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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위관료 민생현장 방문이 공허한 까닭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민생현장을 방문했다가 냉담한 반응에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장 실장이 분식집 방문에서 “임금이 올라야 국민들이 쓸 돈이 생긴다”고 하자 종업원은 “임금이 올라가면 뭐하냐. 장사가 잘돼야 (오른 임금을) 받아도 마음이 편하다”고 퉁명스럽게 받아쳤다고 한다. 당황한 장 실장이 일자리안정기금을 통해 정부가 1인당 13만원을 준다고 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신청한다고 다 주는 게 아니라 뭔가 따르는 게 있겠죠”라는 역공을 받기도 했다. 분식집 대화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민생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정부는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영세사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자 연일 총력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 장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와 각 부처 장관들이 민생현장을 앞다퉈 찾아간 것이다. 19일에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홍장표 경제수석이 서울 중구 신당동을 방문했다. 앞서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최저임금 관련 현장을 찾아간 바 있다.

고위관료들이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살피러 나가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장·차관급 고위관료들이 밀린 숙제라도 하듯 우르르 달려가는 모양새부터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내용도 그 나물에 그 밥이거니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책홍보에만 급급한 느낌도 든다. 상인들이 오죽하면 “장사도 안 되는데…”라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일까 싶다. 일자리기금을 홍보하려면 굳이 고위관료가 나설 것도 아니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근로복지공단 등 관련 연금직원을 투입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정치인들이 민생탐방한답시고 인증샷 찍으러 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책홍보가 잘 안 돼 초래된 일시적 혼란으로 여기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과속 인상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놓고 정부 재정으로 돌려막고 카드 수수료 인하 같은 떠넘기기 대책만 내놓는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속도와 수위조절 같은 정공법으로 대처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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