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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이타주의자> 선의만 앞세운 이타주의는 '毒'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부키 펴냄





광고기획자였던 트레버 필드는 극빈층도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우연히 남아프리카 행정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농업박람회에 갔다가 회전 놀이기구인 일명 ‘뺑뺑이’와 펌프 기능을 결합시킨 ‘플레이펌프’를 발견했다. 이후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플레이펌프인터내셔널’이란 자선단체를 설립해 아프리카 마을에 ‘플레이펌프’를 설치했다.

그러나 펌프 동력 공급에 아이들의 노동이 동원되면서 사고가 속출하고, 관리 체계가 허술해 자체적인 유지보수도 불가능해지면서 플레이펌프는 마을의 흉물로 전락했다. 각종 폐해가 드러나자 플레이펌프 미국 지부는 폐업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플레이펌프의 사례처럼 선의와 열정에만 의존한 경솔한 이타주의는 오히려 해악을 끼치기 쉽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각자도생’ 시대에 남을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좋은 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비난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땅히 칭찬해 줘야 할 일이다. 그러나 선행이 오히려 문제를 발생시킨다면 이는 안 하는 이 못한 일이 될 것이다.



저자가 따뜻한 가슴(이타심)에 차가운 머리(데이터와 이성)를 결합시켜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이클 크레머가 설립한 기생충구제 자선단체가 대표적인 제대로 된 선행의 사례다. 크레머는 아프리카 학교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분석한 후에 기생충 감영 치료를 시행했다. 분석 결과 교과서 제공,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감염 치료는 학생들의 출석률뿐 아니라 빈혈, 장폐색증, 말라리아 등 다른 질병의 발병 위험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바쁜 시간에 없는 돈을 쪼개 선행을 하는 일반인들에게 크레머와 같은 철저한 분석력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기부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식으로 기부금이 전달되는지 등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크레머처럼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하더라도 선행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밀알이 될 지 누가 알겠는가. 1만6,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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