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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와의 전쟁, 유전자 조작 모기로 끝내?

말라리아(Malaria)는 말라리아 원충을 가진 모기에게 물려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학질’이라고도 한다. 1차 증상은 가려움과 부어오름이지만 말라리아 원충이 체내로 들어가 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2차 증상이다. 잠복기간은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수일 정도며, 감기와 비슷하지만 심한 열과 구토를 동반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생존자 역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가진 돌연변이 모기를 만들거나 침팬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말라리아 원충을 죽이는 연구에 나서고 있다.

영국 런던의 한 비좁고 눅눅한 실험실. 그물로 둘러쳐진 상자 속에 모기들이 윙윙거리며 떼 지어 날고 있다. 겹겹이 쌓인 이들 상자는 말라리아를 박멸하는 해결책을 얻기 위해 면밀하게 관찰되고 있는 중이다.

과학자들은 말라리아 퇴치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수 백 마리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말라리아 전문가이자 임페리얼 칼리지(London’s Imperial College)에서 유전자 조작 모기 실험을 책임지고 있는 안드레아 크리산티 교수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우리가 더 이상 의지할 만한 방법은 없다”면서 “이제는 다른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그 동안 말라리아와의 싸움에서 과학자들은 연거푸 쓴 잔을 마셨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고, 생존자들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망자의 90%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며, 이들 대부분이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다.

더구나 올해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La Nina) 현상이 발생해 남부 아프리카에 많은 비와 홍수가 발생하면서 기후에 민감한 말라리아가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에 말라리아 경고를 강화하고 말라리아 치료제와 모기장의 보급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국제기구에서는 그 동안 수 백 만개의 모기장을 지급했고,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걸쳐 엄청난 양의 살충제를 뿌렸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라리아는 미국의 최대 부호 록펠러가 말년에 자선사업으로 퇴치운동에 나섰지만 실패한 질병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은퇴한 빌 게이츠 회장이 도전장을 내밀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저항성 가진 돌연변이 모기

몇 번의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지만 유엔(UN)은 2010년까지 말라리아를 박멸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제1회 말라리아의 날을 맞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몇몇 아프리카 나라들은 말라리아를 퇴치하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2010년까지 말라리아를 박멸하겠다는 목표는 힘들지만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엔은 말라리아에 노출된 사람, 특히 부녀자와 어린이들에게는 모기장과 가정용 스프레이가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이를 위해 5억 개의 모기장과 더 많은 진료시설, 의료 인력과 질병연구가 필요하다 역설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방법보다는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가진 돌연변이 모기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WHO의 열대병 전문가인 에야 투레는 “우리는 말라리아 문제를 풀지 못했고, 이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모기의 유전자 조작, 말라리아나 뎅기열병의 감염을 차단하는 전략이 유망하다고 보고 3,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재단의 전염병 연구개발 책임자인 레지나 라비노비치 박사는 “모기 유전자 조작은 인간과 말라리아 사이의 전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평가한다.

라비노비치 박사는 “모기가 말라리아에 면역성을 갖도록 하면 말라리아의 전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면서 “이는 말라리아를 통제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며, 말라리아에 대한 지금까지의 시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산티 교수는 지난 2005년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녹색 형광을 발산하는 모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크리산티 교수팀은 암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유전자가 조작된 암컷 모기를 야생의 수컷 모기와 짝을 지워줄 경우 모기의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특히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갖춘 모기를 설계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연구원들은 지난해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갖춘 모기를 만들어 냈다. 다른 과학자들은 뎅기열병을 옳기는 모기의 DNA를 바꾸고 있다.

모기 유전자 퍼즐 너무 많아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유전자를 조작한 슈퍼 모기 개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해독해야 할 유전자 퍼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런던 위생·열대의과학대학(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의 조 린네 교수는 “말라리아는 그 동안 과학자들이 전염을 막기 위해 만든 방법을 모두 피해갔다” 면서 “이번 사람과 말라리아의 전쟁 역시 말라리아의 승리로 기록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는 모기가 말라리아 원충(Parasite)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를 발달시킬 때마다 말라리아 원충이 이를 비켜갈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유전자 조작 모기를 대량생산 하는 것도 문제다. 린네 교수는 “이 방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아마 유전자 조작 모기를 수십 억 마리 만들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환경론자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유전자 운동가인 길먼 미딜은 “모기에 대한 유전자 조작은 기술적으로 복잡한데다 생태계의 균형과 진화의 역사에 매우 민감한 기술”이라면서 “이 같은 기술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모기장을 나눠주는 사업을 중지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한다.



라비노비치 박사 역시 “유전자 조작 모기를 야생에 방사하기 전에 엄격한 테스트가 실시돼야 한다” 고 말한다. 다만 그는 “우리가 말라리아를 제어하는 다른 방법을 알아낸다고 해도 유전자 조 작 방법을 제대로 평가도 하지 않고 버릴 수는 없다” 고 말했다.

크리산티 교수는 향후 몇 년 내에 이탈리아 남부에서 유전자 조작 모기를 시험 방사하는 계획을 끝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야생 모기와 어떤 반응을 하는지 확인하고, 또 얼마나 많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커다란 우리에 수백만 마리의 곤충들을 함께 투입할 예정이다.

물론 크리산티 교수도 유전자 조작 모기를 야생에 풀어줄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를 감수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크리산티 교수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연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본다” 면서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해낸다면 모기가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옮기는 일은 없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침팬지 바이러스를 통한 해법

모기에 대한 유전자 조작 외에 침팬지 바이러스에서 해법을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실제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됐을 때 감염세포의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아데노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말라리아 유전자를 갖도록 하면 인체에 침입한 말라리아 원충을 죽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감기나 위장염을 일으킨다.

하지만 침팬지에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사람에게는 감염성이 없다. 연구팀을 이끄는 사라 길버트 박사는 “침팬지에 감염되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사람에게는 잘 감염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데 이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말라리아 원충은 백신이 개발된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유전자가 복잡해서 백신을 만들기가 무척 까다롭다. 백신 개발이 지체되면서 의사들이 약물 치료에 의존하도록 했고, 모기장을 보급하는 방법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런던 위생·열대의과학대학 콜린 서더랜드 교수는 “이 문제는 대단히 복잡해서 만약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10년 전보다 백신 개발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백질 차단을 통한 말라리아 퇴치

호주 과학자들은 단백질 차단을 통한 말라리아 퇴치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최근 호주 의학자들은 말라리아 원충이 혈관 내에서 끈끈이 물질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이 단백질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말라리아를 막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라리아 원충은 사람의 적혈구에 침입한 후 접착 성분을 만들어 감염시킨 적혈구 세포를 혈관 벽에 붙인다. 이렇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 원충이 혈류를 따라 비장에 도달하게 되면 인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죽게 되기 때문이다.

월터 앤드 엘리자 홀 의학연구소(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는 적혈구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83개의 유전인자 가운데 1개가 부족한 말라리아 원충 변종 세트 여러 개 만들어 실험했다. 그 결과 8종의 단백질이 끈끈이 물질을 만드는데 관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소의 앨런 카우먼 교수는 “끈끈이 물질을 차단한다면 바이러스 원충이 사람의 면역시스템에 의해 죽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말라리아 백신이나 약물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라리아 원충이 적혈구 사이를 옮겨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말라리아 원충은 2세 말라리아 원충들이 다른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할 때까지 적혈구 속에 머물며 복제를 지속한다.

그런데 영국 국립암연구소는 말라리아 원충이 적혈구 세포로부터 나와 인접한 세포들을 감염시키도록 만드는 핵심 단백질을 발견했다. 결국 이 단백질을 차단하면 말라리아가 체내에서 증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PfSUB1’이라는 효소 단백질을 10여 년간 연구해왔지만 이 단백질이 말라리아가 체내로 퍼지는데 관여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발견했다. PfSUB1 효소 단백질은 2세 말라리아 원충이 적혈구 구조를 파괴하도록 유도해 탈출을 돕는다.

연구팀은 수천가지 다양한 성분들을 검사한 결과, 식물 추출 성분이 PfSUB1 효소 단백질을 차단, 말라리아가 세포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을 이끈 마이크 블랙먼 박사는 “말라리가 기존 치료제에 대해 광범위한 내성을 보이고 있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말라리아의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만큼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도 서울경제 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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