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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한 점보다 못한 韓미술시장...단색화 열풍 사그라들며 위축

[달아오른 글로벌 아트마켓...한국 미술시장은]

한한령·한반도 안보위기 악재로

中큰손 등 외인 컬렉터 구매 줄어

단색화 거래액 줄었지만 안정기

"가격검증 거쳐 재상승" 전망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와 사상 최고가격인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낙찰됐다.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매입자는 전화 응찰로 그림을 낙찰받았다. /AFP=연합뉴스




그림 한 점의 경매 시작가가 1억 달러. 약 1,100억원이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린 예수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구세주)’를 손에 넣기 위해 5명의 응찰자가 45번이나 경합했다. 3억5,000만 달러에 이르자 전화 응찰자가 단숨에 5,000만 달러를 높여 “4억 달러”를 불렀다. 꼭 사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결국 세상에 16점만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다빈치의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이 소장한 이 희귀작은 그의 소유가 됐다. 다빈치가 말년에 프랑스 왕 루이 12세를 위해 그린 이 그림은 17세기 영국 왕 찰스 1세, 18세기에는 노르망디공에게로 옮겨갔고 덧칠과 훼손으로 인해 195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는 작자미상의 작품으로 단돈 60달로도 안되는 값에 팔렸다. 이후 주목받지 못하던 이 그림에 의문을 품은 그림 딜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5년 약 1,000만원에 낙찰받아 연구 및 복원작업을 진행했고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2011년에는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공개전시를 했고 상당수 르네상스 미술사 전문가들이 ‘진품’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이후 러시아의 컬렉터이자 축구팀 AS모나코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2013년 1억2,750만달러에 이 그림을 구입했고 이번에 시작가 1억달러에 다시 내놓았다.

수수료를 포함한 이 작품의 낙찰가는 4억5,000만 달러로 한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 미술시장 전체 규모인 약 4,000억원 보다도 더 큰 액수다.

◇글로벌 아트마켓과 달리 흔들리는 한국 미술시장=다빈치의 ‘구세주’는 미술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까지 경매에서 최고가로 거래된 작품은 지난 2015년 약 1억7,940만달러(약1,980억원)에 낙찰된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었다. 비공개 시장인 개인거래로 팔린 빌렘 드쿠닝의 ‘인터체인지’도 3억 달러였다.

세기의 거래가 이뤄진 글로벌 아트마켓은 지금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주 빈센트 반고흐의 ‘들판의 농부’가 906억원에 낙찰됐고 앤디 워홀의 ‘60개의 최후의 만찬’은 670억원, 싸이 톰블리의 ‘무제’는 510억원에 팔렸다. 13~17일 단 닷새간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에서만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까지 1조5,600억원 어치 이상이 팔렸다. 블룸버그는 11월 경매주간의 뉴욕시장 거래액이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인상파 회화가 10년 만에 최고 낙찰총액을 기록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이 호황세라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 미술시장은 2013년부터 달아오른 ‘단색화’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위축되는 모양새다. 박서보·정상화·하종현·권영우·이우환 등 ‘단색화’ 작가들의 활약으로 지난 2015년 약 1,120억원의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국제갤러리는 지난해 410억원대로 매출이 급감했다. 양대 미술경매사인 서울옥션(063170)과 케이옥션의 11월 현재 올해 낙찰 총액은 각각 622억원, 595억원 정도로 특히 서울옥션이 전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510억원에 낙찰된 싸이 톰블리 ‘무제’ /사진출처=크리스티 홈페이지


◇내우외환…그래도 안전자산 희망적=‘단색화’ 거래가 주춤거리는 것은 일종의 안정기를 모색하는 시장 다지기로 분석된다. 미술시장은 작품 가격이 급등한 후, 형성된 가격대가 적합한지를 살피는 시장의 검증시기를 거치는 선례를 보여왔다. 낙서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미국의 추상화가 사이 톰블리의 경우 2011년 타계 이후 작품값이 폭등하다가 총 거래액 감소 등 안정기를 거치며 시장에서의 가격검증을 거쳐 다시 상승세를 탔다. 현재 그의 작품은 값이 떨어지지 않는 ‘안전자산’이 됐다.

하지만 경매 총액의 부진 등에는 국내 소비심리의 위축과 더불어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 분위기로 중국 큰손이 떠난 것과 한반도 안보위기가 악재로 작용했다. 남북관계 악화 등이 외신을 통해 자주 보도되자 외국인 컬렉터들이 불안감을 느껴 한국 미술품을 구매하는 데 더욱 신중해졌다. 한한령의 조짐이 보이자 민첩하게 홍콩경매를 전격 취소하고 국내에 집중한 케이옥션의 낙찰총액은 감소하지 않은 반면 홍콩경매를 지속한 서울옥션은 낙찰총액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서울옥션 측은 아시아 시장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홍콩 현지에 ‘상설전시장’을 여는 등 적극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방침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26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할 올해의 마지막 홍콩경매에 약 240억원 규모의 작품을 내놓는다. 마르크 샤갈,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탐 웨슬만 등 해외작가의 수작을 확보해 경쟁력을 더했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다음 달 국내 마지막 메이저 경매를 1회씩 남기고 있다.

디트로이트컨설팅은 최근 내놓은 ‘미술과 금융 보고서’에서 경제불확실성의 증가가 미술품 수집에 대한 수요를 더 키울 것이라 전망했다. 2001년 ‘9·11사태’ 직후 뉴욕의 11월 경매가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것도 미술품을 안전자산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술시장은 부동산이나 금융시장과 무관하게 고유한 사이클로 움직이며 특히 한국 미술시장은 아주 왜소한 시장”이라며 “단색화가 추진력을 다시 얻거나 대체작이 등장하고, 미술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해진다면 상승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글로벌 호황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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