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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1조 수주대박' 탈원전 강행하면 또 볼 수 있겠나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탈원전의 역경을 뚫고 거둔 쾌거여서 더욱 값지다. 그만큼 우리 원전 기술이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150억파운드(약 21조원)를 투입해 원전 3기를 짓는 초대형 사업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순 수주 사업이 아니라 우리 측이 자금을 대고 생산전력을 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가격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금조달 계획도 치밀하게 짜 낭패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전 측은 후속 협상을 거쳐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내년 상반기쯤 최종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첫 수출한 지 8년 만에 추가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은 원전 상업운전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종주국일 뿐만 아니라 1970년대 고리 원전 1호기에 발전설비를 공급한 국가다. 기술을 이전해 준 국가에 되레 원전 기술을 수출한다니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낭보에도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급속한 탈원전 정책이 불러올 원전 생태계의 파괴다. 신규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는다면 부품 공급망부터 무너진다. 원자력 공학도의 맥이 끊김은 물론 기술적 진전도 기대난이다. 산업과 연구 기반이 망가지면 원전 수출은 꿈도 못 꾼다. 영국이 원전 종주국이면서도 우리 손을 빌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한 채 원전 수출을 병행한다는 정부의 투트랙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앞으로 30년간 600조원의 원전 시장이 열린다. 원전을 포기했다가 원대 복귀하는 국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수주전에서 정부 차원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아 막판까지 우리와 경합을 벌였다. 중국은 이제 원전까지 턱밑까지 쫓아온 형국이다. 우리 스스로 사다리를 걷어찬다면 중국만 뒤에서 웃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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