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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없는 규제에 멍드는 기업] 넷마블에 '재벌' 꼬리표…IT특성 무시한 '과거 기업 잣대' 적용

[고무줄 준대기업집단 지정]

공정위, 자산 총액 5조이상 충족

IT업계 네번째로 대기업에 포함

창의성·속도가 게임 성장동력인데

제조 중심 낡은 규제로 발목 잡아

글로벌 IT산업서 경쟁력 뒤처질 판





넷마블이 정보기술(IT)업계에서 네 번째로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게임업체가 ‘새내기 대기업’에 해당하는 준대기업집단에 새로 포함되면서 겉으로는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준대기업집단에 속하는 순간 정부로부터 ‘재벌기업’으로 규정돼 기업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지배구조는 물론이고 경영이나 승계방식 등이 제조 대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IT기업을 굴뚝 산업시대의 낡은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결국 4차 산업혁명에 족쇄만 채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넷마블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IT업계의 ‘재벌기업’은 네이버·카카오(035720)·넥슨을 포함해 네 곳으로 늘어났다. 넷마블은 지난해 상장 이후 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새로 유입돼 같은 해 말 연결 기준 자산총액이 5조3,477억원으로 늘어 준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을 충족했다. 넷마블 지분 24.3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방준혁 의장도 ‘총수(동일인)’로 이날 지정됐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공시 의무를 적용받는다. 방 의장은 앞으로 계열사 간 거래, 총수 본인과 친인척 간 거래 내역 등을 공시해야 한다. 또 비상장사의 중요 사항과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도 공시해야 한다.

넷마블의 경우 게임업계에서는 지난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넥슨에 이어 두 번째다. IT업계에서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지정된 카카오, 네이버까지 포함해 네 번째로 준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준대기업집단 지정이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상황에서 국내 유수의 IT기업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린 것은 변화하는 IT기업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제조업이 산업의 중심이던 과거 시대의 규제 틀로 ‘졸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 속도전을 펼치는 IT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들 IT기업의 경우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중심 기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지정된 넷마블이 속한 게임업계는 지난해 해외에서만 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조2,987억원 중 3분의2를 해외에서 벌어들였고 넷마블 역시 지난해 매출 2조4,248억원 중 54%를 해외에서 올렸다. 글로벌게임시장의 경쟁 심화로 고도의 창의성과 속도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준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경영 속도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구조도 기존 준대기업집단으로 묶인 제조 기업들과는 차이가 난다. 넷마블의 경우 전체 26개 종속회사 대부분이 게임개발사이며 그 외 종속회사는 식품업체(영푸드)와 금속섬유제조사(화이버텍) 등 두 곳에 불과할 정도로 게임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졌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준대기업집단 지정은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나 갑질,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소수 지분을 대물림하며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 원래의 취지”라며 “지금까지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IT업체는 이런 문제가 전혀 없는데 단순히 자산 기준을 충족했다는 이유로 규제를 가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실장도 “IT기업이 잇따라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되고 있는 것은 이 분야가 신성장동력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인데 성급한 규제로 성장동력을 꺼뜨리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공시 의무와 사익 편취 규제가 사업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IT기업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새로 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된 네이버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네이버는 이 GIO 동일인 지정 당시 행정소송까지 언급하며 반발했다. 당시 이 GIO의 지분이 4%에 불과한데다 실제 네이버에 미치는 영향력을 기존 재벌기업의 동일인과 같이 볼 수 없다는 게 네이버의 주장이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허위자료 제출 등 회사의 잘못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 GIO는 동일인 지정을 피하지 못했고, 올해 재지정을 앞두고는 지분율을 3%대로 낮추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강수까지 뒀지만 이날 동일인 지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 이 GIO의 네이버 지분은 3.72%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기존 제조기업들과는 다른 IT 기업의 지배구조 앞에서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네이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 당시 휴맥스홀딩스가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비판을 받자 올해는 휴맥스홀딩스 계열사 20여곳을 네이버 계열사에서 제외했다. 휴맥스홀딩스는 지난해 3월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네이버와 거래가 전혀 없음에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으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등 규제를 받고 주요 사항에 대한 공시의무를 져야 했다. 휴맥스홀딩스는 이 같은 조치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한국의 대기업과는 다른 구조의 주요 IT기업들이 기존 대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시대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로 IT업계의 성장동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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