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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햇빛 에너지의 시대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전지 시장

최근 태양광발전 산업이 차세대 에너지 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태양에너지를 인류에게 유용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태양전지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0년경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이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롭게 창출되는 천문학적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금 대한민국이 뜨거운 열기로 타오르고 있다.

태양광과 태양열로 대변되는 태양에너지는 풍력, 수력과 함께 인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용해온 에너지의 하나다. 양도 풍부해 태양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1년간 사용해도 남을 만큼의 에너지를 매 시간마다 지구 표면에 쏟아 붓고 있다. 잠재 에너지 규모는 무려 52억㎿에 이른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이 막대한 에너지를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 태양에너지의 부존 량은 무한대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해 에너지 집약도가 워낙 낮았던 탓이다. 태양에너지를 열에너지나 전기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에너지 양에 비해 이를 통해 생산되는 에너지 양이 턱없이 적어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수준의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지금껏 지구촌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태양에너지의 비중이 0.1%에도 미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태양에너지가 폭발적인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에너지산업 전면에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화석연료시대의 종식에 대비한 가장 유망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미래의 에너지 대란에서 인류를 구원해줄 희망으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이중 태양전지(solar cell)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다.

광속으로 질주하는 빛에너지

태양전지는 태양빛을 원료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일종의 전기화학적 발전기다. 에너지로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자연 상태의 햇빛을 다양한 활용성을 지닌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것.

바로 이 태양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 LG, SK, 한화, 현대중공업, 한국철강, STX, 코오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관련사업의 추진을 천명하는 등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중 몇몇 대기업은 이미 수백~수천억 원대의 투자를 단행한 상태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태양전지에 뜨거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련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발전 산업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태양열은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만든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반면 태양광은 태양전지를 활용해 빛에너지를 곧바로 전기에너지로 만든다. 태양전지가 이 태양광발전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이어서 태양전지 또한 초고속 성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10만여 장 이상의 태양전지 패널을 사용, 수십 ㎿급 발전용량을 자랑하는 상업용 태양광발전소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 또한 몇 개월마다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의 랭킹이 바뀔 만큼 대형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3일 LG의 자회사인 LG솔라에너지가 충남 태안에 14㎿급 태양광발전소를 준공, 상용 가동에 돌입했다. 이는 8,00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또한 9월 한 달 동안에만 삼성물산의 전남 진도 소재 3㎿급 발전소, 코오롱의 경북 진주 소재 1㎿급 발전소 등 모두 3곳의 태양광발전소가 문을 열었다. 게다가 경북 김천에는 삼성에버랜드가 건설한 20㎿급 태양광발전소가 시운전을 하고 있으며, 강원 영월의 경우 영월솔라테크의 50㎿급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이 같은 태양광발전소 건설 붐으로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47%에 달했으며, 태양광발전소의 대형화가 본격화된 올해에는 성장률 50%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시장 규모도 2005년 35억 달러에서 지난해 60억 달러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이 기조가 한층 더 탄력을 받으면서 오는 2012년 430억 달러에 이른 뒤 2020년에는 2,000억 달러(약 231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도가 유망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료전지의 2020년 세계 시장규모 전망치가 80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왜 기업들이 태양전지에
달려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3대 태양광 강국 진입 추진

지난달 22일 지식경제부 산하 신성장동력기획단이 대통령 주재 신성장동력보고회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태양전지를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당시 기획단은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이 오는 2018년경 1,8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10년간 총 2조4,000억 원을 투자,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함으로서 세계시장의 20%(374억 달러)를 점유하는 3대 태양광 강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양전지에 있어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정부가 태양전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개발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태양광사업단이 출범한 이후부터며, 기업들이 적극 나선 것은 이제 겨우 1년 남짓하다.

그동안 세계 시장은 일본, 독일, 미국 등 3개국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며 세계 시장을 좌우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이 가세, 5개국이 전체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연간 231조원이라는 시장이 구미가 당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연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가 이들을 따라잡고 세계 3대 태양광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국내 태양광 전문가들은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태양전지는 기본적으로 그 소재와 기술이 우리나라가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태양전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p형 실리콘 반도체와 n형 실리콘 반도체를 접합(p-n접합)시켜 그 앞뒷면에 금속 전극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여기에 햇빛이 흡수되면 전자와 정공이 생성되는데, p-n 접합부의 전기장에 끌려 전자는 n측, 정공은 p측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전위차에 의해 전류를 만들어내는 것.

결국 태양전지는 실리콘 반도체의 일종인 셈으로 전기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하는 레이저포인터나 LED 등 발광소자들과 작동방향이 정반대일 뿐 기본구조나 재료 특성은 완전히 동일하다.

국내 태양전지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산하 태양광사업단의 김동환 단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막강한 인재풀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잠재력을 태양전지에 접목시킨다면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세계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4~5년간 시장 추이를 예의 주시하던 대기업들이 지난해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태양전지 강국 도약으로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태양전지 자체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의 존재는 도약을 위한 큰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효율과 생산성이 승부의 관건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태양전지는 반도체와 달리 복잡한 회로설계나 에칭, 포토 등의 공정이 필요 없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상승효과가 크지 않다”며 “제품의 효율성과 생산수율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나 큰 공장을 가졌는지 보다는 얼마나 효율 높은 제품을 남보다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지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같은 이유로 다양한 종류의 태양전지 중 어떤 것을 주력으로 삼을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태양전지는 제조 방법이나 원재료에 따라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다결정, 단결정), 박막형태양전지(비정질 실리콘, 화합물), 그리고 유기태양전지(염료감응, 유기분자)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효율, 단가 등의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먼저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유리 등의 기판 위에 부착하는 1세대 태양전지로서 현재의 태양광 주택이나 태양광발전소 대부분이 이 태양전지를 사용한다.

가장 오랜 기간 기술개발이 진행돼 전력변환효율이 15~20%대로 가장 우수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보급량도 많아 기술 신뢰성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고가의 실리콘을 사용해 제조단가가 비싸다. 또한 두껍고 무거운 패널 형태로 설치돼야 해 사용자의 추가비용 부담이 크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이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2세대 모델로서 아몰포스 실리콘(a-Si), 구리·인듐·갈륨·세레늄 화합물(CIGS), 카드뮴·텔룰라이드 화합물(CeTd) 등의 재료를 기체로 만들어 얇은 플라스틱 필름이나 금속 포일 등에 증착(蒸着)해 만든다.

두께가 1세대에 비해 100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도 있어 건물 외벽, 자동차 지붕 등 활용도가 탁월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크게 만들기에도 용이하다. 다만 효율이 1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상용 보급기간이 짧아 안정성·신뢰성 검증이 미비한 상태다.

3세대 유기태양전지의 일종인 염료감응형의 경우 이산화티타늄(TiO2) 등 나노분말과 광전자의 생성을 도와주는 전해질을 혼합한 감광염료가 주요 원료다. 이 염료가 빛을 흡수, 전자를 방출하는 것.

실리콘 태양전지 제조단가의 20%로 제작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며, 염료에 색상을 넣어 장식효과를 누리거나 필요에 따라 완전히 투명한 형태로 제작할 수도 있다. 다만 11%대의 낮은 효율과 수명 및 내구성에 대한 실증연구의 부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실리콘 vs 차세대 태양전지

그렇다면 이들 중 미래에 태양광발전시장을 주도할 궁극의 태양전지는 과연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 3세대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다.지금까지 각계의 시장조사 기관들이 예측한 결과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시간이 갈수록 1세대의 비중이 줄어들어 박막형 태양전지나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유기분자형 태양전지가 세력을 넓혀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

기관마다 예측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대개 2010년경 2세대 박막형 태양전지의 비중이 지금의 5%에서 25%선으로 늘어날 것이며,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또한 매년 시장이 확대돼 2010년경에는 약 1,760억 원, 그리고 2015년경에는 2조 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근 품귀 현상까지 보이는 값비싼 실리콘을 사용하는 실리콘 계열 태양전지가 퇴진하고 비(非) 실리콘 태양전지의 득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장동력기획단의 수장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서남표 총장이 2세대와 3세대 태양전지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 총장은 1세대의 경우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 기반이 취약하지만 2, 3세대는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선도적 입지 구축이 용이하다며 차세대 모델에의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사업단의 김 단장은 이 같은 일반적 시각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김 단장은 “태양전지의 최종 승자 예측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며 “단지 사견임을 전제로 하자면 차세대 태양전지보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우세를 점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는 여타 물질들은 결코 쫓아올 수 없는 실리콘만의 메리트에 기인한다. 실리콘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며, 물질이 단순하기 때문에 공정과 장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것.

또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2015년 이전에 완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특히 실리콘 태양전지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기업들이 이를 쉽게 포기하고 차세대 모델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김 단장은 “사람들은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대 약점으로 가격 경쟁력을 꼽지만 대량생산 등을 구현하면 당장이라도 50%에 가까운 가격인하가 가능하다”며 “차세대 태양전지들은 실리콘 태양전지의 가격을 낮추는 촉매로서 작용할 뿐 결코 실리콘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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