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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지 않는 시체

과거 통념과 달리 시체는 사인(死因)에 대한 자세한 정보 갖고 있어

시체의 손톱이 파랗고 울툭불툭하면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죽은 것이다. 또한 피부가 비늘처럼 벗겨지는 시체는 비소 중독으로 죽은 것이다.

현재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체 4만구가 시체공시소에 보관돼 있다. 이들 시체는 살아있을 때의 상태와 사망 원인에 대해 엄청난 정보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고 또는 살인사건으로 죽은 사람은 자연사한 사람보다 부검의 필요성이 15~30배나 높은데, 아주 평범한 부검만으로도 사인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잡아낼 수 있다.

이렇게 얻어낸 자료는 공공보건과 안전 등 정부 각 기관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법령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부검을 통해 에이즈, 결핵,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알 수 있으며 더 강한 군용 장비, 방화 피복, 내충격 연료시스템, 그리고 안전한 장난감을 만드는 계기도 된다.

검시관들은 항상 정확하고, 신속하며, 신뢰성 있는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하려고 한다. 여기 소개하는 5가지 부검 기술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는 옛 시체공시소의 격언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FINDING ANSWERS 여기 소개하는 부검 기술은 미래에 쓰일 실제 법의학 기술들이다.

1. 모발 - 생전의 여행경로 알려줘

시체의 모발에는 사자(死者)가 죽기 전 어떤 물을 마셨는지 나타나 있어 생전의 여행경로를 알 수 있다. 지난 2월 미국 유타대학과 과학분석기업 이소포렌식스의 연구자들은 모발의 산소 및 수소 동위원소 비율을 확인, 모발의 주인이 어느 지역의 물을 마셨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운이 좋으면 특정국가의 특정지역까지 맞출 수 있다는 것. 이 방식으로 모발 주인의 이동경로도 추적할 수 있다. 뿌리 부분은 최근에 머물렀던 장소, 끝 부분은 과거에 있었던 장소의 정보를 제공한다.

2. 치아 - 진료기록으로 신원 확인

치아를 활용한 신원확인은 로마시대에도 있었을 만큼 오래된 기술이다. 지난해 가을 일본의 카나가와 치의과대학 연구자들은 수작업보다 무려 95%나 빨리 사망자의 치과기록을 찾아주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단 몇 분 내에 치과 진료기록 데이터베이스에서 사망자와 일치하는 3장의 이미지를 찾아 법 치의학자의 분석을 도와준다.

3. 두뇌 - 사망시각 알려줘

사망시각 추정은 법의학에서 가장 까다로운 분야다. 그리고 사망 후 3일 이상 지난 시체의 경우는 제대로 알아맞히기 어렵다. 하지만 스위스 베른 대학 산하 법의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자기공명분광기술을 사용해 뇌의 분해 상황을 판독, 죽은 지 3주가 지난 시체에 대해서도 쉽게 사망시각을 추정할 수 있게 했다.

4. 심장 - 유전성 사인도 밝혀내

미네소타의 메이요 클리닉 연구자들은 40세 이하 돌연사 사망자들을 대상으로 사후 유전자 실험을 실시, 사망자 중 3분의 1의 사인이 유전성 심장박동 부전인 것을 밝혀냈다. 과거에는 이러한 유전성 사인은 부검으로도 알기 어려웠다. 이처럼 유전성 사인을 밝혀낸 덕에 사망자의 친족들도 검사를 받고 치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5. 눈 - 시체의 연령 알려줘

탄소연대 측정법은 수천 년 전에 죽은 시체의 연령도 알려준다. 모든 사람은 음식을 통해 소량의 탄소14 동위원소를 섭취한다. 대부분의 인체 조직은 계속 재생되지만 치아와 눈의 수정체에는 이 탄소14 동위원소가 축적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연구자들은 수정체에 축적된 탄소14 동위원소의 함량을 분석, 18개월 이내에 시체의 출생년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는 기존 방법을 사용할 때 5년이나 걸렸던 일이다.

■ The Autopsy: A BRIEF HISTORY











① BC 300년

그리스의 내과의사인 에라시스트라투스와 헤로필루스는 인체 장기와 신경의 작동원리를 알기 위해 시체를 해부, 부검의 선구자가 됐다.

이후 2세기의 내과의사인 갈렌은 부검을 통해 알아낸 지식을 환자의 증상과 처음으로 연결시켰다.

② 1761년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지오반니 모르가니는 ‘의자에서’, ‘질병의 원인’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그가 열정적인 부검을 통해 얻은 경험을 서술한 것으로 서구 세계에 해부병리학의 기반을 닦게 했다.

③ 1910년

미국의 내과의사 리처드 캐봇은 1,000건의 부검을 시행한 뒤 의사의 40%가 생전의 환자에 대해 오진을 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처럼 정확한 사인을 밝혀냄으로서 의학 지식의 오류를 바로잡고 진단 방법을 발전시키게 됐다.

④ 1987년

미국 오하이오의 병리학자가 병원에서 갑자기 사망한 존 파웰이라는 환자의 시신에서 청산가리를 발견하면서 독물학 테스트의 진가가 발휘됐다.

범인인 병원 급사 도널드 하비(사진)는 23명을 독살한 혐의로 체포됐다.

⑤ 2005~2007년

첨단기술은 두 가지 고대의 불가사의 해결에 도전했다.

CT 촬영을 통해 이집트 투탕카멘과 알프스의 얼음인간 외치(Oetzi)의 사인을 밝혀낸 것.

투탕카멘은 암살이 아닌 다리의 감염 때문에 죽었으며 5,300년 전 사망한 외치의 사인은 동상이 아니라 머리 부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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