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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이 현금 쌓을 수밖에 없는 이유 직시해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년 새 12조원이나 늘었다. 재벌닷컴이 10대그룹 계열 상장사의 현금 흐름을 조사한 결과 6월 기준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106조7,490억원에서 올해 118조5,640억원으로 11.1% 늘어났다.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이 4조원 넘게 증가한 것을 비롯해 10개그룹 중 6곳이 현금보유 규모를 늘렸다. 생산현장에 가야 할 돈이 기업 금고에 쌓여가니 한국 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고 강변하나 이는 단견이다. 정작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싶어도 온갖 규제로 그럴 수 없는 처지다. 원격의료를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빅데이터는 개인 정보보호의 벽에 막혀 있다.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를 버리고 해외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오죽하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규제 완화’와 ‘우호적 투자환경’을 외쳤을까.

기업 금고로 돈이 쌓이는 이유는 또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만에 최저임금은 27%나 올랐고 근로시간도 52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남은 3년 동안 인건비 부담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무역전쟁으로 높아진 관세·비관세 장벽과 한미 금리역전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번 금고에 들어간 현금이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활력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패러다임 전환에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자기변명 대신 기업이 돈을 풀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손발에 채운 규제의 족쇄를 걷어내고 과속 노동정책을 수술대 위에 올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회사 금고에 쌓인 현금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이와 가장들의 어깨 위에 올려진 짐을 더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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