 셈”이라고 잘라 말한다.

2.수소 연료전지는 지구 온난화를 종식시킬 것이다?
내부연소기관과 달리 수소 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수소의 주요 원천인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한 전기분해를 통해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데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만일 화력발전을 통해 수소를 분리해 낸다면 최종 산물은 순수한 수소가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는 지속적으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수소가 추출되면 즉시 압축시켜 운반해야 하는데, 수소 경제 초기 단계에서는 당연히 석유로 운행되는 차량과 기계가 사용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얘기. 사실 천연가스나 물에서 추출한 수소를 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전하면 대기 중에 순수 CO2의 양은 증가한다.

캘거리 공대의 데이비드 키스(David Keith) 교수는 “사람들은 수소 차량이 무공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구 자체는 무공해이지만 발전소는 그렇지 않잖아요. 이것과 마찬가지 맥락이죠.”라고 설명한다.

단기적으로 대기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지 않고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원자력이다. 원자력에서 생성된 전기로 물, 즉 H2O를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 한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밸러드는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타개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원자력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원자력이 장기적으로 핵폐기물 문제를 야기하며 경제적 실익도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해 메사추세츠 공대와 하버드 대학 교수 10명이 “원자력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에너지 산업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물을 전기 분해하여 생산하는 수소는 원자력 발전의 비용 절감에 달려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원자력을 통한 전기분해가 다른 자원을 이용한 전기분해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한, 수소 생산을 위해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개념은 넌센스이다.

3. 수소 경제는 재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통해 이룩한다?
재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기를 재생산 한다. 태양력이나 풍력과 같이 재사용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석유 및 원자력에서 기인하는 환경오염 우려를 불식시킨다. 문제는, 수소 경제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되면 재사용 가능한 자원들로는 필요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 공급 가능하다는 점이다.

1998년에서 2003년 사이 미국에서 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은 6,374 메가와트로 28퍼센트 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대략 1천6백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해당 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미국 전체 전력수요의 약 6%를 풍력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영국 워릭대 경제학자 앤드류 오스왈드(Andrew Oswald)는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그에 계산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차량을 수소동력 차량으로 대체할 경우 백만 대의 윈드 터빈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캘리포니아 땅 절반을 차지하고도 남을 면적이다. 태양 전지판 또한 이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대지가 필요할 것이다.

수소 생산의 또 다른 걸림돌은 물의 양이다. 특히 태양이 강한 지역은 대부분 태양력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워싱턴 D.C.에 소재한 비영리 기구 세계자원기구(the World Resources Institute)에 따르면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수소를 연료로 쓰려면 연간 15조9천억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석 달 동안 쏟아내는 양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는 미국 물 소비량이 10 퍼센트 가량 늘어나게 된다.

4. 수소가스 누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소가스는 무색무취이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게 연소한다. 불꽃이 워낙 작아 다리에 불이 붙기 전까지는 연료 펌프에서 누출되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압력수소가스에는 매우 간단하게 불이 붙는다.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소재한 ‘에너지와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센터’ 설립자인 조셉 롬(Joseph Romm)은 자신의 저서 [수소와 관련한 사기: 기후문제 해결 경쟁의 진실과 허구]에서 “휴대폰이나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은 수소를 점화시키기에 충분한 전기를 방전한다.”고 주장한다. 다행히 탄소섬유 강화탱크가 실제로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접촉사고로는 폭발로까지 이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제공장, 파이프라인, 주유소 등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이 중 어디에서고 수소가 누출될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테네시 대학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이자 전직 플로리다 파워 & 라이트(Florida Power & Light) 사 부사장이었던 로버트 유릭(Robert Uhrig)은 “수소는 가스고 그 밖에 대부분 석유화학 에너지원들은 액체라는 것은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고압가스나 극저온 액체수소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는 현재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수소는 인간이 잡아두기가 매우 어려운 물질로, 바늘구멍을 통과해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의 분사추진 연구소와 캘리포니아 공대 합동 연구팀이 산업용 수소와 천연가스 누출 사고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질량의 10 내지 20%가 누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모든 것이 수소 동력으로 대체된 시스템에서는 지금보다 네 배 내지 많게는 여덟 배의 수소가 공기 중에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부의 ‘에너지 효율 및 재사용 가능 에너지 연구과’의 데이비드 가먼(David Garman) 차관보는 수소 누출에 관한 칼텍의 연구가 “크게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그 양이 어느 정도이든 간에 공기 중에 수소가 증가하면 산소와 결합하여 수증기를 생성할 것이고 야광운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새벽녘이나 황혼무렵에 볼 수 있는 높고 희미한 띠로, 이렇게 지구를 덮는 구름들이 증가하면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 할 것이 분명하다.

5. 차량에 수소 연료전지를 제일 먼저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며 비용효율적으로 기후 문제에 대처하려면 차량으로 시작해서는 안된다.” 데이비스 키스의 말이다. 자가용과 경량트럭은 미국 내 이산화탄소의 약 20퍼센트를 방출하는 반면,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가 방출하는 CO2의 양은 40퍼센트에 달한다. 또한 차량용 연료전지는 크기와 무게에 있어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행 한다는 문제도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더 나은 해결책은 하이드로젠 차량 개발을 중단하고, 대신 가정용 및 산업용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장착하는 것이다. 플러그 파워(Plug Power), UTC, 퓨얼셀 에너지(FuelCell Energy), 밸러드 파워 시스템스(Ballard Power Systems)는 이미 고정식 연료전지 발전기를 선보였다. 플러그 파워는 미국에만 단독으로 161개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맥도널드의 연료전지 전력공급 시스템을 최초로 설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네 개 회사 전부를 합친 전력 생산량은 최고 69 메가와트에 불과해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인 944,000 메가와트에 0.01퍼센트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6 하이드로젠에 의욕적인 미국, 연구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자, 한번 생각해보자. 조지 부시 대통령은 수소개발에 12억 달러를 책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건전한 결혼” 캠페인에는 15억 달러를 할당했다. 대 이라크전에 드는 비용은 매달 39억 달러에 이르며 지난 9월까지의 누계는 1,210억 달러에 달한다. 2004년 에너지부에서 사용한 비용을 집계해 보면 수소연료보다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연방정부에서 진행하고 미국 3대 자동차 생산업체에서 수소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프리덤카 프로그램(FreedomCAR Program)’은 2008년까지 이들 업체가 수소동력 자동차 모델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나마도 판매용은 아니다.



시카고 근처 아르곤 국립 연구소 내 에너지, 환경, 경제 시스템 분석 센터의 구엔테 콘젤만(Guenter Conzelmann) 부원장은 “[수소]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훨씬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한다” 주장한다. 콘젤만은 에너지 업계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했다. 이것으로 수소경제를 이룩하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5천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데, 그나마 미국인 60퍼센트가 계속 내부 연소기관 차량을 타는 경우에 한해서 이다.

거리에 겨우 몇 대의 수소차량만 돌아다닌다면 쉘, 엑손모빌을 비롯한 기타 정유업체는 제품과 유통, 연료주입 시설, 저장고에 선뜻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수소차량 운전자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면 단 수 천대의 수소차량에 비용을 들이고 생산해낼 자동차 회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에너지부의 수소생산 연구단의 대표인 피터 데블린(Peter Devlin)은 “우리의 업계 쪽 파트너들은 미국 내 모든 주유소의 4분의 1 내지 3분의 1 정도가 수소를 공급하지 않는 이상 연료전지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험머를 모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수소 충전소를 만들기 위해 수소 고속도로 프로젝트(Hydrogen Highway Project)를 추진 중이다.

목표는 150~200개 정도의 충전소 건립이며 각 충전소마다 최소 5십만 달러의 비용이 들며 10년 내 캘리포니아 주 주요 고속도로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것이 한 개 주에 설치되는 수소충전소의 내용이다. 그러면 미국 나머지 주의 100,775개 주유소는 어떻게 될까? 이 중 25퍼센트에만 수소 충전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13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7. 아이슬란드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첫 수소연료 충전소가 레이캬비크의 한 외곽에서 이미 작동되고 있다. 일련의 연료전지 버스에 동력을 대고 있는 수소는 전기분해시킨 상수도에서 현지 생산되고 있다. 한편 차량생산업체와 로열 더치쉘, 아이슬란드전력공급업체인 노르스크 하이드로(Norsk hydro)의 공동 컨소시엄인 ‘아이슬란드 신(新) 에너지’가 최근 출범, 아이슬란드의 다른 지역 수소 시스템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인상적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전력의 72%는 지열발전과 수력발전으로 이루어진다. 손쉽게 청정에너지를 다량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는 국가의 기간 전력 공급망에서 직접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 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시설은 미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지열과 수력발전은 미국 내 전기공급망의 단 15퍼센트만을 차지하는 반편, 71퍼센트는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점은 시스템 스케일의 차이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단 16개의 수소충전소만으로도 수소전지 차량을 국토 어느 곳이나 몰고 갈 수 있다.

그러나 국토가 아이슬란드의 약 90배에 달하는 미국은 최소한 1,440개의 충전소가 필요하다. 이것도 주유시설이 미국 전역에 겹쳐지는 데 없이 전략적으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모든 이들이 어디에 충전펌프가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8. 대량생산으로 수소자동차를 상용화시킬 수 있다?
단순히 연료전지 자동차를 대량생산 한다고 해서 반드시 비용 절감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 전직 에너지부의 연료전지 연구팀의 수장이었던 패트릭 데이비스(Patrick Davis)는 “현재의 연료전지 기술로 연간 약 5십만 대의 차량을 대량생산 하려고 한다면 비용은 6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너럴 모터스의 연료전지 프로그램 운영관리자 라흐 챠우드허리(Raj Choudhury)는 GM이 2010년까지 상용 연료전지 자동차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밸러드는 우선 차량용으로 개발된 고분자전해질(PEM) 연료전지에 관해 “근본적으로 공학적인 재평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연료전지는 내부연소기관의 산업표준인 수명 15년 혹은 170,000마일이라는 주행거리에 아직까지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멤브레인(Membrane)의 마모 때문인데 현재의 PEM 연료전지는 대개 주행시간 2000시간이면 고장 나 버린다.

밸러드는 자신의 오리지널 PEM 디자인은 거의 모형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10년 전 우리가 자동차용 연료전지 실험에 선택했던 구조와 기계의 조합이 상용 자동차에 가장 잘 맞는 구조와 조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학적인 오만의 극치라고 얘기했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현재의 조합으로는 상용화에 필요한 비용절감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가 가격 하락을 불러온다는 당연한 논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전통적인 휘발유 연소식 차량은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카(gas-electric hybrid)로 대체되거나 청정 디젤, 천연가스, 메탄올이나 에탄올을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로 대체될 것이다. 바로 그 다음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수소자동차가 될 것이 분명하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환경과학과 정책을 연구하는 조앤 어그덴(Joan Ogden) 부교수는 “대다수 분석가는 커다란 여파를 몰고 올 ‘수소‘의 시대가 도래하는 데 몇 십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고 지적한다.

9.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 한 통으로 수백 마일을 갈 수 있다?
휘발유 1갤론은 수소 1갤론의 약2,600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 가득 충전시킨 수소 자동차가 483km를 운행하려면 수소가스를 극도의 고압으로 압축시켜야 하는데, 통상 1cm2 당 725.8kg 정도까지 압축이 된다.

그 정도의 고압축이라도 차량에 엄청나게 큰 연료 탱크가 필요할 것이다. “고압축 수소도 가솔린의 네 배 정도 공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부의 수소, 연료전지, 인프라스트럭처 테크놀로지과의 조앤 밀리켄(Joan Miliken) 과장의 말이다.

액체 수소는 그래도 조금 더 낫다. GM에서 선보인 액체연료 차량 HydroGen3은 표준 세단의 거의 두 배인 연료 탱크를 탑재하고 402km를 간다. 그러나 섭씨 253도로 액체수소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해 차량을 매일 운전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절대 0도보다 겨우 20도 높고 명왕성의 표면 온도보다도 낮은 이 온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수소는 증발해 버린다. 밀리켄 과장은 “공항에 차를 일주일 동안 주차 시켜놓고 돌아와보면 연료 탱크에 연료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 수소가 아니라면 대안은?
하이드로젠 경제의 가까운 미래 전망은 어둡다. 정부가 주도하고 국립 리서치 협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수소경제: 기회, 비용, 난관, R&D 필요> 연구에서 내린 결론이다.

엑손모빌과 포드 사, 뒤퐁, 국가 자원방어협회, 기타 주주들로 구성된 이들이 연구에 자금을 대, 더욱 엄격한 배기관 표준을 제정하고 재사용가능 에너지와 대체연료에 연구개발 자금을 추가로 편성하도록 입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수소경제 비전 달성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예측하고 에너지부가 “공평한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하며, 수소에 의존하지 않고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맞출 수 있는 대체제를 계속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이 수소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과는 반대로 어떻게 성공하게 될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들로 무장한 옹호론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콜로라도의 싱크탱크인 록키연구소의 물리학자 아모리 로빈스(Amory Lovins)는 방대한 계산 수치들과 사실들로 무장한 “20가지 수소의 신화”라는 백서에서 일반 수소 반대론자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수소의 후원자라고 해도 로빈스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이다.

그는 “수소를 옹호하거나 반박하기 위해서 양쪽 진영 모두 소모적인 보고서를 남발해 왔다”면서 “양쪽 다 현실감각이 부족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 자신은 수소경제가 10년 안에, 늦어도 금세기 중간에는 도해하리라 믿는다. 그러면서 중간 단계의 기술들이 과도기에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런 중간 단계 기술 중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가스-전기 하이브리드카이다.

내부 연소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이용하면 연비와 엔진효율을 모두 충족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하이브리드카의 미국 내 판매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인 포드 이스케이프, 도요타 하이랜더, 렉서스 RX400h가 2005년 형 모델로 이미 선보였다.

FreedomCAR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연구자들은 플라스틱, 섬유유리, 티타늄,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의 초경량 소재를 연구 중이며, 알루미늄과 세라믹으로 만든 가벼운 엔진을 개발 중이다. 이 새로운 소재는 차량의 동력요구량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여, 화석연료와 연료전지 사이의 가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대신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지구 온난화를 예방할 에너지효율 기술에 관해 성의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있다. 세계자원기구의 기후, 에너지, 환경오염 프로그램의 수장인 조나단 퍼싱(Jonathan Pershing)은 “좀더 폭넓고 다양한 에너지원을 보유할 수만 있다면 연구가 보다 풍성하고 안정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앉아 있는 의자에 다리가 많을수록 넘어질 위험은 줄어든다”고 평했다.

우리를 구원해줄 수소를 기다리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롬(Romm)의 저서 [수소와 관련한 사기]에서 언급한 것을 인용하자면, “십년 안에 온실가스 방출량을 감소시키는데 실패한다면 후대 역사가들은 우리를 정죄할 것”이며 “후손들은 우리보다 훨씬 덥고 혹독한 환경에서 살며,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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