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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의 고향 안성>천주교 성지, 은하수처럼 빛나는 순교자 혼이 천년고찰, 아름드리 고목·단청 어우러져

미리내성지

20대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와

열일곱 소년의 가슴 시린 인연

청룡사

안성 8경에 자리잡은 옛 사찰엔

세월을 입힌 대웅전 원형 그대로





나이 열일곱이면 고등학교 1학년 어린아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아직도 부모 속 썩이며 뒷바라지 받을 나이다. 하지만 170년 전 열일곱살 소년 이민식 빈첸시오는 새남터에서 효수돼 한강백사장에 묻힌 김대건 신부의 머리를 보퉁이에 싸고 여덟 토막 난 시신을 이불에 말아 지게에 졌다. 그리고 나흘에 걸쳐 낮에는 시신을 수풀 속에 숨기고 밤길을 걸어 지금의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까지 걸어왔다. 양성면 미산리는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때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서 피난 온 천주교 신자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던 곳이다. 그들은 밭을 일구고 그릇을 구워 팔아 끼니를 잇고 살았다. 근처 은이고을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김대건 신부 아래서 복사를 하던 소년 이민식은 그렇게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수습해 자기가 살던 미산리에 매장했다.

미리내 성지에 들어서면 돌로 지은 103위 대성당의 모습이 먼저 시야에 들어 온다.


김대건신부가 앞뜰에 안장돼 있는 경당.


◇미리내성지=20대에 순교한 신부와 열일곱 소년의 인연이 얽혀 밤하늘 은하수처럼 빛나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미리내 성지다. 이곳이 ‘미리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이 밝힌 호롱 불빛이 밤에 보면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안성을 취재하면서 미리내 성지를 가장 먼저 들른 이유는 서울에서 안성으로 진입하면 가장 먼저 들를 수 있는 곳이 북쪽의 미리내이기 때문이다. 성지에 들어서자 돌로 지은 103위 대성당의 모습이 먼발치로 보이기 시작했다. 웅장한 성당을 지나쳐 성지 북쪽 끝으로 올라가자 5평쯤 돼 보이는 작은 경당이 나타났다. 경당 묘역에는 김대건 신부에게 부제품과 사제품을 준 조선교구 제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 미리내 초대 본당신부로 부임해 1929년까지 33년간 본당을 지킨 초대주임 강도영 신부와 간도지방 최초의 방인사제였던 미리내 본당 3대주임 최문식 베드로 신부가 함께 묻혀 있다.

왼쪽 뒤편에는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인 고 우르술라의 묘소와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소가 자리잡고 있다.

김대건 이후에도 신앙의 파종은 간단없이 이어졌다. 이후 조선 신학생 21명이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갔고 이들을 가르치던 빌헬름 신부가 학생들의 신앙에 감동 받아 자원해서 황해도로 들어왔다. 그는 이곳에서 안중근과 의기가 투합해 학교를 세우는 등 포교와 계몽에 힘썼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교적을 조선에 남겨두고 프랑스로 귀국한 빌헬름 신부는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선종했다. 1928년 9월18일 김대건 신부 묘소 뒤편에 작은 경당이 건립됐고 이후 성 김대건 신부의 석상과 한국 천주교 103시성 기념 성당이 들어서는 등 모습을 갖춘 성지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420.

청룡사 대웅전은 보기 드물게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절이다.


1265년 명보대사가 대장암으로 창건한 후, 100년만에 나옹선사에 의해 중창된 청룡사의 모습.


◇서운산과 청룡사=서운산은 상서로운 구름이 모이는 산이라는 의미로 나옹 선사가 붙인 이름이다. 서운산은 안성시에서 남쪽으로 12㎞ 지점에 위치하는 해발 547m의 야트막한 산이다. 1265년 명보대사가 이곳에 대장암을 창건했고 100년 만에 나옹선사가 이를 중창해 청룡사가 됐다. 청룡사를 보듬고 있는 서운산은 할아버지 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충남과 충북으로 산줄기가 뻗어나가는 발원지기 때문이다.

청룡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은적암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인데 거리는 왕복 두 시간이면 족하다. 정상에는 정자 모양의 전망대가 있는데 남쪽으로는 나무에 가려 있고 북쪽으로도 시야가 넓지는 않았다. 유연옥 문화관광해설사는 “대신 정상 왼쪽으로 20분 거리에 탕흉대가 있는데 이곳 전망은 가슴을 씻어내리듯 좋아 쾌청한 날이면 평택·성환까지 한눈에 들어온다”며 “산 중턱에 흙으로 만든 토성이 있는 서운산은 안성 8경에 들어가는 산으로 가을 풍경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서운산보다 청룡사가 더 아름다웠다. 청룡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웅전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기둥인데 구부러진 아름드리 고목을 다듬지 않고 사용한 모습이 빛바랜 단청과 어우러져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쉬운 것은 최근 대웅전이 안전진단을 받았는데 붕괴위험이 있어 연내 해체를 한 후 다시 짜 맞출 계획이라고 한다. 절 입구에 사천왕상이 없는 대신 대웅전 지붕 아래 금강역사상만 조그맣게 그려 놓은 것도 색다른 맛을 더한다. 보수에 들어가면 한동안 볼 수 없는 만큼 관심이 있는 객들은 서둘러 방문하길 권한다. /글·사진(안성)=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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