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건의 사례를 임의로 선택한 뒤 오심 여부를 분석한 결과 83건이 오심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83건의 오심 중 70건의 오심이 아웃을 선언했을 때 발생했다.
의도적인 편파 판정이 아니라 면 아웃(out) 오심과 인(in) 오심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훨씬 많은 오심이 아웃을 선언했을 때 발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심판의 자질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시각적 인식 체계에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흔히 인간은 눈으로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은 수단일 뿐 실제로 보는 것은 뇌의 작용이다. 망막에 전달된 시각물질이 화학적 변화를 거쳐 시신경과 대뇌의 감각피질에 전달되면서 보게 되는 것까지 0.1초가 걸린다.
결국 인간은 항상 0.1초 전의 과거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과거만을 봐서는 빠르게 판단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은 이 0.1초의 간격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미래를 추측하는 쪽으로 자신의 능력을 진화시켜 왔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공이 어디에 떨어질까를 추적할 때 0.1초의 시간은 아주 길다. 결국 뇌는 공이 날아가는 0.1초 뒤의 영상까지 미리 인식해 버리는 것이다.
공이 날아가고 있는 방향을 토대로 만든 영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인간의 눈은 공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애매한 상황에서는 공이 더 멀리 간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인보다는 아웃이라는 영상이 훨씬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해 과학계는 인간의 눈이 일으키는 착시현상에 대해서도 유사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헤링 착시가 대표적이다. 헤링 착시는 자전거 바퀴살처럼 직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그림에 수직으로 또 다른 선들을 그려 넣으면 수직선은 바퀴살의 중심 부근에서 밖으로 휘어져 보인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사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것을 보면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사선을 보면서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그어진 수직선은 뒤로 물러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로수들이 일렬로 늘어선 길을 자동차로 달린다고 생각해보자. 이 때 자동차가 앞으로 나가면 가로수들은 옆으로 휘어지면서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 난다. 헤링 착시는 평면에서 그와 같은 현상을 느끼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뇌가 본 것을 사실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상한다는 점, 심판의 자질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 오심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스포츠계는 술렁거렸다.
테니스는 오심 논란이 많은 종목 가운데 하나로 윔블던 테니스 경기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10대의 컴퓨터가 오차 범위 3mm까지 볼을 정밀 추적해 판정 시비를 없애는 데 일조해왔다.
선수들은 미심쩍은 판정이 내려지면 카메라 판독을 요청했다. 경기가 중단돼 흐름이 끊어지는 일이 많고, 결국 판정은 완전히 카메라에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계문명이 고도화된 사회에서 스포츠는 어쩌면 인간이 자신의 몸을 이용해 성취하는 마지막 남은 영역일지 모른다. 의외의 드라마가 있고 열정과 흥분 때문에 스포츠에 매혹되는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경기는 로봇 심판이 주관하는 경기 또는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글_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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