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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의 현재와 미래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슈퍼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인간을 공격하는 내용의 공상과학 영화는 기우에 불과하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영화, 금융, 제약, 군사 등 사용 분야 역시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가 슈퍼컴퓨터 기술 수출국이 되려면 슈퍼컴퓨터의 동맥에 해당하는 상호연결망 기술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현재의 슈퍼컴퓨터보다 속도가 1,000배 빠른 슈퍼컴퓨터가 생기면 어떤 일이 생길까. 어떤 일이든 척척 해결하는 컴퓨터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을 본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상상 속에서 그와 같은 무서운 일들이 미래에 생겨날까 하고 걱정하게 된다.

몇 년 전 신문지상에 슈퍼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겼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사는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재앙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슈퍼컴퓨터에 대한 우려는 기우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걱정거리들은 10년 전 또는 20년 전에도 비슷하게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10여 년 전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어느 정도였을까.
지난 1992년의 슈퍼컴퓨터 성능에 비해 2003년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3,000배 정도 좋아졌다.

그런데도 1992년에 걱정했던 일들이 11년이 지난 2003년에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많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현재의 슈퍼컴퓨터가 느려 수 천 배 더 빠른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할 문제는 복잡하다. 1990년대 초 슈퍼컴퓨터의 성능과 거의 같은 성능을 가진 컴퓨터를 이제는 우리의 책상위에 개인용 PC로 사용하고 있다.

1990년대 슈퍼컴퓨터라고 불리던 컴퓨터들이 현재 지구상에 수천만대 또는 수억대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그런 재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지 기우일 뿐이다.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컴퓨터가 나올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세상에는 컴퓨터가 풀기에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신문에서 슈퍼컴퓨터가 바둑기사 이창호를 이겼다는 소식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바둑은 체스보다 훨씬 많은 경우의 수(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컴퓨터 기술로는 가까운 장래에 슈퍼컴퓨터가 바둑 세계 챔피언을 이겼다는 소식을 들을 가망성은 없다.

이 같이 세상에는 슈퍼컴퓨터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간단하게는 대학교에서 강의 시간표를 만드는 것에서도 컴퓨터가 최적의 답을 구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중에 하나다.

특히 최적화 문제라고 불리는 것 중에 많은 문제들이 슈퍼컴퓨터를 사용할지라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시간(예를 들면 수 십 억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슈퍼컴퓨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모든 일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는 너무나 똑똑하게 일을 척척해 내지만 말이다.

개미군단 슈퍼컴퓨터

슈퍼컴퓨터는 어느 곳에 필요할까. 앞에서 보았듯이 슈퍼컴퓨터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을 아주 잘 한다.

그래서 슈퍼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그 작은 단위 하나하나를 해결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슈퍼컴퓨터가 단순한 일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많은 횟수를 수행하는 분야에 적합하게 된 주된 이유는 슈퍼컴퓨터가 만들어진 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매우 빠른 슈퍼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일반 컴퓨터를 많이 모아서 큰 작업을 분산시켜 병렬로 수행하는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 슈퍼컴퓨터들은 주로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즉 ‘클러스터’형이라고 불리는 슈퍼컴퓨터들이 대세인 분위기다. 클러스터란 ‘송이’란 뜻이다.

포도송이가 여러 개의 포도 알들을 포함하고 있듯이 클러스터형 슈퍼컴퓨터도 컴퓨터 노드(알맹이)를 가지고 있다.

개미들의 세계를 살펴보면 개미 떼(클러스터)들이 큰 먹이를 잘게 나누어서 하나씩 작은 먹이 조각을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슈퍼컴퓨터가 단순한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분야에 적합하게 된 주된 이유는 슈퍼컴퓨터가 만들어진 구조적 특성때문이다.



개미군단과 같이 슈퍼컴퓨터도 하나의 큰 작업을 잘게 나눈 후 각각의 컴퓨터 노드들이 작게 나뉘어 진 작업을 서로 협동하여 수행한다.

그렇다면 슈퍼컴퓨터가 주로 이용되는 곳은 어디일까.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사건을 배경으로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 ‘타이타닉’을 기억하는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닷물이다. 이 바닷물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특수효과로 만들어졌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약 12만개의 캐릭터들이 전장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다. 이 전투 장면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각각 독특한 전투 스타일을 선보이는데, 이 캐릭터들은 웨터 디지털이라는 특수효과 전문회사에서 3,000개의 컴퓨터로 이루어진 슈퍼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졌다.

미국 월가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코넬 대학 공동연구소에서는 금융 파생상품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슈퍼컴퓨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스토니 브룩 대학은 AIDS 신약 개발을 위한 복잡한 컴퓨터 작업을 미국 국립컴퓨터센터인 NCSA의 슈퍼컴퓨터에서 수행하고 있다.

세종대왕 함으로 불리는 이지스 구축함을 최근 진수한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이지스 구축함은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고성능 레이더와 슈퍼컴퓨터의 통합방어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기상청에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날씨를 예측한다는 것은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슈퍼컴퓨터와 스포츠카

최근 발표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상위 500위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국가며, 총 6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년에 비해서는 500위 내에 드는 슈퍼컴퓨터의 숫자가 줄어들어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좋은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국가로 자리매김 되고 있어 뿌듯하기도 하다. 그리드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내의 슈퍼컴퓨터도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

전체 500대의 슈퍼컴퓨터 중 미국이 30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슈퍼컴퓨터 레이스에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영국과 일본이 30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슈퍼컴퓨터 보유 대수를 늘려 18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 독일과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도 세계 기술 선진국들이 서로 경쟁하며 기술을 발전시켜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슈퍼컴퓨터는 스포츠카와 비슷한 점이 많은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가격이 매우 비싸고, 매우 빠른 속도의 제품이며, 소수의 전문가가 사용하는 제품이다.

또한 두 제품에서 개발된 기술은 미래의 일반제품에 적용돼 사용될 기술이라는 점에서 볼 때 두 제품 모두 선도기술을 가진 첨단 제품이다.

예를 들어 슈퍼컴퓨터의 가격은 수 십억원에서 수 백억원이며, 일반 PC 보다 수 천 배 빠른 속도로 동작한다.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는 약 280 테라-플롭스(Tera-FLOPS:초당 280조번의 소수점 계산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매우 비싸고 좋은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기업이 스포츠카의 우수한 기능을 잘 이해하고 고속운전에 대한 부단한 훈련을 갖춘 운전자를 확보할 때 운전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 전문가를 확보하고 다양한 응용분야의 연구자들이 협업을 잘 진행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슈퍼컴퓨팅 관련 첨단기술 개발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슈퍼컴퓨터 기술 수출국이 되려면

슈퍼컴퓨터는 어디서 만들어낼까. 최근의 조사 발표에 의하면 500대의 슈퍼컴퓨터 중 IBM에서 236대, 휴렛팩커드에서 158대를 만들었다. 전체 슈퍼컴퓨터 500대 중 거의 대부분을 두 회사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

두 회사의 뒤를 이어 SGI, Dell, Cray라는 회사가 20대, 17대, 15대를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회사로는 눈에 띄는 기업이 없어 안타까운 일이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한국에는 왜 제대로 된 슈퍼컴퓨터 기업이 없을까.

대부분의 슈퍼컴퓨터는 앞서 언급했듯이 클러스터형 컴퓨터다. 컴퓨터 노드들이 서로 연결돼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즉 슈퍼컴퓨터를 잘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컴퓨터 노드를 잘 만드는 회사와 컴퓨터 노드를 잘 연결시킬 수 있는 회사다.

한국의 몇몇 회사는 컴퓨터 노드를 잘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컴퓨터 노드를 잘 연결시켜주는 상호연결망(interconnection network)이라고 불리는 첨단기술은 거의 수입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가격경쟁력 있는 슈퍼컴퓨터를 만드는데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최고의 성능을 가지고 동작에 신뢰성이 있으며 가격 경쟁력에서 우수한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수출하려면 슈퍼컴퓨터의 동맥에 해당하는 상호연결망 기술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선진기술 도입에도 힘써야 한다.

슈퍼컴퓨터 속도에 대한 레이스가 전 세계적으로 시시각각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상표가 달린 슈퍼컴퓨터가 세계 유명 영화의 명장면을 만들어내고, AIDS 신약을 만들어 내는데 쓰이며, 세종대왕 함의 핵심 두뇌로 사용됐다는 미래의 기사를 보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글_김진석 서울시립대학교 컴퓨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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