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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굼뜨고 보폭 좁아진다면 파킨슨병 의심

퇴행성 뇌질환 파킨슨병 환자

8년새 64%↑...작년 10만명 돌파

손떨림·보행동결·심한 잠꼬대

노화·근육관절통 등으로 오판

조기진단 어려워 각별한 관심을

약물·뇌심부자극 등 꾸준히 치료

비타민C·E 섭취, 운동 병행해야

파킨슨병 환자는 고개·몸통이 앞으로 쏠려 몸이 구부정해지고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오른쪽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존재하는 중뇌. /그림제공=서울아산병원




치매와 더불어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진료인원이 지난해 10만명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6만1,565명에서 8년새 64%나 증가했다. 진단방법도 발달했지만 노인인구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년 전인 1817년 4월 11일(세계 파킨슨병의 날) 처음 보고된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죽어감으로써 도파민이 부족해져 나타난다. 세포가 죽어가는 속도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속도보다 아주 빠르고 뇌의 여러 부분 중 특정 부위만 주로 손상된다. 통상 60세 이상에서 발병하지만 간혹 젊은 나이에 찾아오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편하게 누워있거나 소파 등에 앉아 있는 등 안정된 자세에서만 손발이 떨리는 증상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팔·몸통을 포함해 전체적인 몸의 움직임이 저하돼 행동이 굼떠진다. 보폭이 짧아져 종종걸음으로 걷게 되고 걸을 때 한 쪽 팔을 덜 흔들거나 한 쪽 발을 바닥에 끄는 현상이 발생한다. 고개·몸통이 앞으로 쏠려 몸이 구부정해지고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어져 자주 넘어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보행 중 또는 걷기 시작할 때, 방향을 바꿀 때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 ‘보행동결’ 현상이 발생한다. 어느 순간부터 어깨나 등이 짓눌리면서 아프고 온몸이 굳고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며 결국엔 옴짝달싹할 수 없어 누워 지내는 상태에 이른다. 글씨가 작아지고 얼굴 표정도 없어진다.

여성 파킨슨병 환자가 로봇 보행치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자율신경계 증상으로 변비가 자주 생기고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하며 잠을 자면서 심하게 잠꼬대·몸부림을 치거나 헛손질·발길질을 하는 렘수면행동장애를 보인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몇 년 안에 파킨슨병을 앓게 될 것이라는 전조증상이기도 한다.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돼 불안감·우울증·무관심 같은 정신적 문제를 겪거나 파킨슨 치매가 발생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최고 6배, 사망률이 3배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파킨슨병 환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면 옆이나 뒤로 넘어지는 경우보다 부상 정도가 심하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조진환·윤진영 교수팀이 2회 이상 넘어져 다친 파킨슨병 환자 62명(평균 70.5세, 평균 병력 11.3년)을 분석했더니 45명이 돌아서거나 걷는 도중에 몸이 갑자기 얼어붙은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 바람에 걷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져 몸을 다쳤다. 절반 이상(53%)은 중등도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 나머지 17명은 주로 앉고 서거나 돌아설 때 옆이나 뒤로 넘어져 다쳤지만 3분의2(65%)가량은 병원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경미했다. 자세 불안정이나 운동불능, 근육경직, 심리적 요인 등으로 균형을 잡지 못한 탓이다.



전민호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걸을 때 보폭이 좁고 팔·다리 움직임이 감소하므로 보폭을 넓게, 팔·다리를 크게 흔들며 걷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며 “보행·균형장애가 있으므로 넘어지지 않으려면 지팡이·보행기 등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성 파킨슨병 환자가 실내자전거를 타며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파킨슨병 증상은 정형화돼 있지 않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대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거나 뇌졸중·척추질환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를 받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요통을 동반한 환자가 걷기 불편해 척추수술까지 받았는데 상태가 나아지지 않다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로 호전된 경우가 그 예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기 전에 평균 3~4개 병원을 다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찬녕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의 초기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일반인들이 보기에 특징적 증상이 없는 만큼 본인과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을 갖고 가능하면 초기에 전문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의 뇌에서 도파민 생성을 돕는 약물(레보도파)을 쓰면 증상이 개선된다.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효 지속기간이 짧아지거나 과도한 운동을 발생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레보도파에 두 가지 성분의 약을 추가한 복합제제가 최근 많이 사용된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약물 합병증은 적절한 약물 처방을 통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디”며 “약물치료에 한계를 보일 경우 뇌의 깊숙한 곳에 전기자극을 줘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뇌심부자극 수술을 하면 75% 정도 증상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환자 재활치료에도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스트레칭 체조 등을 매일 골고루 꾸준하게 하고 영양관리도 잘 해야 한다. 뇌에 좋은 비타민C·E가 많이 포함된 사과·딸기·귤·오렌지·키위나 양배추·브로콜리 등 녹색 채소, 견과류, 기름을 제거한 닭가슴살·쇠고기 등을 적절하게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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