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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소행성 충돌

아직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공룡이 갑자기 멸종한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소행성과의 충돌이다. 소행성의 지름이 15km 정도라면 위력은 1억 메가톤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정도의 위력이면 지구 생물 종의 절반 정도가 멸종될 수 있다.

영화 속의 장면이나 소재가 이미 현실로 나타난 사례는 적지 않은데,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가능성도 마찬가지다. 현재 지구 인근에 있는 소행성 중 존재가 규명된 것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지구로부터 거리가 너무 멀어 관측이 어렵다. 문제는 관측이 불가능한 소행성들의 경우 언제 지구와 충돌할 지 알 수 없어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과거 지구의 역사를 보더라도 소행성 및 혜성과 충돌한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지구상에 는 소행성 등의 충돌로 인해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화구가 100여개나 된다.


혜성이나 소행성 같은 작은 천체가 지구와 충돌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주제로 한 대표적 SF영화로는 1998년 개봉된 ‘딥 임팩트(Deep Impact)’와 ‘아마겟돈(Armageddon)’이 있다. 이들 두 영화는 국내에도 소개돼 나름의 인기와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딥 임펙트가 제작되고 있던 1997년 12월, 국제천문연맹은 소행성 하나가 2028년 10월경 지구에서 약 3만9,000km까지 접근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 영화의 감독조차 현실이 영화를 닮으려고 하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1997XF11’로 명명된 이 소행성의 궤도를 정밀 계산한 결과 처음의 예상이 계산착오에 의한 것임이 밝혀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탓에 영화의 흥행을 노린 의도적 해프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나올 법하다. 아무튼 소행성이나 혜성과의 충돌이 황당한 공상만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다.

과거 지구의 역사를 보더라도 소행성 및 혜성과 충돌한 흔적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거대한 운석 구덩이를 비롯해 지구상에 는 소행성 등의 충돌로 인해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화구가 이미 100여개 이상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양구군, 즉 휴전선 부근에는 ‘펀치 볼(punch bowl)’이라고 불리는 해안분지가 있다. 함몰된 모양이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과거 소행성의 충돌로 인해 생긴 특수지형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아직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공룡이 갑자기 멸종한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서 6,500만년 전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과의 충돌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 소행성은 지름이 약 15km로서 위력은 1억 메가톤 정도로 추산된다. 이 정도의 위력이면 공룡들을 비롯한 당시 지구상의 생물 종들은 절반 이상 멸종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세기 초의 대폭발

지구와 소행성 혹은 혜성과의 충돌은 20세기 초에도 일어났다. 지난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쯤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의 원시림 위로 거대한 불덩이가 꼬리를 끌며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더니 숲에 떨어지기 직전 불기둥이 치솟으면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이로 인해 부근의 수많은 나무와 동물들이 불에 탔고, 폭발로 인한 충격파는 런던의 기압계에도 감지될 정도였다. 당시 폭발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00개 정도에 해당했는데, 만약 대도시의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졌더라면 수 백 만 명의 희생자를 내는 대참사가 빚어졌을 것이다.

퉁구스카의 대폭발은 운석 구덩이와 같은 충돌의 흔적이 남지 않아서 그 정체를 놓고 갖가지 설이 분분했다. 이로 인해 ‘X파일’ 시리즈 등을 포함해 외계인이나 UFO, 미스터리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다.

통구스카 대폭발의 정확한 실체에 대해서 아직 논란이 있긴 하지만 직경 60m 정도 되는 작은 혜성에 의한 충돌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장 유력하다. 가스와 얼음이 주요 성분인 혜성의 경우 지구와의 충돌 후에는 증발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에 접근한 것은 아니지만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1994년 7월 목성에 충돌해 대단한 우주 쇼를 연출한 바 있다. 목성과의 충돌을 불과 16개월 정도 앞둔 1993년 3월 미국의 천문학자 슈메이커와 레비에 의해 발견된 이 혜성은 목성의 주위를 주기적으로 공전하던 혜성이었다.

이 혜성은 목성 표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는데,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를 동시에 폭파시킨 것보다 수백 배 이상의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천체망원경으로도 관측될 정도였던 이 충돌 장면은 아마추어 천문가 등 천체 관측자들에게는 좋은 볼거리였겠지만 일반인들은 오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구근접물체

지구에 접근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지구근접물체(NEO; Near Earth Object)라고 부르는데, 최근 발견된 몇 개의 NEO들은 천문학자 등 소행성 감시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도 세계의 여러 관측소에서는 끊임없이 소행성을 관측하고 있다.

이들은 발견된 연도를 따서 이름을 붙인다. 앞서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던 1997XF11은 1997년에 발견된 것이다. 이밖에도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언급된 소행성들은 여럿 있었다.

2000년 11월 3일 국제천문연맹은 소행성 ‘2000SG344’의 지구 충돌 가능성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의 이 소행성은 2030년 9월 21일 지구 근처를 통과하며, 충돌확률은 500분의 1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로운 관측 자료가 추가되면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내용이 덧붙여지면서 그날 저녁의 뉴스가 온통 소행성 충돌의 파괴력과 공룡멸종 등 자극적인 화면들로 채워지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우주에는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이 수백개나 존재한다.


하지만 다음날 새로 발견된 관측 자료를 토대로 다시 계산한 결과 충돌 가능성이 매우 줄었다는 정정 발표가 나왔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늑대를 거짓으로 알린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1997XF11, 2000SG344 등을 비롯해 그 동안 언론 지상에 발표됐던 여러 소행성의 충돌 가능성은 면밀히 검토되지도 않은 채 공개되거나 성급히 보도되면서 이런 해프닝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일부 언론들에 의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부풀려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발견 초기에는 가까운 장래에 충돌이 예상됐다가 관측 자료가 추가돼 다시 궤도를 계산한 결과 충돌 가능성이 배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제소행성센터 등 NEO 감시팀은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 현재 이들 소행성의 블랙리스트에는 수백 개 정도가 올라가 있다.

지구 인근에 있는 소행성 중 존재가 규명된 것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지구로부터 거리가 너무 멀어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관측된 소행성들은 궤도를 정밀하게 계산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앞으로의 진로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관측이 불가능한 소행성들은 언제 지구와 충돌할 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소행성의 모습

그런데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에서 묘사된 소행성의 모습, 그리고 여러 장면들은 과학적 진실에 얼마나 가까울까.

두 영화만 비교하면 일단 딥 임펙트가 아마겟돈보다는 보다 그럴듯하게 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여성 감독 미미 레더가 저명한 SF작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ke)의 ‘신의 일격’을 원작으로 해 만든 딥 임펙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천문학자를 비롯해 여러 과학자들의 자문을 받은 덕인지 혜성을 비롯해 과학기술적 묘사가 사실에 가깝고 뛰어나다.

반면 돌진해 오는 소행성의 위협에 맞서 석유 굴착기 기사들이 지구를 구하러 출동한다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아마겟돈은 미국식 영웅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 설정도 우습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잘못된 것들이 적지 않다. 지구보다 훨씬 작을 수밖에 없는 소행성 위에서의 중력 묘사가 대표적이다.

이 두 영화에서는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모두 특공대가 동원된다. 그리고 핵폭탄을 이용해 폭파시키는 장면이 소개된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소행성의 위협에 맞서 석유 굴착기 기사들이 지구를 구하러 출동하는 아마겟돈은 미국식 영웅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 설정도 우습지만 과학적 측면에서도 오류가 적지 않다.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박살낼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지만 설령 폭파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소행성의 작은 파편들이 지구로 떨어져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행성과의 충돌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행성에 힘을 가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동력체를 소행성에 착륙시켜 지속적으로 힘을 가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위험한 소행성이 미리 발견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십 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궤도 변경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충돌 예상 1~2년 전에 발견해서는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몇 년 전 ‘유진 슈메이커’라고 불리는 소행성 탐사선이 사상 처음으로 에로스 소행성의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함으로써 소행성 탐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사랑의 신에서 이름을 딴 에로스(Eros)는 길이 33km, 반지름 13km인 고구마 모양의 소행성으로 뉴욕 맨해튼 정도의 크기며 지구에서 3억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초에는 드디어 영화같은 일이 벌어져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시킨 바 있다. 미국 NASA의 우주 탐사선이 충돌체를 발사시켜 혜성 ‘템펠1’과 부딪히게 하는 인위적인 혜성 충돌 실험을 사상 최초로 성공시킨 것이다.

이 우주 탐사선의 이름이 바로 영화 제목을 딴 딥 임펙트호였고, 여기서 발사한 충돌체는 약 24시간 동안 시속 3만7,000㎞의 속도로 80만㎞를 날아가 혜성과 충돌했다. 충돌체가 혜성의 표면에 부딪히는 순간 불꽃이 이는 장관이 연출됐다. 특히 얼음 덩어리로 보이는 파편들이 튀고 가스가 대량으로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날아가는 총알에서 또다시 총알을 발사해 다른 날아가는 총알을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에서 맞추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 정도로 공학적 계산의 정확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혜성 내부에는 태양계 생성 당시의 물질로 예상되는 것들이 비교적 원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앞으로 태양계 생성 초기의 신비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화 속의 장면과 똑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혜성의 충돌 실험을 성공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과학기술의 지평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열릴 수 있음을 반증한 것이라고 하겠다.

글_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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