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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재방송에도 법칙이 있다

드라마의 인기, 신규 작품 여부, 시청 시간대, 화면 해설방송 유무 등이 고려 요인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지난달 MBC 인기 월ㆍ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시청자 게시판은 재방송 여부를 놓고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토요일에 방송됐던 인기 드라마인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재방송이 지난달 21일자로 끊어졌기 때문.

7일에는 1ㆍ2회가, 14일에는 3ㆍ4회가 방영됐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21일부터는 새 수․목 드라마인 ‘개와 늑대의 시간’이 토요일 재방송 시간대를 차지해 버렸다.

‘드라마 재방송에 무슨 놈의 법칙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지상파 드라마를 제대로 챙겨 보지 않는 분들이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는 크게 월ㆍ화, 수ㆍ목, 그리고 주말 드라마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많은 작품이 토요일, 일요일 같은 주말이나 평일 오전 시간에 재방송된다.

물론 아무렇게나 재방송되는 일은 없다. 드라마의 인기, 신규 작품인지의 여부, 시청 시간대, 화면 해설 방송 제작 여부 등을 고려한다.

그만큼 드라마 재방송에도 나름대로의 규칙과 법칙이 있는 셈이다.

[신규 작품, 재방송 편성으로 밀어라]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새로 시작되는 드라마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경우 처음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 그 인기가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신규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이 노출시킴으로써 관심을 끌려고 한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주말에 재방송을 편성하는 것. 주 5일제 근무 등의 영향 등으로 주말에 시청자들이 몰리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MBC 드라마 게시판을 달궜던 커피 프린스 1호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새 드라마 띄우기 차원에서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방송했지만 이내 새 드라마인 개와 늑대의 시간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선태 MBC TV 편성부 차장은 “드라마 재방송 편성은 그때그때마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드라마가 새로 시작되면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며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모두 재방송할 만한 시간이 되지는 않는 만큼 드라마국과 협의해 재방송할 작품을 고른다”고 말했다.

[본방송에서 밀린 작품, 재방송에서 승부한다?]

월ㆍ화, 수ㆍ목, 주말 밤 등 KBSㆍMBCㆍSBS 지상파 드라마가 본격 격돌하는 시간대에서는 시청률 싸움이 치열하다. 그만큼 높은 시청률을 얻기 힘들다.

또한 MBC의 ‘주몽’ 같은 강력한 적수라도 만난다면 그 어떤 드라마라도 경쟁을 하기 힘들다. 주몽과 맞붙은 SBS의 ‘백 한 번째 프러포즈’ 등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몽의 벽을 절감해야 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재방송을 통한 시청률 확보. 실제 많은 작품들이 본방송보다 재방송에서 더 높은 시청률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05년 방송됐던 MBC의 ‘신입사원’, KBS 드라마 ‘부활’, 지난해 전파를 탔던 MBC의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 등은 본방송보다 재방송의 시청률이 훨씬 높았던 작품들이다.

신입사원은 본방송 당시 KBS의 ‘해신’과 맞붙는 바람에 본방송에서는 낮은 시청률을 보였다. 하지만 본방송보다 재방송의 시청률이 더 높게 나와 결국에는 본방송의 시청률도 덩달아 올라갔다.

부활은 당시 국민 드라마였던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에 빛이 가렸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본방송 시청률이 50% 가까이 돼 본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결국 재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조금씩 알려져 내 이름은 김삼순이 끝나자마자 시청률이 크게 올라 극 후반부에는 마니아층까지 형성하며 막을 내렸다.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도 비슷한 사례. 일일극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 역시 본방송보다 재방송의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오곤 했다.

여기에 최근 막을 내린 MBC 신현모양처 주말 재방송의 경우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SBS ‘쩐의 전쟁’보다 시청률이 더 높았다.

역시 최근 종영한 MBC의 ‘거침없이 하이킥 스페셜’ 편도 SBS 쩐의 전쟁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본방송에서 강력한 경쟁 작에 밀려 고전하던 작품들을 재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고, 이를 통해 좋은 드라마라는 입소문을 타 본방송의 시청률까지 오르게 하는 선순환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관례도 있다?]

물론 주말 지상파 드라마의 재방송 편성에도 일반적인 관례가 있다.

월ㆍ화 드라마의 경우 토요일 오후에, 수․목 드라마의 경우 일요일 오후에 편성하는 것이다. 애초에 MBC가 커피 프린스 1호점을 토요일에 편성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SBS가 토요일 오후에는 월ㆍ화 드라마인 ‘강남 엄마 따라잡기’를, 일요일 오후에는 수ㆍ목 드라마였던 ‘쩐의 전쟁 보너스 라운드’를 다시 내보낸 것도 같은 이치다.

안형주 SBS 편성팀 차장은 “일반적으로 재방송을 할 때도 관행적인 요소가 있다”며 “시청자들은 일반적으로 토요일에는 월․화 드라마, 일요일에는 수․목 드라마가 재방송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이를 감안해 편성을 짠다”고 말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 역시 “드라마 편성에 있어서는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을 고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는 재방송 편성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방송이라도 높은 시청률이 나올 경우 광고 등의 측면에서 큰 이익이 있기 때문에 방송사들도 드라마 재방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시청 습관을 중요시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화면 해설 방송의 영향]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우 주말에 드라마를 재방송할 때는 장애인들을 위해 화면 해설 방송을 하게 돼 있다.

이러한 점이 드라마 재방송 일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방송된 드라마에 ‘지금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식의 해설을 덧붙이는 화면 해설 방송의 경우 제작에 2~3일이 걸린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방송된 드라마의 경우 수요일이나 목요일이 돼야 화면 해설을 덧씌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월ㆍ화 드라마의 경우 토요일에, 주말 드라마를 일요일에 재방송하게 되기도 한다.

김성수 KBS 2TV 편성팀장은 “화면 해설은 편집하고 잘라내고 ‘여기서는 무슨 표정을 짓습니다’ 하는 설명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월ㆍ화 드라마는 시간이 있어서 화면 해설을 덧붙여 재방송하기 쉽지만 수․목 드라마는 시간이 부족해 좀 어려운 편이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

편성 관계자들은 드라마 재방송 편성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역시 작품의 완성도라고 입을 모은다.

드라마를 띄워야 하는 방송사의 입장도 있고, 화면 해설 방송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따져봐야 하지만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고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작품을 기본적으로 재방송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국 품질 높고 재미도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로서도 재방송을 피할 수 없다는 것.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 SBS의 ‘파리의 연인’, KBS의 ‘대조영’, SBS의 쩐의 전쟁처럼 재미와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은 다른 모든 조건과 법칙을 제외하고서라도 재방송을 한다는 뜻이다.

이선태 MBC TV 편성부 차장은 “질 높고 인기가 많은 드라마를 재방송하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성수 KBS 2TV 편성팀장도 “여러 가지 요인과 법칙을 고려해 드라마 재방송을 편성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아무래도 재방송하기 힘들다”며 “현재 방영 중인 월ㆍ화 드라마나 수ㆍ목 드라마라도 완성도에 따라 재방송 날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은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만큼 재방송도 본방송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을 위해 양질의 드라마를 선별해서 내보내야 한다”며 “드라마 재방송이 단순히 시청률을 올려 방송사들의 잇속을 채우는 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필 서울경제 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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