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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역직구' 시장…새 수출 루트 연다

중국 등 해외 소비자 대상 온라인 판매 급성장<br>'메이드 인 코리아' 수출 확대 견인차 역할 기대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11월 11일은 숫자 1이 4개 들어간 날이다. 국내에선 가늘고 길쭉한 숫자 1에 빗대 ‘빼빼로 데이’, ‘가래떡 데이’ 같은 기념일로 불린다. 유통업계도 11월 11일에 주목한다. 일 평균 매출이 다른 날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매출 증가가 비단 빼빼로나 가래떡, 그리고 기념일에 주고받는 선물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해답은 바로 중국에 있다. 중국에서 11월 11일은 광군제(光棍節)로 불린다. ‘광군’은 중국어로 홀아비나 독신남, 또는 애인이 없는 솔로 남성을 의미한다. 광군제가 되면 중국의 수많은 젊은 남녀가 짝을 찾기 위해 소개팅을 하거나 서로를 위로하는 파티를 연다. 이를 눈여겨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매년 11월 11일을 이른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명명하고 파격적인 세일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알리바바는 광군제가 막바지에 접어드는 11월 11일 저녁 대규모 쇼를 개최한다. 그리고 12일 자정이 되면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윈 회장 뒤편에 마련된 거대한 전광판에는 하루 동안 발생한 매출이 표시된다. 참고로 올해 광군제 쇼를 통해 공개된 2016년 11월 11일 타오바오몰의 하루 매출은 1,207억 위안, 한화로 약 20조8,000억 원이었다.

광군제 특수는 국내 유통업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중국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국내 유통업계는 광군제 맞춤형 프로모션과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이러한 전략을 선보이는 유통 채널이 모두 ‘역직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나아가 해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역직구 시장은 이미 해외 직구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정부 차원에서도 수출 활성화와 내수시장 불황 타개 차원에서 해외 역직구 시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역직구 시장은 과연 국내 유통기업들의 새로운 판로로 안착할 수 있을까? 포춘코리아가 국내 역직구 시장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살펴봤다.

올해 초 중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 ‘모구지에’는 여성 회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활약하는 국내외 스타 선호도’를 조사하는 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선호도 톱12 중 한국 스타가 4명(배우 윤은혜, 배우 박신혜, 배우 겸 가수 빅토리아, 배우 겸 가수 윤아) 포함된 것이었다.

여성 한류스타들의 중국 내 영향력은 매우 큰 상황이다. 이들이 입는 옷, 착용하는 액세서리, 사용하는 화장품은 모두 중국 여성소비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 여성들은 명동, 홍대, 신촌 등 주요 쇼핑 메카와 면세점에서 큰 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역직구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역직구 쇼핑몰 ‘티몰(Tmall)’에 입점한 국내 기업들은 지난 광군제 기간 동안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톱12에 포함된 한류스타 윤아는 현재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윤아에 대한 중국 여성 소비자들의 호감은 이니스프리의 매출에서도 고스란히 입증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광군제 행사 시작 1시간여 만에 지난해 행사 매출액 62억 원을 가뿐히 돌파했다. 중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마스카라 제품은 10분 만에 무려 6만 개가 판매됐다. 마스크팩 세트는 총 19만 세트가 판매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 밖에도 A.H.C, 리더스(Leaders), 제이준(Jayjun) 같은 국내 증소 코스메틱 기업의 마스크팩 제품이 광군제 하루 동안 1,0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광군제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처럼 광군제 특수는 역직구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역직구 시장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역직구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5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알리바바 그룹-Tmall 한국관 개통식’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2조 원 규모로 성장한 역직구 시장
역직구 개념을 이해하려면 우선 흔히 ‘직구’로 불리는 직접구매 방식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직구는 말 그대로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시장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시장은 아마존, 이베이 같은 외국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쇼핑몰을 의미한다. 해외 직구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 해당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직접배송, 상품은 직접 구매하고 배송은 대행업체에 맡기는 배송대행, 사고 싶은 제품을 정하고 구매부터 배송까지 모든 것을 현지 대행업체에 위임하는 구매대행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배송대행이다.

배송대행 과정은 단순하다. 국내 소비자가 외국 마켓에 접속해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면 모든 과정이 종료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배송지 선택이다. 대다수 해외 온라인 사이트는 한국으로의 직접 배송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배송을 하더라도 배송비가 꽤 비싸다. 그런 까닭에 소비자들은 배송 주소란에 한국 주소가 아닌 현지에서 운영되는 ‘배송대행’ 업체의 주소를 기재한다. 배송대행 업체는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받아 몇 차례의 검수 및 포장과정을 거친 후 항공, 혹은 해상을 통해 한국으로 배송을 진행한다. 현재 일부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와 오픈마켓에서 배송대행까지 전담하는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역직구는 이러한 직구의 반대개념이다.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의 상품을 직구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외 소비자들은 왜 직구를 선호하는 것일까? 오픈마켓 관계자 A 씨는 말한다. “핵심은 가격입니다. 현지 판매자로부터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별도의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죠. 해외배송비만 부담하면 현지 판매 가격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직구의 장점입니다. 특히 역직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경우, 소위 ‘짝퉁’ 이라 불리는 가짜 상품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제품이라고 소개돼 판매되는 것 중 상당수가 짝퉁이기 때문이죠. 한국산 정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상품의 역직구 구매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역직구 시장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베이 코리아가 2006년 온라인 오픈마켓 플랫폼인 ‘지마켓(Gmarket)’에 국내 최초의 영문샵을 오픈하며 해외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사업 초기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 상품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니,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이유였다. 하지만 한류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패션, 액세서리 등 한류와 연관된 제품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관심은 곧 매출과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2009년 400억 원 수준이었던 역직구 거래액은 2012년에는 2,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 2013년 오픈마켓 업계 최초로 중국 소비자 대상 ‘중문샵’을 오픈한 지마켓은 매년 30~40% 가량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며 역직구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해왔다.

그리고 중소규모 쇼핑몰의 역직구 시장 도전도 이어졌다. 중소 쇼핑몰의 경우 2000년대 후반부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0년은 티켓몬스터를 시작으로 열린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이 중소규모 쇼핑몰 시장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던 때였다. 중소 쇼핑몰 입장에선 거대 온라인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업체 간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역직구 시장은 성장 활로를 모색하려는 중소 쇼핑몰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직접 역직구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현지 네트워크가 전무한 상황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이들을 도운 곳이 바로 국내 쇼핑몰 솔루션 기업들이었다. 카페24를 운영하는 심플렉스인터넷과 메이크샵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닷컴 같은 쇼핑몰 솔루션 기업들이 저마다의 전략을 앞세워 중소 쇼핑몰 역직구 시장 도전의 도우미로 나서기 시작했다.

심플렉스인터넷의 경우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해외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국내 쇼핑몰을 연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자사 쇼핑몰 솔루션 ‘카페24’를 통해 쇼핑몰을 구축한 업체에게 해외 플랫폼 입점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가 취약한 중소 쇼핑몰들도 손쉽게 외국 소비자와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코리아센터닷컴은 자체 역직구 플랫폼 ‘OKDGG’을 개설해 중소 쇼핑몰의 역직구 시장 도전을 도왔다. 해외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으론 중장기적으로 중소 쇼핑몰의 경쟁력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해외 소비자들은 OKDGG를 통해 국내 중소 쇼핑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배송은 코리아센터닷컴에서 운영 중인 ‘메이크샵’ 물류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알리바바 티몰에 오픈한 롯데마트관을 소개하는 홍보모델.




역직구 성공? ‘하이타오족’에게 답이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역직구 시장은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 거래 규모는 1조2,000억 원 수준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역직구 시장 규모는 2조 원 수준에 육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역직구 규모가 직구의 규모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역직구 거래액은 5,071억 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직구 거래액인 4,463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통계청이 해당 분야 통계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통계청은 2016년 연간 기준으로도 역직구가 직구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조 원 규모로 성장한 역직구 시장의 중심에는 단연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인들의 한국제품 사랑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중국 소비자들은 직접 국내를 찾거나 지인을 통해 한국 제품을 구매·사용해왔다. 하지만 한중 FTA 체결로 양국 간 거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역직구를 활용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급격히 증가해왔다.

중국 역직구 서비스 ‘스타일두’를 운영하는 위시링크의 김민욱 대표는 말한다. “최근 중국 내에선 ‘하이타오족(海淘族)’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해외’를 뜻하는 한자 ‘하이’(海)와 ‘상품을 고르다’를 의미하는 ‘타오’(淘)의 합성어죠. 말 그대로 해외구매, 즉 역직구를 즐기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 바로 하이타오족입니다. 이들은 주로 1980~1999년 사이에 출생한 젊은 층으로, 대부분 해외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죠. 이들은 특히 한국 제품에 대한 애정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내 조사에 따르면, 하이타오족이 선호하는 제품구매 국가 1위가 미국, 2위가 한국이라고 해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 역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한국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역직구 시장이 국내 B2C 기반 소비재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역직구 시장이 새로운 유통업계의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공략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역직구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산업군은 크게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 ▲뷰티, 패션을 포함한 소비재 분야로 나뉘어 있다.

우선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본연의 유통 노하우를 앞세워 역직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하나 있다. 대다수 업체가 공통된 방식, 즉 ‘중국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 입점’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오랜 기간 자체 유통 채널을 가동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오픈마켓 관계자 A 씨는 말한다. “초창기 역직구 시장에 뛰어든 유통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외국어 플랫폼을 마련해 역직구 시장에 대비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어요. 바로 ‘언어’였죠. 예를 들어볼까요.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한국 제품 카테고리는 화장품입니다.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성분과 피부 타입, 알레르기 반응 여부 같은 정보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세한 정보를 외국어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죠. 소비자들의 항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위기감이 점점 고조됐어요. 무언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었죠.”

해답은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었다.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의 특성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이 같은 방식으로 역직구 시장에 뛰어든 유통업체들은 비교적 쉽게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인터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4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 ‘티몰’에 입점한 인터파크는 이후 2년간 거래실적이 매년 30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역직구 전문 플랫폼으로 급성장한 중국 2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JD.com)’과 입점 계약을 체결하며 대(對)중국 역직구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준선 인터파크 쇼핑 해외사업부 실장은 “역직구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수요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며 “앞으로도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과 해외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 외에도 신세계 이마트, 소셜커머스 기업 티켓몬스터와 위메프 등도 현재 중국 현지 플랫폼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역직구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뷰티, 패션 등 소비재 기업 역시 제품 경쟁력과 한류 바람을 기반으로 역직구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형 화장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마스크팩, 수분크림 등 특정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소 코스메틱 기업들도 중국 여성 소비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최근에는 뷰티와 패션 영역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비재 영역에서도 역직구 시장 공략이 시도되고 있다. 김민욱 위시링크 대표는 말한다. “지금은 가격대비 경쟁력을 갖춘 국내 뷰티, 패션 브랜드들이 역직구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커요. 다만 최근 들어 경제력을 갖춘 중국 젊은 부모들이 한국산 유아용품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 합니다. 한 자녀 정책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그 배경에 깔려 있죠. 중국 현지에 있는 지인들에 따르면, 프리미엄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배송과 중국 현지통관 같은 이슈만 해결된다면 분명 성공 가능성이 큰 소비재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대 중국 역직구 시장은 국내 B2C 기반 소비재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 기다리는 국내 기업들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역직구 활성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후 정부 차원의 역직구 시장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후 역직구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 많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절한 대응과 지원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국 역직구 플랫폼에 입점한 유통업체 대표 B 씨는 말한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자국 시장 보호정책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통관절차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고, 화장품 등 일부 인기 제품에는 더 높은 관세가 매겨지고 있죠. 이 같은 중국 정책변화 정보나 대응방안에 대해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하는 데,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사실상 정부 내에 중국 관련 전문가가 없다시피 해서, 기업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에요.”

일부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들 스스로도 현지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서비스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광석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역직구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해외 소비자가 국내 유통 서비스와 제품에 높은 만족도를 갖게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조건만 선결된다면 역직구가 기존 수출 산업의 부진 속에서 소비재 수출 확대를 이끄는 새로운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역직구 시장의 성장에는 한류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류 열풍이 영원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제품 경쟁력과 원활한 유통과정,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설사 한류 열풍이 사라진다 해도 역직구 시장의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국내 역직구 시장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코트라와 중국 타오바오가 한국 화장품 직구의 날을 기념해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 화면.


대 중국 역직구 성공의 열쇠는 ‘텃세 극복’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선 현지 상황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수 요소다. 그 외에도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 빠르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역직구 시장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역직구 시장에 뛰어든 기업의 절반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또 다른 절반은 실패의 쓴잔을 맛보고 있다고 말한다. 역직구 플랫폼 업계 관계자 C 씨는 현장에서 느낀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대금결제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역직구 사업을 진행하는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선사입(제조사 또는 총판대리점으로부터 현금결제로 물건을 미리 사들이고 이를 물류창고에 보관해 재고를 확보하는 방식)을 통해 역직구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중국 역직구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금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저희 업계에선 이를 ‘중국 플랫폼의 판매자 길들이기’라고 부릅니다. 실제 몇몇 국내 유통업체들은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묶여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역직구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 규모의 유통채널과 브랜드에게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C씨는 말한다. “일부 플랫폼에선 잘 알려진 유명 브랜를 제외하곤 입점 자체를 승인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경우는 특히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더욱 심합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식약청 판매 승인만 있으면 입점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내 위생허가까지 취득해야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했거든요. 또 제품 주문이 접수된 후 일정 기일 내에 배송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하는데, 일정 수준까지 페널티가 쌓이면 가차 없이 퇴점 절차를 밟게 합니다. 이러한 차별적인 잣대 때문에 반강제로 시장 철수를 선택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대기업을 우대하는 중국 역직구 플랫폼의 차별을 우려한 일부 중소기업들은 아예 자체 역직구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체 역직구 플랫폼 ‘스타일두’를 운영하는 김민욱 위시링크 대표는 말한다. “개별 플랫폼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현지 마케팅을 위한 자금, 마케팅 노하우, 현지인력 운영이죠. 그러나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진 개별 플랫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고요.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된 국방 이슈, 중국 어선의 영해 침범 논란 등이 뒤섞이면서 중국 내 한국 여론이 그리 좋지 못한 것도 저희 같은 개별 플랫폼 사업자에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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