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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이소 문구 영역 침해 어떻게 볼 것인가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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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시대의 구성체와 이들 간의 생존 방식 논리가 변화한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과거 골목길을 장식하였던 다양한 가게품목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바뀌었다. 예를 들어 헌책방, 담배가게, 미니수퍼, 분식집, 통닭집, 방앗간, 다방, 여관, 복덕방 등은 편의점, 핸드폰점, 커피샵, 식음료 체인점, 호텔, 부동산업 등으로 바뀌었다. 아직까지 건재하거나 새로 생긴 품목은 철물점, 종합수리점, 한식가게, 세탁소, 수선집, 네일아트, 발마사지 등과 같은 소위 생계형 서비스업체들이다.

요즘 문구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문구용품업계는 2007년 대비 2015년 기준으로 볼 때 소매업체수는 1만 9,617개에서 매년 980여 점포가 줄어들어 2015년 1만 1,735개이고, 종사자수도 3만 2647명에서 매년 1,350여 명씩 줄어든 2만 1810명이었다. 지난 8년간의 감소추세가 지속되었다고 가정하면 아마도 지금은 전국의 문구소매업체수는 1만개 이하이고, 종사자수도 2만명 이하로 짐작된다.

전통적인 영세문구점의 매출급감의 원인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이유가 두 가지 더 있다. 첫 번째는 학령인구의 감소이고, 두 번째로는 학습준비물제도 이다. 2011년부터 교육청 지원으로 입찰을 거쳐 일괄 구매하는 제도이다. 이용자(학생 및 학부모)의 복지를 위한 무상지급제도는 이제까지의 학교부근 영세문구점 운영에 곧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학생소비자들이 가게에 올 일이 줄어듦에 따라 문구점 주인은 결정적으로 소비자를 만날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이들 영세문구점의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정책의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지난 2015년에 문구점 적합업종 적용을 통해 기존 문구점을 대형마트로 부터 보호를 꾀했으나 영세문구점의 매출감소는 지속되는 반면에, 문구전문점의 매출성장은 적합업종 이전부터의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 문구전문점의 매출은 문구점 적합업종 지정과 관계없이 이전 이후 대략 연 6~7%씩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알파유통, 오피스디포, 아트박스, 모닝글로리, 드림디포 등 소위 5대 문구유통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공개 자료를 보면 2015년 5개 가맹본부의 매출합계액이 3,820억 5,200만원으로 전년대비 11.3% 성장하였다. 점포수의 순위로는 알파, 모닝글로리, 드림디표, 오피스디포, 아트박스 순으로서 이들의 2014년 1,401개에서 2015년 1,449개로 48개(3.4%)가 증가하였다.

2015년 기준으로 점포수는 알파 624개, 모닝글로리 303개, 드림디포 299개, 오피스디포 126개, 아트박스 87개이다. 매출액과 점포수를 고려해서 전체적으로 보면 알파가 최강 1위업체이며, 외국계인 오피스 디포는 매출기준으로 2위(점포수 4위)인 반면, 아트박스는 적은 점포수(5위)로 매출 2위의 급성장하는 업체이다.



이처럼 적합업종의 문구점 지정으로 인해 대형마트의 문구품목 취급이 제한됨(캐릭터삽입문구, 묶음판매등)에 따라 매학기 주요한 소비자(학생, 학부모 등)들의 쇼핑불편을 감소를 감수하였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문구점 쇼핑행위는 일상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에 학교부근의 영세문구점에 대한 보호 효과는 전무하다. 따라서 학교인근 영세문구점의 생계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면 학습준비물 무상지급제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미 문구전문 가맹점의 취급품목을 보면 문구뿐만이 아니다. 각종 생활용품도 적극 취급함으로서 매출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일상적인 주거생활권에서 문구전문점의 머천다이징 확대는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소비자들은 알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비유하면, 교정시력이 필요하지 않은 안경(돋보기, 썬글라스 등)을 반드시 안경사의 근무하는 안경점에서만 구입해야 하는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점포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정책 중 어떤 정책(규제)이 시장친화적인지 또는 시대의 변화에 맞는 유통정책인지를 소비자들은 다 알고 있다.

이제 문구류에 있어서 이미 소비자들은 초중등학교 주변의 영세문구점에서 취급하는 것과 문구전문점에서 취급하는 것과 대형마트에서 묶음판매하는 것과 생활용품저가매장에서 묶음판매가 아닌 낱개로 취급한 것 간의 차이(가격 및 비치품목)를 익숙히 알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의 강력한 쇼핑수단으로 인해 현재 전체소매매출의 20%가 온라인쇼핑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문구용품의 경우에도 신학기가 거듭할수록 온라인 구입비중은 늘어만 날 것이다.

2016년 “위대한 미국의 전통 노래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공로로 노벨문학상을 수여 받은 작곡가 가수 화가 작가이기도 한 밥 딜런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The Times They Are a-Changin)라는 노래가 있다. 1964년도 노래이다. 29세의 젊은 청년 사업가였던 스티브 잡스가 1984년에 매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공개하면서 이시를 인용하였고, 이후 1988년 애플에서 쫓겨난 후 이 노래 한 곡만을 반복하여 들으며 와신상담 재기를 꿈꾸었다고 알려진 노래이다.

가사 내용은 지금 비록 꼴찌이더라고 굴복하지 않고 재기의 용기를 일깨우는 내용이지만,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대로 이렇게’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찾아 ‘이제는 이렇게’를 추구해야 한다고 노래한다. 시대의 변화과정을 주시하고, 지원하고 촉진하는 역할은 지식인과 정책결정자의 몫이다. 시대흐름을 억지하고 방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이득을 따져서는 안될 일이다. 다른 영세업자의 어려움을 핑계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장경쟁억제를 부채질하는 억지 논리는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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