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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운송수단인 엘리베이터의 과학

현대의 세상은 컴퓨터에 의해 움직인다. 컴퓨터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고, 주변을 보면 컴퓨터가 자리 잡지 않은 곳도 없다. 그런데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타게 되는 엘리베이터 역시 작은 컴퓨터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올라가고자 하는 층을 누르는 곳은 컴퓨터 자판이고, 올라가고 있는 층수를 보여주는 곳은 모니터다. 이 모든 작동은 엘리베이터에 있는 마이크로컴퓨터에 의해 조정된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마이크로컴퓨터가 작동 조정

마이컴은 마이크로컴퓨터의 줄임말이다. 우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와 마이컴의 차이는 한정식과 비빔밥에 비유될 수 있다. 한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 컴퓨터는 밥(CPU)과 반찬(롬, 램, 입출력장치)이 각각의 그릇(칩)에 담겨 있는 것이라면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컴은 이 모든 것을 한 그릇에 모아놓은 것이다.

마이컴이 필요했던 이유도 비빔밥과 비슷하다. 비빔밥처럼 간편하게 먹어 보자(사용해 보자)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이컴과 일반 컴퓨터의 질적 차이는 가사 도우미와 아내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마이컴은 시킨 일만 주로 하지만 일반 컴퓨터는 스스로 일을 설계하고 때로는 남편이 할 수 없는 일까지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일은 마이컴이, 큰일은 컴퓨터가 분업하는 체계를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등의 고층 건물에는 옥상에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기계실을 둔다. 이곳에 설치된 컴퓨터에 의해 전동기, 로프, 도르래,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표시등이 제어된다.

이것을 제어반이라고 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신호가 들어오면 제어반은 전동기에 탑승자가 원하는 층으로 가라는 명령을 하고, 전동기는 목적하는 층에 해당하는 회전수로 돌아가면서 엘리베이터를 보낸다.

이동할 층의 버튼이 눌릴 경우 센서가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파악하고, CPU는 엘리베이터가 구동되게끔 모터를 작동시켜 버튼이 눌린 층으로 엘리베이터를 이동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문의 열고 닫힘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부지런히 탑승자를 실어 나른다. 문은 전동기에 의해 열고 닫히는데, 승객이 문 사이에 끼어 부상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닫히는 속도가 일정하다. 문이 닫힐 때 감지기가 문 사이의 물체를 감지하게 되면 전기적으로 다시 열린다. 광전자 제어장치와 전자 근접장치 등이 이 같은 작동을 제어한다.

닫힘 버튼에 숨겨진 비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 빨리'의 문화에 익숙해 있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자동으로 닫히길 기다리지 못하고 닫힘 버튼을 먼저 누른다. "이렇게 수동으로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닫는 것에 비해 전력이 더 소모된다고 하던데……"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문이 닫히는 원리는 전기모터에 의한 것인데, 이것을 작동시키는 스위치가 수동식 스위치라고 해서 모터 구동 전력이 더 많이 소모될 까닭이 없다. 오히려 자동으로 닫힐 때는 전자식 타이머의 작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약간의 전력이라도 더 소모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수동으로 문을 닫는 게 전력 사용량이 더 많다. 그 이유는 엘리베이터의 운행 횟수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문이 닫히길 기다리는 엘리베이터가 하루에 100번 운행한다면 수동으로 즉각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는 그만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훨씬 많은 횟수를 운행하게 된다.

이 작은 시간들이 축적돼 1년 단위의 전력 사용량을 집계할 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동으로 문이 닫히길 기다리는 그 시간은 단지 엘리베이터 운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버티고 있는 시간일 뿐이다.

마법 같은 도르래의 원리

흔히 우리는 승객이 타는 밀폐된 공간인 카(car)를 엘리베이터의 전부라고 여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수많은 안전장치가 숨어 있는, 그야말로 덩치 크고 정밀한 기계가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는 크게 도르래, 로프, 승강기, 평형추로 구성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한 대를 만드는 데는 무려 3만~5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적으로 또는 의식하지 못한 채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창문을 가려주는 블라인드나 무거운 물체를 이리저리 옮기는 커다란 기중기에도 크고 작은 도르래가 쓰인다.

엘리베이터 역시 고정 도르래의 원리를 응용한 승강 장치로 꼭대기에 있는 전기모터가 도르래를 돌려서 엘리베이터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고정 도르래란 바퀴를 천장에 고정시킨 후 그 바퀴 위에 줄을 걸쳐 줄의 한쪽 끝에 물체를 묶고, 다른 쪽에서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반대쪽의 물체를 오르락내리락 상하 운동하게 하는 장치다.



엘리베이터가 운행하는 통로의 가장 꼭대기에는 대부분 고정 도르래가 달려 있고, 그 도르래에 두꺼운 로프가 매달려 있다. 로프의 한쪽 끝에는 사람이나 화물이 탈 수 있는 카가 있는데, 모터를 돌려 이 굵은 로프를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움직인다.

로프의 다른 쪽 끝에는 무거운 평형추가 달려 있어 엘리베이터의 무게와 균형을 맞춘다. 사람이 타지 않았을 때의 엘리베이터 무게와 추의 무게는 똑같아 둘은 평형 상태에 놓여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높은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사람들이 탑승하면 평형추는 내려 간다.

추의 무게는 최대 정원의 40~45% 정도 나가도록 설계되고, 엘리베이터와 추를 잇는 로프는 최대 정원의 10배를 견딜 만큼 튼튼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움직일 때의 전기모터는 승객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만 있으면 된다.

20가지가 넘는 안전장치

가끔 우리는 도르래의 원리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혹시 엘리베이터가 추락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의 로프는 인위적으로 끊거나 폭파하지 않으면 끊어질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설사 로프가 끊어진다 해도 카가 정해진 속도의 30% 이상 상승하면 전원장치가 작동해 전원이 차단되고, 40% 이상 상승하면 가이드레일을 직접 물어 정지시키는 비상정지장치가 작동한다.

이 때문에 카가 완전히 자유 낙하하는 확률은 희박하다. 가드레일에는 일정 거리마다 비상 정지장치가 있어 로프가 끊어져도 추락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엘리베이터의 로프는 표기돼 있는 허용 중량보다 몇 배 이상 잘 견딘다. 엘리베이터의 정원은 한 사람의 체중을 65㎏로 잡아 계산한다. 정원 10명이면 650㎏이고, 로프는 그 2~3배를 감당할 수 있는 강도로 제작된다.

그렇더라도 만약 카가 자유 낙하해 추락할 경우에는 엘리베이터 통로 바닥에 충격 흡수용 버퍼가 있기 때문에 충격이 완화된다. 이 밖에도 엘리베이터에는 20가지가 넘는 안전장치가 있어 안전사고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초고층은 자기부상 원리

전기가 나오기 전에는 엘리베이터를 증기기관으로 움직였다. 이 무렵 고안된 것이 비상정지 장치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것은 1854년 뉴욕의 크리스털 팰리스 박람회 때다.

고안자인 미국의 엘리샤 오티스는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최상층에서 엘리베이터에 타고 도끼로 밧줄을 끊게 했다. 관중 속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엘리베이터는 중간에서 멈췄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승강기에 오르기를 두려워했다. 제복을 입은 엘리베이터 보이가 동승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의 엘리베이터 걸은 남성이 여성으로 바뀐 것이다.

세계에서 처음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용한 사람은 루이 15세다. 루이 15세는 자기 방에서 직접 애인의 방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고 이용했다고 한다. 현재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높이 508m의 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에 설치된 것이다. 이 엘리베이터는 분당 1,010m, 시속 60㎞의 고속으로 운행된다.

우리나라의 63빌딩과 같은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엘리베이터와 전혀 다른 구조와 원리로 운용된다. 로프 대신 벽에 자석이 붙어 있는 레일이 설치된다.

여기에 전기의 +와 -를 연속해서 바꿔주면 자석의 극성이 바뀌면서 엘리베이터가 위아 래로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 준다. 이는 자기 부상열차가 움직이는 원리와 비슷하다. 도시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다. 하지만 닫힘 버튼만 누르면 만사 오케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엘리베이터에는 이처럼 여러 가지 과학 원리와 기술이 적용돼 있는 것이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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